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내수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우유, 요거트 등 유제품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사진 : 비나밀크>
베트남 내수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우유, 요거트 등 유제품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사진 : 비나밀크>

베트남 시가총액(약 14조원·2017년 12월 말 기준) 1위 기업은 유제품 생산·유통업체인 ‘비나밀크(Vinamilk·베트남유업)’다.

1976년 국영기업으로 설립된 비나밀크는 사업 초기만 해도 공장 2곳에서 연유만 생산해 팔았으나 현재는 우유, 분유, 두유, 아이스크림, 요거트, 주스 등으로 판매 제품을 확대해 250여종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베트남 전체 유제품 시장점유율은 53%(2015년 말 기준)로 1위다. 베트남 가정 중 92%는 비나밀크 제품을 구매했으며, 가정당 비나밀크 제품을 구매하는 횟수는 연간 22회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지분 53%… 해외 투자 적극적

비나밀크는 최근 5년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매출액은 46조7940억동(약 2조2087억원)으로 전년보다 1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9조3500억동(약 4413억원)으로 20.5% 늘었다.

비나밀크는 베트남 전국에 공장 15곳, 직영 소매점 100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650여개 마트, 21만개 소형 가게도 유통망으로 활용하고 있다. 비나밀크 제품은 한국뿐 아니라 태국·일본·대만·러시아·미국 등 전 세계 4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는데, 그 비율이 전체 매출의 20% 정도다.

전문가들은 비나밀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부쑤언토(Vu Xuan Tho)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나밀크가 캄보디아에 공장을 설립하고, 뉴질랜드 동종 기업을 매입하는 등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2021년에는 매출이 3조7500억원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나밀크의 ‘터닝 포인트(전환점)’는 2003년 주식회사로 전환하며 민영화한 것이었다. 마이끼에우리엔(Mai Kieu Lien) 비나밀크 최고경영자(CEO)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수익성이 좋은 회사이긴 했지만, 경쟁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사업 확대나 변경 같은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에 정부 승인을 1년씩 기다리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것이었다”며 민영화 이유를 밝혔다. 현재 비나밀크의 의사결정 과정은 2~3주 정도로 크게 단축됐다.

비나밀크는 2006년 1월 베트남 증시에 상장됐다. 비나밀크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53%로 크게 늘었다. 베트남 국영자본투자공사(SCIC)의 지분은 36%로 낮아졌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자금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2015년부터 외국인 지분 보유 한도를 최대 49%에서 100%로 상향 조정한 것이 주효했다.


분유·우유 먹는 베트남 어린이 1000만명 달해

비나밀크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내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비나밀크는 9개 목장, 5만여마리의 젖소를 자체 보유하고 있는데, 2016년 6월 미국에서 젖소 220마리를 추가 수입했다. 2014년 5월에는 우리 돈으로 약 250억원을 투자해 캄보디아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 2016년부터 유제품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공장은 연간 우유 1900만ℓ, 연유 8000만캔, 요구르트 6400만캔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비나밀크가 80%가량을 의존하고 있는 내수시장도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베트남은 최근 5년간 연평균 6%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1인당 GDP 역시 2016년 기준 2215달러(약 237만원)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요거트·치즈·아이스크림 같은 유제품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최근에는 가공유보다는 질이 좋은 생우유 수요가 늘면서 비나밀크 우유 중에서도 ‘비나밀크 100%’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에서 15번째로 많은 인구(약 9500만명) 가운데 분유와 우유를 주로 소비하는 6세 이하 어린이가 1000여만명에 달하고,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여전히 2명대로 높은 것도 회사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 발효되는 베트남-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장기적으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유제품에 물리는 관세는 56%에 달하는데, FTA가 발효되면 5년 내 이 관세를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아시아 시장 진출이 용이한 베트남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기 위한 유럽 경쟁 유제품 업체들의 내수시장 진입이 잇따를 전망이다.


Plus Point

비나밀크 이끄는
베트남 파워 여성 CEO

마이끼에우리엔 CEO. <사진 : 비나밀크>
마이끼에우리엔 CEO. <사진 : 비나밀크>

비나밀크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마이끼에우리엔은 2012년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베트남 여성 경영자 중에서는 처음이었다.

1953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리엔은 러시아 모스크바대에서 유업(乳業)을 전공한 뒤, 1976년 베트남 정부가 비나밀크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후 기술 엔지니어, 기술 담당 임원 등 요직을 거쳤고, 1992년 12월부터 25년 넘게 CEO를 맡고 있다.

리엔은 “리더는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리엔은 1983년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내부 우려를 뒤로 하고 각 가정에서 만들어 먹던 요거트를 상품화해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 요거트는 베트남 점유율 84%를 차지하고 있는 비나밀크의 효자 상품이다.

1990년대 들어 글로벌 유제품 기업들이 베트남에 앞다퉈 진출하며 경쟁이 격화되자 마케팅 예산을 전체 2%에서 6%로 늘리고 펩시코(PepsiCo)의 전직 임원을 비나밀크 영업 담당 임원으로 전격 영입하며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비나밀크 우유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영양가가 있다’는 문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