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시내 중심가
중국 상하이 시내 중심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300㎞쯤 북쪽에 위치하고 서해를 마주보고 있는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 서양(射陽)현. 2년 전인 2014년 3월 24일, 정부 소유의 장쑤서양농촌상업은행이라는 지방은행에 돈이 부족하다는 소문이 농민들 사이에 돌아 3일간 뱅크런이 일어났다. 은행은 파산설에 휩싸였고, 예금주들이 돈을 빼내려 은행 앞으로 몰려들었다. 은행은 예금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중국의 화폐 중 가장 가치가 높은 100위안짜리 지폐 다발을 쌓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태는 확산됐다. 중국 은행업협회가 나서 지방은행은 안전하다고 선언했다. 중국에서 예금자보호 제도가 시행된 것은 뱅크런 1년 뒤인 지난해 5월이다.

농민들이 ‘은행이 망할지 모른다’고 불안해 한 것은 ‘그림자금융’ 때문이었다. 집을 사거나 사업을 시작하려는 농민들은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웠고, 그 사이를 불법적인 대부업자가 파고들었다. 그들은 자금을 모아 두 자릿수의 금리로 빌려줬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둔화되자 고성장을 기대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고, 돈을 빌린 사람은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결국 그림자금융에서 패닉이 발생하자 소문은 정부 소유의 지방은행으로 퍼져나갔다. 인구 100만명 정도의 작은 현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어쩌면 앞으로 인구 13억명의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발생할 일의 전주곡일지도 모른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글로벌 저성장과 경기침체를 이야기할 때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는 단골 메뉴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경제에 하나의 이슈가 더 붙었다. 중국의 부채 문제다.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큰 걱정을 표시한다. 증가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금융’에서 발생한 부채도 걱정거리라고 지적한다.

비제도권 금융시스템인 그림자금융에서 발생하는 부채나 부실채권은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의 부채문제는 통계상 드러난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의 공식적인 통계 안에 있는 은행, 그중에서도 국가가 소유한 대형 은행도 그림자금융처럼 믿을 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 금융당국이 통계 관리를 부실하게 해 왔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채와 부실 채권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일까.


포인트 1 | 그림자금융
“매년 30%씩 성장… 파산 때 원금보장 못해”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5월 8일자에서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관련한 특별 기획을 내보냈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은 간결하다. 제목 그대로 ‘크지만 부서지기 쉽다’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금융산업 규모는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고, 은행의 자산은 전 세계 GDP의 40% 수준이다. 자산 기준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은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중국의 국유은행(공상·건설·농업·중국은행)이다. 규모가 큰 만큼 잠재된 위험 규모도 매우 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부채가 급증하고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의 총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60% 수준이다. 2008년에는 155%에 불과했다. 260%는 유로존보다 높고, 미국에 근접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묵인하에 부채는 갈수록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의 개혁 의지와 통제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2000억달러를 쏟아부었고, 659억달러의 은행 대출이 부실화됐다. 금융 사기로 투자자들은 적어도 20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그리고 6000억달러의 자본이 중국에서 빠져나갔다.

그림자금융도 중국 금융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2000년대 초까지 부채는 은행이 거의 대부분 공급했다. 현재는 부채 중 은행 대출은 5분의 3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는 그림자금융이 담당하고 있는데, 매년 30%라는 빠른 속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규모만 큰 게 아니다. 그림자금융 업체들은 모든 영역의 민간 회사와 채권자를 직접 연결해준다. 은행이 아닌데도 마치 은행처럼 자금의 중개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은행과 달리 예금자보호 제도가 없어 파산할 경우 예금자들이 모든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림자금융의 주요업체는 투자신탁이다. 투자신탁은 최소 100만위안(약 1억8000만원) 이상의 자금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 부자들을 위한 금융제도다. 투자신탁은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가입자들에겐 고수익을 약속한다. 투자신탁의 규모는 16조위안(약 2863조원)으로 보험산업보다도 크다. 게다가 5년 전만 해도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기업 때문에 유지됐으나 지금은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추진력을 얻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림자금융에 문제가 생겼을 때 투자자들이 정부에 대해 원금 보전을 요구하고 나설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예금자보호 제도가 없던 2년 전 서양현의 농민들이 그랬다. 고수익엔 위험이 따르지만, 그 위험이 손실로 나타났을 때는 투자자들이 “영업사원들이 100% 원금 보전을 보장했다”고 항의할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림자금융에 대해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에서 부채 쌓기의 끝은 과거의 금융위기와 같지 않을 것”이라며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하이의 한 시민이 건축 중인 아파트를 멀리 쳐다보고 있다.
상하이의 한 시민이 건축 중인 아파트를 멀리 쳐다보고 있다.

포인트 2 | 부실채권
“중국 당국 발표보다 최소 9배 많아”

글로벌 증권사 크레디리요네(CLSA)는 중국 은행권의 부실채권(NPL) 비율이 중국 금융당국 발표보다 적어도 9배 높다고 추산했다. CLSA는 프랑스 은행 크레디아그리콜의 계열 증권사였는데 2012년 중국 중신(中信)증권이 인수했다.

CLSA의 프랜시스 청 중국전략 대표는 중국 본토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이 15~19%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이 비율을 1.6%로 발표하고 있다. CLSA의 추산은 공식 통계보다 최소 9배, 최대 12배 높은 것이다. 청 대표는 “중국의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전부 없애려면 6조8000억~10조6000억위안(약 1200조∼1900조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15%이고, 한국의 GDP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부실채권을 은행이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중국 금융당국의 부실채권 평가 기준이 서구 국가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의 은행들은 정부가 보증하는 국유기업의 빚, 혹은 악성 부채여도 지속적으로 상환이 연장되는 경우 이를 부실채권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구의 은행들은 대출기한이 끝나 상환해야 하는 날로부터 90일을 넘은 모든 대출을 부실채권으로 본다.

청 대표는 부실채권 문제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침체되면 부실채권 문제가 악화될 텐데 중국 정부는 종합적인 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로 현재 200% 수준인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20년까지 3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공식 통계에서도 중국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점차 상승하고 있다.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CBRC)에 따르면 부실채권 비율은 2011년부터 3년간 1.0%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4년부터 상승해 지난해 4분기에는 1.67%까지 치솟았다.

CLSA의 추산보다는 괜찮지만,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의 부실채권 문제가 금융당국의 공식적인 통계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IMF는 지난달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중국 기업 대출 중 위험한 기업이 보유한 부채는 전체의 7분의1 수준인 1조3000억달러(약 1520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IMF가 분류한 ‘위험한 기업’은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못 내고 있는 경우(이자보상배율 1 미만)이다.

IMF는 ‘위험한 기업’이 보유한 부채가 전체 기업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14%를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부실여신에 ‘요주의(要注意)여신’을 합친 비율도 2013년부터 점차 상승 중이다. IMF는 또 위험한 기업의 부채가 부실해질 경우, 중국의 은행이 떠안아야 할 잠재적 손실은 중국 GDP의 7%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한화로 840조원 규모다.


포인트 3 | 주택담보대출
“감독당국 규정 어기고 한도 이상으로 대출”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중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고 있어 은행에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치에 따르면 지난해 14개 중국 주요 은행에서 증가한 대출액의 45%(2조2000억위안·391조원)가 주택담보대출이다. 2014년에 이 비율은 25%였는데, 1년 만에 20%포인트 증가했다.

피치는 중국에서 주택가격 대비 대출액 비율(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 이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할 수 있어 현 수준이 충분히 안전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주택담보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고 부동산을 담보로 한 기업대출도 악영향을 받는다.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공급하는 은행은 공상은행(ICBC)·건설은행·농업은행·중국은행 등 4개의 거대 국유은행과 초상은행이다. 흥업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한 해 동안 150%나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당국이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주택 구매 시 초기 계약금 비율을 낮추고 몇몇 도시에서 주택 구입 규제를 완화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부동산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선전(深圳)의 부동산 가격은 63%, 상하이(上海)는 40% 상승했다.

중국의 주택담보대출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슷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선 집을 구매할 때 통상 집값의 3분의 1은 계약금으로 지불하고 3분의 2는 은행에서 장기 대출을 받는다. 그러나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은행이 아닌 P2P(개인 대 개인) 대출업체와 부동산 개발업체가 계약금에 대해서도 대출에 나섰고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부동산 개발업체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계약금 일부만 부담하면 대출을 알선하고 은행은 대출 신청자에게 주택 수리나 여행 등의 명목으로 위장해 계약금 대출을 해주고 있어 부실대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중국 컨설팅 회사 잉찬(盈燦)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중국의 계약금 대출액 규모는 9억2400만달러로 6개월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에서 P2P 대출은 업체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최고 연 24%에 달하는 고금리로 빌려주는 것으로,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저신용자가 집을 사기 위해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어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은행들은 또 대출을 투자로 분류하는 방법으로 금융당국의 규제망을 피해오기도 했다. 지난 3년간 중국 은행들은 복잡한 회계기법을 사용해 대출을 투자항목으로 분류되는 ‘미수채권’으로 바꿨다. 투자는 대출보다 까다롭지 않고 대출 항목에서 제외되면서 은행 건전성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난다. 부실 대출 규모가 장부상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행의 회계장부에서 미수채권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그램캐피털어드바이저스가 103개 중국 은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수채권은 전년보다 63%(14조위안) 늘었다. 회계장부상 공식적인 대출의 16.5%에 달하는 규모다. 일부 은행은 미수채권으로 인한 위험이 심각한 수준이다. 흥업은행의 미수투자 또는 미수채권 규모는 3월 말 현재 2조위안으로 전체 자산 중 36% 수준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GDP와 맞먹는 규모다.


신용평가사들, 잇따라 경고 메시지

피치를 비롯해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중국의 금융 부실에 대해 잇따라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말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정부와 기업의 부채 비율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3월 초에는 무디스도 높은 부채 비율을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이런 국제 신용평가사의 평가에 대해 중국은 편향된 시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은 S&P와 무디스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과 관련해 “중국 국채는 역사적으로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보다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해왔다”며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중국에 대한 명백한 편견을 보여준다”고 했다.

중국 금융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는 하다.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는 은행의 잠재적 부실에 대처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은감위는 대출을 투자로 위장하지 못하도록 은행들이 자체 투자상품에 직간접적으로 자산관리펀드 자금을 투입할 수 없게 하고, 대출에 근거한 투자상품도 충당금을 더 쌓도록 했다. 급증하는 계약금 대출에 대해선 중국 정부가 나섰다. 선전과 상하이 등은 지난 3월 비거주자의 주택 구입을 제한하고 계약금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나 중개업체의 계약금 대출도 금지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서방 중국전문가들 눈에는 미흡하게 보인다. 중국에 기반을 둔 시장연구기업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는 2020년 전에 중국 경제가 극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너선 앤더슨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급증하는 부채 관리를 포기했다”며 “아무도 대출 거품을 터뜨릴 용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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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회사 또는 이런 금융회사에서 취급하는 금융상품을 뜻한다. 금융의 모습과 비슷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고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서‘그림자’라는 말이 붙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기초로 한 신용파생상품이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이다.

부실채권(NPL·Non Performing Loan)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도 받을 수 없게 된 채권. 1~3개월 연체된 대출은‘요주의’, 3~6개월 연체된 대출은‘고정’, 6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은 ‘회수의문’으로 분류한다. 이 중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고정이하여신(Sub-Standard)’이 부실채권에 속한다.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NPL ratio)은 은행의 총 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P2P(Peer to Peer) 대출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약속한 기간 동안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출 서비스다. 대출업체가 대출 신청을 받아 적정 금리를 결정해 인터넷 대출 플랫폼에 올리면 투자자들이 이를 보고 돈을 빌려준다. 주로 은행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대출자들이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