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투자 시장을 내다보기 위해서는 한 발짝 물러서서 전체적인 모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는 크게 소비의 역할을 하는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 지역,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의 중심축인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세계의 공장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자원축인 러시아와 중동 그리고 브라질 등의 남미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지각 변동기…

차별화·분산투자 요구

펀드 :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주식 :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khj@fides.co.kr

채권 :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swfi.choi@samsung.com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경제가 고성장을 하게 된 것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경제개발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자본주의 지도’에서는 없었던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무대에 등장했다. 선진국의 직접투자와 높은 기술력이 신흥국에 유입되고 이것이 저렴한 노동력과 결합되면서 생산성의 빠른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은 엄청난 수출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쌓아왔다. 신흥국에서 생산한 저가의 상품이 전 세계 시장으로 퍼져가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물가가 안정되고 저금리에 따른 경기호황이 가능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전 세계적 유동성 확대와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 급등이 다시 소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고성장을 뒷받침해왔다.

거대한 3개의 경제권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가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높은 성장을 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지속적인 성장의 이면에 가계부채 급증과 자산가격의 버블 형성이라는 부작용이 싹텄다. 미국의 부동산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이러한 부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본질적인 핵심은 그동안의 전 세계적인 선순환 고리가 이를 계기로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다. 비록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해결 가닥을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미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이는 가계 대출 위축→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세계 경제에서 당당히 소비축을 담당했던 미국이라는 ‘톱니바퀴’가 삐거덕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하반기 세계 경제는 신흥 경제가 견조한 고성장세를 지속하며 세계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 하는 데 달렸다. 하지만 상반기부터 부각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신흥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차하면 고물가 속의 경기침체와 글로벌 유동자금의 이탈 등이 벌어질 수 있다. 신흥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는 과정이지만 그 길은 깊은 안개 속에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해 잠재된 손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고유가 및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선진국의 내수 둔화 등 많은 변수가 투자 시장의 향배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하반기 투자는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큰 경제 흐름을 보면서 전략을 견지해나가야 한다. 지각 변동기에는 수많은 변수로 인해 언제 어떻게 급등락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신흥국 내 시장의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펀드 선택은 차별화된 시장에 대해 분산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상반기 동안 신흥국 내에서도 아시아 시장과 자원 부국 간의 주가 흐름이 서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펀드  

장기간 투자하는 전문적인 펀드에 분산투자

상반기 펀드시장은 투자자에게 ‘장기투자’와 ‘분산투자’가 왜 필요한가를 온 몸으로 느끼게 해줬다. 연초 주가 하락에 놀라 환매한 투자자는 4월 이후 회복되는 시장을 보면서 속 쓰림을 경험을 해야 했다. 또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동반 상승하던 신흥 개도국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보통 새해맞이는 희망차게 시작하지만 올해 투자시장은 실망과 고통으로 시작됐다. 연초부터 세계 경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악령이 되살아나 신용경색 확산으로 이어지면서 깊은 불안에 빠졌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달러화 약세로 인한 상품 가격 상승으로 연결됐다. 상품 가격이 오르자 개도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경제가 불확실해지면서 글로벌 유동자금의 개도국 이탈로 결국 주가가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와 인플레이션 위험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뒤늦게 지난해 10월 이후 ‘고점’에 중국 펀드로 달려갔던 많은 투자자들이 심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에너지·곡물·광물자원 등이 풍부한 중남미 증시는 견실한 모습으로 대조를 보였다. 지난해 10월까지 계속됐던 전 세계 개도국의 동반 상승 패턴이 올 상반기를 거치면서 변화했다. 즉, 최근까지 자원 부국과 경기 민감국의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5월15일 현재 국내 주식액티브펀드는 연초 대비 -2.20%, 중국 주식펀드 -14.30%, 인도 주식펀드 -16.63%를 기록했다. 베트남 주식펀드는 -30.37%로 매우 부진했다. 반면 브라질 주식펀드는 연초 대비 18.97%, 라틴 주식펀드 10.78%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러시아 주식펀드와 브릭스 주식펀드가 각각 4.76%, 3.78% 등으로 나타났다. 채권펀드는 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국내 채권 2.98%, 글로벌 채권 2.96%로 양호한 성과를 올렸다. 변동성이 큰 수익률과 다르게 투자자금은 꾸준하게 펀드시장으로 유입됐다. 5월15일 현재 펀드시장은 총 348조920억원으로 연초 대비 50조4052억원이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시장 불안에 따른 영향으로 14조9617억원이 MMF로 유입됐으나 그에 맞먹는 12조4467억원이 주식액티브펀드로 몰렸다. 다음으로 중국 주식펀드에 3조8558억원, 브릭스 펀드에 2조2682억원이 각각 유입됐다.

과연 하반기에 고통을 이겨낸 투자자들에게 달콤한 열매가 돌아갈 것인가. 미국 신용위기가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나치게 폭락했던 글로벌 증시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하반기 경기회복을 예견하는 조심스런 전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물가 불안 등으로 상반기 못지않게 여전히 안개 속 국면이다. IMF 역시 지난 4월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관련해 잠재된 손실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다음으로 주택 시장 침체로 인한 미국의 내수 위축, 고유가 및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순으로 꼽았다. 반면 개도국의 내수 확대는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칫 하반기에도 고통을 인내해야 할 가능성 역시 없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하반기 펀드투자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해외 펀드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해외 펀드에 투자한다. 우선 해외펀드는 투자 지역을 기준으로 해서 구분할 수 있다. 전 세계 주식에 골고루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형, 특정 지역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는 지역 투자형이 있다. 또 특정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국가형과 금융업이나 원자재 등 특정 업종에 투자하는 섹터형(Sector) 등으로 나눠진다.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는 글로벌 투자형>지역 투자형>국가형·섹터형 순으로 가입한다. 예를 들어 처음 해외 펀드에 투자한다면 글로벌 펀드라든지 아니면 더 나아가 아시아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가입하고자 할 때 동유럽이나 친디아 펀드 등에 투자하는 식이다. 만일 자신의 해외 펀드 포트폴리오가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면 글로벌 투자형이나 지역 투자형을 추가해서 위험을 낮출 필요가 있다.

둘째, 핵심-위성(Core-Satellite)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 마치 지구와 달처럼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이란 상대적으로 투자하는 범위가 넓은 펀드를 말하며 위성 펀드는 투자 범위가 상대적으로 특화돼 있는 펀드를 말한다. 핵심 펀드를 통해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한다면 위성 펀드를 통해 추가수익을 얻으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펀드를 핵심으로 삼았다면 친디아 펀드는 위성에 해당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아시아 펀드를 핵심으로 정했다면 중국 펀드는 위성에 해당한다. 이때 핵심과 위성의 투자 비중은 60대40, 70대30 식으로 핵심 펀드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만일 자신의 해외펀드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위성 펀드에 몰려 있다면 투자 비중 조절을 통해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포트폴리오는 무조건 ‘50대50’으로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각자의 투자 목적과 이에 따른 투자 기간, 위험에 대한 인내 정도, 투자 지식의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일 장기적인 투자 목적이라면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중국 등 신흥 지역에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성장이 대폭 둔화될 전망이지만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도국의 양호한 성장과 국제 원유 가격 상승의 혜택을 입고 있는 중동 지역 국가들의 경제개발 붐 등은 선진 경제권의 부진을 대신해 세계 경제의 불안을 상당 정도 완충해 주는 핵심 역할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적당한 투자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좀 더 조정을 기다렸다가 투자하겠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만일 예상대로 조정을 보이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시장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애초부터 적립식으로 투자한다. 목돈이 있다면 증권사 CMA에 넣어두고 자동이체 하는 식으로 투자한다. 이렇게 하면 설사 단기적으로 조정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장기투자할 수 있다.

그럼 하반기에는 어떤 펀드에 투자해야 할까. 우선 적립식 투자는 장기간 운용될 수 있는 펀드가 좋다. 부동산펀드나 ELS(주가지수연계증권)펀드와 같은 특수한 펀드는 적합하지 않다. 둘째, 투자전략이 명확한 펀드가 좋다. 펀드매니저가 투자할 때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대상을 선택하는 기준이 수시로 변화하기 보다는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 주식펀드의 경우 가치주펀드, 배당주펀드, 성장주펀드, 대형주펀드, 중소형주펀드 등과 같이 뚜렷한 대상에 장기간 투자하는 전문적인 펀드를 선택해 분산투자한다. 채권펀드 역시 국공채펀드나 회사채펀드, 단기채펀드, 장기채펀드와 같이 구체적으로 투자전략이 정해진 펀드가 좋다. 셋째, 자산운용사의 투자철학이 명확한 펀드를 골라야 한다. 많은 자산운용사중 리서치 능력, 펀드매니저의 운용 경험, 투자 위험 관리 등을 통해 자신만의 운용 스타일을 가진 회사가 점차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역량이 뒷받침돼야 화려한 말만이 아닌 실질적인 운용 스타일을 갖출 수 있다.

  주식 

일시적 주가 출렁임 극복하면 대세 상승

상반기 주식시장은 한마디로 두려움에서 시작해 안도감을 지나 강한 희망으로 진행됐다. 올해 시장에 가장 큰 부담과 공포로 작용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약 4000억달러로 추산되는 투자은행의 손실 자체도 문제지만 금융권 전반으로의 신용 위험 확산을 지나 부동산 값 하락과 실물경기 침체, 금융 부실이라는 ‘총체적 장기불황’으로 번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더욱 문제였다.

이런 불확실성 악재로 인해 시장은 깊은 혼돈에 빠졌다. 하지만 1분기를 지나면서 미국 금융쇼크는 일단 외견상 수습돼 갔고 오히려 넉넉하게 풀린 유동성이 다가올 하반기에 실물경기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가 2분기 글로벌 주가 회복에 일조했다. 코스피도 이러한 미국 금융 위험 감소 기대와 IT, 자동차 등 간판 수출주의 약진에 힘입어 지난 3월을 바닥으로 20%나 올랐다.

개도국의 성장이 미국 서브프라임 충격 완화

이제 과연 복잡한 대외 여건을 이기고 우리 증시가 하반기 대망의 2000포인트 대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세계 경기의 침체 속에 수출 둔화와 기업 실적 부진이란 악재에 발목 잡혀 결국 초라한 베어마켓 랠리와 그 다음 짧지 않은 침체 국면에 빠져들 것인가? 아마도 그 답은 저 하반기 너머의 지구촌 경기 기조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제 기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다가 올 여름에서 가을까지의 주가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요인은 앞으로 세계 경제에서 개도국이 차지하는 역할과 기여 정도다. 즉, 신흥국들의 성장세에 따라 증시 흐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다. IMF는 올해 세계 성장률을 작년 4.9%에서 3.7%로 내려 전망했지만 오일쇼크와 미국 금융 부실을 감안하고 또 역사적 추이로 본다면 이 정도의 성장세는 그리 나쁜 수치만은 아니다. 역시 그 배경에는 (물론 작년보다는 낮지만) 7%에 육박하는 신흥국들의 안정된 성장이 있다.

만일 1980년대 말의 저축대부조합 부도 때처럼 미국의 세계 경제 지위가 지금의 3배가 넘는 40%에 육박했더라면 미국의 금융위기는 이미 지구촌 경제를 강타하는 재앙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개도국의 상대적 지위 상승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충격을 완화시켜주고 오히려 대외 불균형 해소를 통해 미국 경제를 돕는 긍정적 약효가 있다. 신흥시장 규모가 50조달러에 달하고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에 30%를 기여하는 등 개도국의 역량이 높아지고 국제 교역에서 이들의 기여도가 커진 점은 세계 경제가 과거와는 달리 멀티엔진으로 운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제품별 혹은 지역별로 잘 분산된 우리 수출이 장기간 두 자릿수를 거뜬히 유지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 수출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강해진 것도 이들 개도국의 폭넓은 수요에 힘입은 바 크다. 이런 구조적 현상이 단기간에 쉽게 변하

지는 않을 것이다. 이점이 하반기 주가가 갑자기 상식 밖으로 폭락할 가능성이 적은 이유이다. 다원화된 글로벌 성장구조가 한국 기업과 주식시장에 훌륭한 안전판 역할을 해줄 것이란 뜻이다.

두 번째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정도와 속성에 따라 하반기 우리 주가는 다른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올해 선진국과 개도국의 소비자물가는 각각 2.6%와 7.4%로 전망되는데(IMF) 요즘 같은 국제 유가 추이로는 이것도 상향 수정해야 할 판이다. 그동안 미국 통화 당국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은 달러화 약세와 상품 가격의 초강세를 야기했는데 이제 그 파장이 더욱 심각해져 만성적 인플레이션으로 발전되고 있는 점은 결코 가벼이 넘길 문제가 아닌 듯하다.

세계 성장에 30%를 기여하는 중국이 물가 압박 속에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면서 총수요 조절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아무래도 이제부터는 그 수위가 장난이 아니다. 아무리 물가 상승이 신흥국 성장의 결과물이라 할지라도 고물가는 결국 지구촌 곳곳의 씀씀이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물가와 성장이 완전히 선순환 사이클을 보이는 마법이란 세상에 없다.

신흥국의 높은 임금 상승률과 성장 탄력이 그깟(?) 인플레이션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장기 스토리일 뿐이다. 당장은 고물가가 소비와 투자를 줄여 성장에 발목을 잡을 만한 상황이다. 여차하면 고물가 속의 경기침체(스태그플레이션)와 투기자본의 일시적 이머징 마켓 이탈도 벌어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하반기로 넘어가는 언저리에서 한번쯤은 증시가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수요 감퇴의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

고물가가 성장 발목 잡을 수도

신흥국의 드센 전진과 전 세계적인 물가 위협, 이 두 가지 변수는 사실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성장이 있는 곳에 인플레이션이 있고 물가가 오르지 않는 성장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의 대다수 개도국과 자동차 연료 부담이 큰 선진국이 고물가의 파고를 뚫고 조정 없는 성장을 이어가려면 보다 완벽한 경제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즉, 더 빠른 기업의 생산성 개선으로부터 각국의 효율적인 통화정책과 적절한 환율 변동, 자산 가격의 안정 등이 그런 조건들이다. 이점이 우리가 하반기 주가를 낙관 일색으로만 보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일시적 주가 출렁임 정도의 맷집검사를 잘 극복한 뒤 만일 신흥국 중심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더욱 신뢰가 붙는다면 증시는 제대로 된 대세 상승의 운을 맞을 것이다. 신흥국 중심의 수요가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는 모습을 뜻한다. 이 경우 수출주가 앞에서 끌고 내수주가 뒤에서 미는 탄탄한 주가 상승 국면이 연출될 것이다. 작년에 이은 본격적인 2라운드 강세장이다. 이점이 하반기 증시의 대응과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채권  

물가 상승으로 가격 하락 가능성에 주의

상반기에는 채권투자 실적이 매우 좋았다. 2007년 말에 비해 금리가 크게 내렸기 때문이다. 3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금리 하락 폭은 2007년 말 고점 대비 1.2%포인트 수준에 달한다. 2년 내외 만기의 채권을 매수해서 보유한 경우 높은 6%에 달하는 이자소득에 2% 이상의 자본이익까지 더해져, 연율 10%를 상회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최근 2~3년간 연간 금리 변동 폭이 1%포인트를 좀 넘었음을 감안할 때 2008년 상반기 채권 가격은 의미 있는 강세를 보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상반기 채권시장 강세

상반기 중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인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2007년 하반기 중 주식시장, 해외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으로 급격하게 악화됐던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공격적인 예금금리 인상에 따라 빠르게 호전됐다. 자금 사정이 나쁠 때 대규모로 발행되던 은행채 발행이 빠르게 줄자 은행채 금리 스프레드(같은 만기 국채금리와의 금리 차이)뿐 아니라 전반적인 금리 수준도 내려온 것이다.

둘째, 경제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글로벌 성장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좋은 편이었으나, 내수 소비와 투자 부문이 활기를 잃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반영해 경기선행지수 상승률은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은 당연히 금리 하락을 부추긴다.

셋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신용 시장의 위축이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상각 사태로 이어져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큰 폭의 주가 하락이 나타났다. 올해 MSCI세계지수는 작년 하반기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졌는데, 이러한 주가 하락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채권 수요를 늘였다.

넷째,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물론 한국은행은 2007년 7~8월 정책금리를 인상한 이후 2008년 5월까지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은행이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경기침체 위험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총 3.25%포인트의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국내에서도 조만간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많았던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 커진 상황이었다. 기획재정부 장관과 차관이 반복해서 내수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2008년 상반기는 분명 채권투자에 적절한 환경이었다.

그런데 2008년 하반기, 채권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만만찮다. 앞서 살펴본 상반기의 금리 하락 요인들 중 일부에서 균열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시기가 채권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가격 하락 가능성에 주의해야 할 시점이다. 금리가 올라 가격적인 매력이 발생할 때까지 매수를 늦춰야 한다는 얘기다.

역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물가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4%를 넘어선 데다, 하반기 전체적으로도 물가상승률이 의미 있게 떨어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물가 상승은 가장 고전적인 금리 상승 요인이다. 물가가 오를수록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물가 상승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이다.

사실 2000년대 이후 물가와 금리 간 관계가 흐트러지면서 물가가 오른다고 금리가 오를 것이라 주장하기 어려운 상태가 유지돼 왔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학습효과로써 지금까지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가와 금리 간 상관관계가 낮아진 이유는 간단하다. 물가와 경기의 상관관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등 이머징 마켓으로부터 저가 상품이 쏟아지면서 국내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물가가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게다가 달러화 약세 기조가 지속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자국 통화 강세로 방어되는 현상도 이어졌다.

결국 이러한 경기 상황에도 물가가 안정적이다 보니 물가와 금리 간의 관계도 흐트러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07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중국 등 이머징 마켓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글로벌 물가 하락 압력이 약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머징 국가의 수요 급증으로 원자재 가격이 여타 글로벌 물가 하락 압력을 압도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위축으로 이머징 국가의 수출이 타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도국의 특징인 높은 정부 지출 비중이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머징 국가들의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각종 식료품 가격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채금리 5% 중반까지 오를 수 있어

다른 한편에서는 달러화 약세 압력이 제한되고 오히려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정책금리 인하 중단 이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 이는 각국의 통화 강세에 따른 물가 안정 효과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2008년 상반기 중 환율이 작년 같은 시점 대비 10% 이상 절하되는 모습이 나타났는데, 이는 2008년 하반기 중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봤던 시각의 수정을 요구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하반기 중 3.5% 이하로 내려올 것이라던 자신들의 기존 전망을 수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물가 상승이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서는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하도 쉽지 않다. 한국은행은 특히 유가 및 환율 상승에 따른 기대물가 상승에 상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책금리 인하가 기대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나, 적어도 자신들이 나서서 기대물가를 자극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게 한국은행의 입장인 듯하다.

물가 이외에 채권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두 번째 요인은 주가 상승이다. 물론 실물경기가 나빠지고 물가가 오르는 데 주가만 크게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예금금리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면 은행으로의 자금 회귀가 관찰되므로, 주가 상승이 금리를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자금 흐름의 변화는 조금씩 채권 수요를 잠식하게 마련이고, 이는 결국 금리 상승 요인이 된다.

따라서 2008넌 하반기에는 3년 만기 국채금리가 상반기보다 0.3~0.5% 정도 높은 5%대 중반까지 오를 수 있음을 감안해 투자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