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11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원장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11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원장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최근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실손의료보험 제도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손해율 상승이 지속하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철경(56) 보험연구원장은 11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은 개인이 병원에 낸 의료비를 보험사에서 실비(실제로 드는 비용)로 돌려받는 보험이다. 지난해 말 현재 21세 남성 기준 가입률은 65%에 달하며 연간 8600만 건의 보험금이 청구되는 대표적인 보험 상품 중 하나다.

안 원장은 ‘문재인 케어(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시행에 따른 실손보험 보험료 조정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국민건강보험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적 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사적 보험인 실손보험을 대체하는 부분이 증가했다는 게 보건복지부 설명이다.

반면 보험업계는 오히려 문재인 케어에 따라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등해 많은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케어 시행 후 이른바 ‘의료쇼핑(환자가 동일한 질병으로 하루에 여러 곳의 병원이나 약국을 돌며 중복으로 진료·처방을 받는 것)’이 증가했고, 경영 악화를 겪는 병·의원에서 비급여(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 진료를 늘리고 있다고 보험업계는 주장한다.

안 원장은 “실손보험료 조정 문제는 당장의 현안”이라며 “보험사의 평균 손해율이 130%까지 올랐고 이에 따라 실손보험 부문 올해 적자가 2조원 가까이 쌓여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보험료 인상 역시 임시방편일 뿐으로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40세 보험 가입자가 60세가 되는 시점에는 보험료가 7배가량 오를 것”이라며 “정작 보험이 필요한 나이가 되면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실손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보험연구원을 중심으로 실손보험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개인별 의료 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 도입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해야

안 원장은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은 정보기술(IT)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보험금 청구를 하려면 진료명세서와 영수증 등 ‘종이’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하면서 “번거롭고 복잡한 청구 절차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등 소비자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어 전산화해야 한다”고 했다.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란 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보험사와 병원이 전산망을 통해 정보를 교환한 후 알아서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의료기관에서 진료 후 지불한 의료비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직접 진료명세서와 영수증을 병원에서 발급받은 뒤, 보험사에 팩스로 보내거나 이들 명세서를 촬영한 사진을 보험사 애플리케이션에 올려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다. 실손보험 청구가 전산화하면 가입자는 진료만 받고 병원과 보험사가 알아서 보험금 지급 절차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일부 의원급 동네병원은 실손보험금 혜택을 내세워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환자에게 추가로 권유하기도 한다. 이는 일종의 도덕적 해이다. 실손보험금 청구를 전산화하면 이런 과정이 투명해진다. 이에 따라 보험금 누수를 막을 수 있어 보험료 인상도 억제할 수 있다. 의사 단체는 10년째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검토하고 있다.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 가입자는 진료 후 ‘진료명세서를 보험사에 보내 달라’고 병원 측에 요청하기만 하면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두 의원이 낸 개정안은 11월 21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재상정된다.


제로금리 시대에는 위험보장에 충실해야

안 원장은 제로금리(단기금리를 사실상 0%에 가깝게 만드는 정책) 시대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제로금리 시대에 시장 참여자의 고수익 추구는 당연한 대응이지만, 과거처럼 보험사가 위험보장을 충실히 하는 동시에 고수익까지 기대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며 “이에 따라 보험사는 안전한 자산운용에 기초한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가거나 고객 성향에 따라 고수익 추구의 투자형 상품 중심으로 포지셔닝하고, 감독 당국은 그에 상응하는 자본 규제와 영업행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역사적으로 위험 보장과 고수익 자산운용을 동시에 추구한 보험사는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일본에서도 과거 대대적인 보험사 구조조정 당시 간판을 내린 회사들은 고수익 투자에 몰두했던 곳이다”라고 했다. 대외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경은 누구?

30년 경력의 보험 전문가. 2008년 보험연구원 설립 후 첫 내부 출신 원장. 지난 4월 취임 후 조직을 개편하고 중장기 비전을 설립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금융 공공기관 경영예산심의위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 한국보험학회 이사, 한국리스크관리학회 부회장, 보험연구원 부원장 역임. 연세대 사회학 학사·경영학 석사, 숭실대 경영학 박사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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