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흔들리고 있다. 무역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 둔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의 생산 공장. 사진 블룸버그
중국 제조업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흔들리고 있다. 무역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 둔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의 생산 공장. 사진 블룸버그

중국 제조업이 미·중 무역전쟁 탓에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10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50.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인 50.6에 못 미쳤고, 9월(50.8)보다 나빠졌다. 2016년 7월(49.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PMI가 50.2로 떨어진 것은 중국 경제가 경기 위축 국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중국 제조업 PMI는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5월 이후 하락하고 있다.

미국은 9월 24일부터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고율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월 경제지표가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반영한 첫 달이었던 셈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분기에도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발표한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2009년 1분기(6.4%) 이후 가장 낮은 6.5%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기업의 고통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부채축소 정책의 후유증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늘어난 데다 미·중 무역전쟁이 가열되면서 제조업 확장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반도체에 미국 기업의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해외 기업으로의 수출을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반도체 전쟁으로 비화하면서 ‘중국제조 2025’도 타격을 받게 됐다. 중국은 2015년부터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40%(모바일 기준)로 높이기로 하고 1조위안(약 177조원)의 반도체 기금을 조성했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푸젠성 정부와 국유기업 등이 출자해 2016년 설립한 회사가 푸젠진화다. 56억달러를 투입해 공장을 지었고, D램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미국 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로 중국의 D램 생산뿐만 아니라 반도체 굴기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중국 지도부도 미·중 무역전쟁이 터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경제둔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혔다. 1일(현지시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경기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일부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치국은 중국 공산당의 핵심 의사결정기구다.

정치국은 “장기적으로 쌓인 리스크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를 매우 중요시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국이 중국 경제가 어려운 국면에 놓인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집중적인 후속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안정시키고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 성장 속도는 당분간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 언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