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보다 질적 성장 추구가 우선"



하나금융그룹이 새로운 선택을 했다. 3월 28일 하나은행은 주주총회를 개최, 김종열 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뽑았다. 그러나 김행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경험이나 카리스마 등 모든면에서 전임 김승유 행장과는 다른 점이 많기 때문이다. 김행장이 말하는 금융그룹의 방향과 청사진을 직접 들어봄으로써 하나금융그룹의 선택을 평가해 봤다.



 “행장에 오른다고 해서 큰 변화를 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나은행과 자회사들은 이미 지주회사라는 가야 할 방향이 정해져 있는 데다 전임 행장에 의해 많은 변화가 이뤄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은 지주회사 설립과 이에 따른 은행과 자회사의 시너지 등 질적 성장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취임 후 당면 과제에 대해 주저없이 “변화보다는 금융그룹의 질적 성장 추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충청·보람·서울은행과의 합병, 대한투자증권 인수 등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외형상 비대해진 금융그룹을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해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생존하는 것이 자신이 맡은 역할이란 의미다.



 시장 평가는 엇갈려

 김행장은 시중은행 최장수 CEO로 변화와 혁신의 선두 주자였던 전임 김승유 행장과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변화와 혁신에 가장 필요한 카리스마보다는 실무 이론가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다. ‘하나은행은 김승유였다’면 이제 ‘김종열은 하나은행장’으로 개념이 바뀐 것이다.

 경영진으로서 경력이 짧은 것도 약점이다. 지난 1978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한 그는 기업금융부·투자금융부·노무라경제연구소 연구원·리스크관리본부장 등을 두루 역임했지만, 지난 2000년이 돼서야 이사대우 직함을 달았다. 전임 김승유 행장이 80년 부사장에 올라 20여년간을 경영진으로 있었던 것과는 큰 차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아직 변화의 길목에 서 있는 “하나금융그룹의 ‘선장’으로는 다소 미흡한 것 아니냐” “리틀 김승유”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체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지주회사라는 변화 이후를 생각한다면 실무이론가인 김종열 행장이 더 적임자라는 설명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올 하반기 지주회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에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이 아직 변화에 놓여 있지만 이미 김승유 전임 행장이 많은 부분을 조율해 놓은 상태이고, 또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은 카리스마를 통한 공격적인 추진력보다는 세세한 관리자 입장의 실무이론가가 더 필요할 때”라며 “금융 환경이 변화하면서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시대를 앞지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유 전임 행장, 지주사 회장 취임할 듯

 그는 주주총회 이전에 이미 실질적인 행장 역할을 했었다. 지난 3월2일 행장 내정자로 추천된 이후 본부 부서장 회의를 주재하는가 하면, 하나은행의 200명 체인지프런티어(변화선도자)를 대상으로 강연도 하는 등 전임 행장을 대신했다.

 이같은 발빠른 행보는 하나금융그룹이 그만큼 중요한 시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한투자증권 인수, 하반기 지주회사 전환 등 M&A와 체제 개편이 바로 그것.

 대한투자증권 인수와 관련, 그는 “대한투자증권 인수는 하나금융그룹의 체질 개선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자산 관리 분야를 선점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테마섹과 함께 대투증권을 인수하는 하나은행은 현재 예금보험공사와 가격 협상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행장도 “빠르면 이달중에 양해각서(MOU) 체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가 임박했음을 밝혔다.

 하나금융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대투증권 인수 이후 10월에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전임 김승유 행장은 지주사 회장직을, 윤교중 수석 부행장은 사장을 각각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은 대한투자증권 인수 이후인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시 돼야 향후 지주회사의 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죠. 지주회사는 신한지주와 같은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즉 신한지주의 라응찬 회장-최영휘 사장-신상훈 행장으로 이어지는 트로이카처럼 하나금융그룹도 경영진 지배 구조가 구성될 것임을 시사했다.

 첫 시험대는 ‘신용카드 부문’

 행장으로서의 첫 시험대는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용카드 부문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하나은행의 카드사업본부의 유효 고객 수는 125만명, 시장점유율은 2.7%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하나은행은 현재 SK 등 이동통신사와 카드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그는 “유통과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신용카드 사업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이동통신사와의 사업 제휴를 추진중이며 향후 조인트벤처를 통한 독립 카드사 설립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사업 제휴 내용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네트워크를 고려할 때 모바일 뱅킹을 접목한 사업 모델은 발전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인터넷 시설, 이용자 등 기반 인프라를 감안하면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보완이나 효율성, 오프라인과의 이해 상충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란 지적이 우세하다.

 이에 은행권의 한 금융IT 전문가는 “하나은행의 새로운 신용카드 비즈니스는 시간을 두고 보면 모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이용자의 인식 부재나 보안 등을 감안하면 아직 위험성이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주회사 전환 이후 그는 은행 부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추가 M&A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대상은 외환은행. 추가 은행 M&A와 관련, 그는 “금융그룹으로서 질적인 면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M&A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외환은행은 F/X 및 26개 해외 지점망 등 매력적인 부분이 있지만 현재로는 자산운용업 및 카드 사업 부문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인수는 앞으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또 지주회사의 부문별 경쟁력과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해외 파트너사 확충도 진행중이다. 이를 위해 보유중인 6.4%의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자사주 처분과 관련, 김행장은 “보유중인 1200만주(6.4%)의 자사주는 현재 해외 전략적 투자자에게 4~5%선을 넘기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며 “지주사 전환시 IB 등 증권, 자산운용사, 신용카드 등의 영업 확대를 위해 외국계 파트너와 전력적 제휴시 자사주를 처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73%를 넘는 하나은행이 전략적 해외 파트너사를 늘릴 경우 외국인 지분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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