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체가 투자 열기에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 강화에도 부동산 시장의 고공비행이 멈출 줄 모르더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금융 시장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금융 투자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주식 시장이 특히 뜨겁다.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주식 초보 투자자)’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2030세대가 경제적 독립을 꿈꾸며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든 까닭이다. ‘빚투(빚내서 투자)’ 급증에 따른 신용 잔고율(빌린 돈으로 산 주식 비율) 상승은 지금의 시장 과열 분위기를 대변한다.
증시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 한풀 꺾일지 여부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크고 작은 악재와 호재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금융 투자 시 주식 일변도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상이한 시장 전망을 하는 전문가들도 투자 방법론을 조언할 때만큼은 ‘분산 투자로 리스크 상황을 대비하라’고 입을 모은다. ‘이코노미조선’이 주식이 아닌 채권 투자 전문가와 이메일 인터뷰를 준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마틴 혼 베어링자산운용 공모채권 투자 부문 대표는 1996년 업계에 입문해 25년 동안 레버리지·메자닌·미드캡 등 다양한 섹터를 거친 투자 전문가다. 현재는 베어링자산운용의 하이일드 채권 투자와 신흥국 회사채 투자 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혼 대표는 주식 수준의 기대수익률을 보이는 동시에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하이일드 채권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지난해 우량기업의 일시적인 신용등급 하락이 하이일드 채권 퀄리티를 끌어올렸다는 사실도 투자자가 주목할 점이라고 했다.
한국은 주식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이일드 채권 투자의 필요성을 설명해 달라.
“하이일드 채권은 자산군 규모가 크고 이자율 변동에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이일드 채권 시장이 오랜 기간 위험 조정 수익을 제공해 온 비결이다. 주식과 유사한 수준의 수익을 제공할 수 있으면서 낮은 변동성을 자랑하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미 채권에 투자한 상태여도 그게 기대수익이 낮은 국채 등과 같은 채권이라면, 하이일드 채권의 높은 수익 잠재력을 섞는 게 좋다.”
그래도 신용도가 낮은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 아닌가. 코로나19 사태가 수많은 부실기업을 만들었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게임·여행·레저 등의 분야에서 여러 기업이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덕에 상당수 업체가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투자자들도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 발행액은 4410억달러(약 489조원), 유럽은 850억유로(약 115조원)였다. 2019년의 하이일드 채권 발행액이 각각 2740억달러(약 304조원), 740억유로(약 100조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증가 폭이다. 기업들이 탄탄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단기 충격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 2020년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시장 우려를 밑돌았다는 점도 이 판단의 근거다.”
신용도는 낮아졌어도 경쟁력은 충분한 기업이 많다는 말로도 들린다.
“지난해 ‘타락천사(fallen angel·투자 등급이 하이일드로 하향 조정되는 것)’ 기업 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만 해도 그 규모가 2300억달러(약 255조원)를 상회했다. 이는 하이일드 채권 퀄리티의 전반적인 개선으로 이어졌다(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시장 상황 탓에 투자 등급이 떨어진 사례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
올해 글로벌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나.
“지난해 시장이 코로나19 사태에도 빠르고 강하게 회복할 수 있었던 동력은 각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 부양책과 강력한 통화 완화 정책이었다. 최근 미국 정치 구도의 변화를 고려할 때 추가 재정 부양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이는 소비 지출뿐 아니라 기업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결과에 따른 잠재적 경기 회복까지 참작하면 금리와 장기 인플레이션 예상치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 투자자는 다른 채권 자산보다 듀레이션(투자금의 평균 회수 기간)이 짧은 하이일드 채권을 눈여겨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중앙은행이 정책을 갑작스레 바꾸거나 양적 완화 프로그램을 축소해 시장 유동성을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 확률은 높지 않다고 본다. 어쨌든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하는 핵심 리스크다.”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 여파가 너무 길어진다면.
“직접 투자의 장점도 있으나 전문가의 역할을 따져보면 어떨까. 하이일드 채권은 비교적 높은 잠재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 신용과 유동성 리스크가 크다. 상향식(bottom-up)으로 접근해야 하는 자산군인 만큼 펀더멘털 분석이 필수다. 내가 몸담은 베어링자산운용을 예로 들면,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하이일드팀을 보유한 운용사 중 한 곳이다. 전체 운용자산은 700억달러(약 78조원)가 넘고, 미국·유럽 등에서 100여 명의 하이일드 전문가가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을 제공한다.”
많은 투자자가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느낀다. 조언해준다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본 구조에 주목해보는 것이다. 예컨대 신용도가 낮은 투자에서는 선순위 담보채권을 통해 자본 구조상 우선권을 갖는 게 좋다. 추후 예기치 못한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선순위 담보채권 보유자는 지급 구조에서 우선순위를 갖는다. 최종 변제 과정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인다는 말이다. 또 자본 구조에서 선순위를 확보하면 채권 보유자는 채무 재조정 협상 시에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시장에서는 종종 가격 설정 오차(mispriced)가 일어나기 때문에 투자자는 상당한 수익을 희생하지 않고도 효과적인 보호 장치를 얻을 수 있다.”
끝으로 투자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시장은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단기적으로 비효율적인 경향을 보일 때가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은 줄곧 하락에서 회복으로 이어지는 ‘리스크 온-리스크 오프’를 반복해 왔다. 특히 채권 시장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예외 없이 주식 시장보다 덜 하락하고 이후에는 훨씬 빠르게 회복했다. 과거 위기와 극복 과정을 잘 관찰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 투자할 것을 당부한다. 요즘처럼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투자 타이밍을 재는 것보다 시장 사이클 전반에 걸쳐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이일드 채권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높은 금리로 발행하는 채권. 원리금 상환 불이행 위험이 존재하나 그만큼 이자율이 높은 ‘고수익·고위험’ 채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평가 기준으로 ‘BB’ 이하 등급인 채권이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