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치레보다 실속…“작게 시작하라”

 ‘구구팔팔칠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외국 나가 있는 자식 얼굴 보려면 칠 일 정도는 앓다가 죽어야 한다는 초고령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얘기다. 2000년 이후 웰빙트렌드가 급부상하면서 이제는 구순잔치 초대장을 받는 일이 예삿일이 되어버린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건강하게 오래 사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데 칠순, 팔순, 구순까지 누가 경제적인 가치를 책임져 줄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스스로 경제생활을 주도해야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은퇴 창업은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60세 정년을 맞이한다고 해도 향후 30년 이상의 세월은 새로운 잡(job)이 필요한 시대다. 두 번째 잡으로서 은퇴 창업, 어떻게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먼저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고용보험에서는 퇴직 이후 최소 90일에서 240일까지 실업급여를 지급하게 된다. 이 기간을 창업을 위한 충분한 숙고의 시간, 창업 실행을 위한 시뮬레이션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직장인 모드에서 자영업자 모드로 사고를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상공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 및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신규 창업자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이다. 창업 체험의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0% 만족스런 아이템은 없다’

은퇴 창업자들이 고민하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창업 아이템이다. 대부분의 은퇴 창업자들은 아이템을 선정할 때 몇 가지 잣대를 제시한다. ‘남 보기에 그럴싸한 아이템, 깨끗한 아이템, 스트레스 덜 받고 재미있는 아이템, 내 시간을 많이 낼 수 있는 아이템, 그러면서도 직장생활 연봉보다는 많이 벌 수 있는 아이템 좀 없습니까’라고 물어오는 은퇴 창업자들을 종종 만난다.

결론은 위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아이템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내게 100% 맞는 아이템은 없다. 단지 분명한 것은 아무리 좋은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아이템이라고 할지라도 투자 대비 수익성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아이템은 결코 좋은 창업 아이템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아이템 선정의 최종 절차는 수익성에 대한 검증작업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아이템, 남 보기만 좋은 아이템을 선택했다가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실패의 나락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단계별 창업은 주목할 만하다. 1단계 창업의 목표는 자본금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자영업 시장에 무사히 안착하는 것이다. 가동할 수 있는 100%의 자금을 베팅하기보다는 최소 비용을 투자해서 창업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다. 다만 최소 자본으로 창업 시장을 노크할 경우 육체적으로 편안한 사업보다는 힘든 사업일 수밖에 없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달 사업의 경우 육체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은 높은 편이다. 창업 시장에 무사히 안착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아이템으로도 좋다. 하지만 은퇴 창업자들에게 배달 아이템을 얘기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단계 창업에서는 이러한 최소 비용 아이템을 통해서 창업 시장을 잘 파악하고 경험한 다음 2단계 창업 아이템으로 자신이 희망하는 최적의 창업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 현명한 단계별 창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은퇴 창업자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하지만 성공한 창업자들 중에서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 창업의 선수들도 늘 실패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단지 실패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총 투자금액의 70~80% 이상을 날려버리는 실패는 재기하기가 힘들어지므로 실패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수익 모델 검증 ‘필수’

쉽고 빠른 창업을 선택하기보다는 어렵게, 더디게 창업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최근의 창업 실패 유형을 보면 체인 브랜드의 사업설명회 자리에 한번 갔다가 충분한 검증 없이 바로 계약해서 낭패를 보거나 기존 영업 중인 매장을 주변인들의 얘기만 듣고 인수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자주 만나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투여하기 전, 반드시 공신력 있는 창업 전문가 및 창업 선배를 통한 해당 수익모델에 대한 검증절차를 거친 다음 투자를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은퇴 창업은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고려할 수밖에 없는 패러다임이다. 이제는 퇴직 이후 허둥지둥 창업을 결정하기보다는 직장생활 기간부터 창업 준비기간에 포함시켜야 한다. 아내를 통한 보험성 창업도 늘고 있는 추세다. 아내가 먼저 창업을 시도해보고 여차하면 부부창업으로 전환하려는 계산일 게다.

어떤 식의 창업이든 분명한 것은 공짜는 없다는 것, 일정기간의 수업료는 반드시 지불해야만 창업의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성 없는 창업 아이템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 창업가의 역량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스스로 결정’할 때 제대로 판단하는 일이다.

은퇴 창업자들을 위한 5단계 아이템 선정법

Step1  자기 분석 

창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창업 주체의 경쟁력 미비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업형인지, 관리형인지에 대한 판단, 누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희망하는지, 나의 꿈과 비전은 무엇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기 분석이 필요하다.

Step2  투자 환경 및 사업 환경 분석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총투자금액, 자기자본 및 차입자본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기대수익은 얼마인지에 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창업 운영 측면에서 나 홀로 창업, 부부창업, 가족창업, 동업창업 중 어느 쪽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Step3  시장 분석

시장은 공급 시장과 수요 시장으로 양분된다. 해당 아이템의 공급 시장 내 라이프사이클은 어느 지점에 머물고 있는지, 목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추이는 어떠한지를 분석하는 일은 아이템 선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창업가는 늘 시장의 흐름에 민감해야 한다.

Step4  현장 검증

이상의 3단계 절차를 통해서 가능한 후보 아이템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후보 아이템이 몇 가지로 압축되었다면 개별 아이템 별로 기 창업자들을 통한 현장 검증이 필요하다. 운영자 입장에서의 어려운 점, 나를 중심으로 한 사업 환경과 비교하면서 최종 아이템으로 축약해야 한다.

Step5  수익성 검증

마지막 단계는 역시 수익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도 수익성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결정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사업의 지속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익성, 지속성, 적합성 분석을 통해 최종 아이템을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