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한 대형 비상장 주식 사기 사건에서 문제의 투자자문사 경영진은 소셜미디어(SNS)에 호화로운 이미지를 내걸고 방송에 증권 전문가로 출연해 투자자를 꾀어냈다. 사진 셔터스톡
최근 국내 한 대형 비상장 주식 사기 사건에서 문제의 투자자문사 경영진은 소셜미디어(SNS)에 호화로운 이미지를 내걸고 방송에 증권 전문가로 출연해 투자자를 꾀어냈다. 사진 셔터스톡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어떻게 하면 좋은 비상장 주식을 구할 수 있을까.’ 주식 투자 경험이 많거나 다방면으로 투자에 관심이 많은 일반 개인투자자가 최근에 가질 법한 가장 큰 궁금증 중 하나다. 성공적인 기업공개(IPO)가 계속되고 비상장 주식 시장의 유동성 또한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비상장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자 하는 일반 개인투자자가 늘었다. 그러나 이들을 노리는 위험천만한 운용사 또한 급증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비상장 주식의 타 증권사 간 거래 규모는 약 20억 주에 달했다. 이 중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장외시장 K-OTC를 통한 거래 규모는 약 1억 주밖에 안 됐다. 대부분 직거래로 거래된다는 얘기다. 최근 비상장 주식 투자 열기와 함께 비상장 주식 거래를 중개하려는 소위 ̒플랫폼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투자자는 다양한 목적으로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은 상장 주식과 다르게 믿고 거래할 만한 공신력 있는 플랫폼이 많지 않다. 이 중 자문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일반 개인투자자를 현혹하는 곳이 많기에 경계해야 한다. 돈 벌 기회는 많아 보이고 지금의 거래 시스템은 문제가 많은 것 같으니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이다. 이런 곳에는 사기꾼이 들끓기 마련이다.

불과 5년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투자 사기 사건도 비상장 주식 투자를 이용한 수법으로 이뤄진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제도권 금융사와 비제도권 업체가 모두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나날이 진화하는 신종 사기 수법을 따라가기에는 법 테두리가 그리 넓지 못한 게 현실이다.

신종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은 투자자를 현혹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투자 기회를 준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 수법이 회사 내 자체 애널리스트를 통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상장 주식을 추천해서 그 주식을 사게 하는 것이다. 양질의 분석 정보도 얻고 투자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여 일반 개인투자자는 해당 플랫폼을 이용해 충분히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넘쳐나는 비상장 주식 정보 속에서 투자 본질을 생각해 봐야 한다.


유망한 비상장 주식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비상장 주식 투자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물량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비상장 주식은 부동산 중에서도 토지와 같다. 대장동 같은 좋은 개발 예정지는 아무도 안 팔고 정보도 지인들끼리 공유하며 정부가 지정한 규제 범위 안에서만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절대 개발될 리 없는 맹지는 기획부동산이 사기를 쳐서 일반인에게 팔아치운다. 즉 비상장 주식에서 우량주를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이 누구나 2015년에 동네 부동산에서 대장동 땅과 같은 개발 호재가 있는 땅을 살 수 있었다는 꿈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즉 모든 일반 개인투자자가 살 수 있는 비상장 주식은 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비상장 주식 우량주는 ‘분석과 발굴’ 영역이 아니라 ‘딜 소싱(deal sourcing)’ 영역이다. 살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누구도 좋은 비상장 주식을 모르는 남에게 팔지 않는다. 당장 큰돈이 될 것을 아는데 내 가족과 내 친구에게 챙겨줄 물량도 턱없이 부족하다.

어떤 비상장 주식 플랫폼 업체는 산지에서 무와 배추를 대량으로 사서 서울에서 싸게 파는 것과 같은 이치로 비상장 기업 주식을 직접 매입해서 대중화가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비상장 주식은 본질적으로 무나 배추와는 유통 구조가 다르다. 가치를 매기는 방식도 물론 다르다.

좋은 기업은 이미 업계에서 익히 소문이 나거나 투자 전문가들이 투자를 받아달라고 줄 서 있기에 그 기업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기업에 근무하는 임직원과 벤처캐피털(VC), 운용사 모두가 안다. 좋은 회사는 주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최대한 지인에게만 주식 거래를 허용하는 등 폐쇄적인 방법으로 주식을 거래하기도 한다. 이처럼 좋은 비상장 주식 물량은 구하기가 어려워서 딜 소싱을 잘하는 운용역의 몸값이 높다.

가장 최근에 있던 국내 대형 비상장 주식 사기 사건에서 문제의 투자자문사 경영진은 소셜미디어(SNS)에 호화로운 이미지를 내걸고 방송에 증권 전문가로 출연해 투자자를 꾀어냈다. 실형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 업체의 ‘무인가 투자매매업’으로 인한 매매 차익은 180억원이 넘고 사기적 부정 거래로 인한 수익은 122억원에 달했다. 사기 피해자 203명을 상대로 한 편취 금액은 250억원이 넘었다고 한다.

이 업체는 비상장 주식을 헐값에 산 뒤에 고객에게 증권 방송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비상장 주식을 매수하게 하는 수법을 썼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시장의 경각심이 높아지기는커녕, 이런 수법을 모방하면서도 법망을 피해나갈 수 있는 방법에 혈안이 된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누구라도 입이 쩍 벌어지는 호화로운 생활을 전시해 투자자들로 하여금 중개 회사가 비상장 주식 딜 소싱을 잘했을 테니 재벌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다. 대중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그럴듯한 회사를 앞세워서 금융 당국으로부터 공인된 것처럼 가장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비상장 주식 운용사 이력은 꼭 확인해야

그럼 이런 사기를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빠르게 진화하는 사기 수법을 미리 일일이 알기는 어려우니,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을 자문하겠다는 운용사의 이력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최소한 고객에게 비상장 주식 투자에 관한 자문을 하려고 한다면 비상장 주식 투자로 돈을 벌어본 이력이라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할 수 없다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용사의 수탁고를 확인해 보는 방법도 있다. 딜 소싱을 잘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수탁고가 업계 평균 수준은 돼야 한다.

또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신종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이 증가하고 있는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런 앱들은 편의성을 강조하지만 비대면 처리 방식이 비상장 주식을 투자할 때 주권미발행확인서 등 서류 발급으로 인한 사기 수법에 오히려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만약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이 아닌 법무사나 변호사를 통해 비상장 주식을 매매한다면 중개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더 간편하고 실제로 수수료 차이도 크지 않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철저한 확인 없이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건 극히 경계해야 한다. 위험 자산 선호도와는 별개로 거래 방법은 보수적으로, 안전하게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비상장 주식 투자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획부동산에 속아서 산 맹지는 나무 몇 그루라도 심을 수 있다. 그러나 비상장 주식 불법 자문에 속아서 산 주식은 화장실 휴지로도 쓰지 못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