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로 알려진 SC펀더멘털이 GS홈쇼핑에 배당금을 두 배 수준으로 늘리고 유통주식의 10%를 매입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 주총에서도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주행동주의, 특히 외국계 헤지펀드에 의한 행동주의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에 관심이 없고 오직 시세차익만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이들이 단기차익을 얻고 떠나면 결국 국부의 유출이라고 우려한다. 이들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영을 할 수 없고 기업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순기능도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회사의 주가가 기업의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 되어 있다고 확신하는 경우에 투자한다.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현저하게 낮게 거래될 때 이를 해결해 결국 대다수 소액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GS홈쇼핑의 경우를 보자.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조2311억원인데 2015년 말 순자산은 9150억원, 순이익은 78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2월 18일 주가 18만7600원으로 계산한 PER는 약 16배, PBR는 약 1.4배, 작년 배당금은 7700원, 배당수익률은 4.1%에 달한다. 시장평균 PER는 약 11배, PBR는 1.1배 그리고 배당수익률은 1% 남짓이니 모두 시장평균을 웃돈다. 이 비율만 보면 배당을 더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라는 헤지펀드의 주장이 과도하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이 회사에는 현금성 자산이 7400억원 있다. 소액투자자들의 관점은 홈쇼핑이 대규모 투자가 수반하는 사업이 아니니 회사에 이렇게 막대한 현금을 쌓아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현금 중 상당액을 배당한다 해도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어 주가가 많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하면 그만큼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이다. 이것이 대다수 투자자의 이익에 부합한다.” 이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회사나 경영진은 항변할 것이다. 주가가 저평가된 것이 왜 경영진이나 오너의 책임이냐고. 하지만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동업 체제이다. 소액주주들도 회사가 사업에서 얻는 과실을 주식 수에 따라 균등하게 분배 받을 것이라고 믿고 회사에 투자한다. 설혹 회사가 영업을 지속하는 동안 자기가 먼저 주식을 팔아야 할 경우에도 회사의 성과에 상응하는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장회사들은 주식을 거래소에 상장시켜 거래되도록 하는 것이고 주가가 회사의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엘리어트가 반대한 핵심요지도 삼성물산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동안 경영진이 이를 방치했다가 내재가치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정함으로써 다른 소액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궁극적으로 제일모직 대주주의 이익을 도모했다고 의심한 것이다. 회사 가치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장회사 자산은 대주주만의 몫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액주주들은 투기꾼들이 아니고 이어달리기를 하는 사업의 파트너이다. 회사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의 이익을 지켜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문화가 정착되어야 소액투자자들의 투자도 활성화되고 우리경제의 역동성도 확보될 것이다.
▒ 조세훈
고려대 경영학과, 신한BNPP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현 수탁고 1000억원 규모의 이룸투자자문 대표. 주요 저서 <나는 주식으로 꿈을 꾼다>, <성공하는 주식투자의 평범한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