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관람객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관람객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4·13 총선이 끝나면서 주택건설업체들이 바빠졌다. 총선 과정에서는 아무래도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기 어렵다고 판단, 분양을 미뤄왔던 건설사들이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 이후 주택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여건이 더 나빠지기 전에 서둘러 분양하자는 불안감과 조바심도 분양을 재촉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에서 4만2117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 4월 6만4565가구를 분양한 데 이어 5월에는 4만5173가구, 6월 3만2379가구를 각각 내놓는다. 이는 올해 전체 계획물량 36만9134가구 중 약 38%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수요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모델하우스 문을 열면 연일 문전성시다. 청약경쟁률도 뜨겁다. 모처럼 대규모 분양잔치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대출규제에 분양시장은 후끈

모델하우스는 문을 열면 문전성시다.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관람객들이 북적이 고 있다.
모델하우스는 문을 열면 문전성시다.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관람객들이 북적이 고 있다.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는 이유는 대출규제의 반사이익을 받고 있는데다 여차하면 중간에 되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부터 수도권에서는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3~5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원리금도 균등상환하는 여신가이드라인을 적용받고 있다.

비수도권은 5월부터 적용된다. 매달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털어버리던 기존 주택담보대출 관행을 바꾸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분양시장은 이렇다 할 규제가 없다. 한때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려고 했지만 시장의 파장을 감안, 일단 미뤄 놓은 상태다. 더욱이 입주 잔금 지급 때 중도금 대출이 담보대출로 전환되는 경우에도 거치기간을 3~5년이나 둘 수 있어 기존 주택을 매입할 때보다 대출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청약제도도 별다른 규제가 없다. 전국이 모두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서 전매제한 규정도 거의 없고(서울은 재개발 및 재건축 등 민간분양은 6개월), 재당첨 제한 조항도 없어졌다. 청약 1순위 자격이 수도권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짧아졌다.

청약에 당첨된 뒤 청약저축에 다시 가입해 6개월~1년이 지나면 1순위 청약 대열에 다시 낄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소비자의 새 집 선호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왕이면 새 아파트로 내 집을 장만하고 싶어 한다. 이러다 보니 공간 구조와 마감재, 편의시설을 혁신한 새 아파트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대형 주택업체 한 임원은 “인기지역에서는 당첨만 되면 연봉 이상의 웃돈을 기대할 수 있다 보니 로또 사는 심정으로 아파트를 청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청약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좋은 것만 쏙 빼먹는 ‘체리 피커(Cherry Picker)’가 나타난다. 당첨이 돼 웃돈이 붙으면 계약을 하고, 붙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웃돈과 계약률이 비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주택 청약을 내 집 마련의 수단이 아니라 단기 전매차익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청약 당첨의 왕도는 없다. 인내력을 갖고 청약을 해보는 게 해답인 것 같다. 요즘 인기단지는 청약경쟁률이 치솟으면서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따라서 무엇보다 꾸준히 청약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가령 강남권이나 수도권 인기 택지개발지구에서 이 아파트를 청약할까, 저 아파트를 청약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많다. 경쟁률이 10 대 1을 넘어서 당첨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괜찮은 아파트 단지라면 일단 청약을 해서 당첨의 행운을 얻은 뒤 걱정해도 늦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청약리스트를 만든 뒤 도전해보는 성실함이 필요하다.

당첨이 되지 않을 때는 분양권 시장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분양권 시장은 미래의 실물 부동산(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곳이다. 따라서 작은 변수의 변화만으로 가격이 출렁이는 등 변동성이 강할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시장이 일시적인 충격에 휩싸였을 때 매수하라는 얘기다.

실제로 위례신도시나 동탄2신도시에서는 중국발 금융위기 등 대외적인 충격에 기존 주택보다는 가격이 출렁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신규로 분양을 받든, 기존 주택을 사든 해당지역이 가급적 매매가 대비 전세가비율이 높은 곳이 좋다. 직접 거주하기에 여의치 않으면 전세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나중에 여유가 생길 경우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받을 수 있도록 ‘월세가 잘 나가는 곳’을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전세가 비율이 높은 곳은 월세도 잘 나간다. ‘교통’ ‘학군’ ‘쇼핑’ 등 3박자를 갖춘 곳을 골라야 한다. 


입주권 매도 시 양도세 부담 높아

분양을 받은 당첨권(입주권)을 팔 때에는 양도세 부담이 다소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분양권 양도세율은 계약 후 1년 미만 매도 시 양도차익의 50%, 1년 이상~2년 미만은 40%를 각각 적용받는다.

일반 세율(6~38%)을 적용받으려면 계약을 맺은 지 2년이 지난 뒤 매각하는 게 절세에 유리하다. 아파트 공사기간이 2~3년이므로 입주 즈음이 해당된다. 특히 웃돈이 많이 붙어 있는 분양권일수록 가급적 2년 보유 요건을 갖춰 매각하는 게 좋다.

분양권 거래 때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쉽게 유혹에 빠지는 게 ‘다운계약서’다. 그동안 다운계약서는 매도자가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매수자에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매수자도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취득세를 아낄 수 있는 구조가 됐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을 승계 받아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분양가에 프리미엄을 포함해 취득가액으로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기지역에서는 대부분 분양권 거래에 대해 세무당국이 전수조사를 하고 있으므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가 자칫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 박원갑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부동산1번지 대표 겸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