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송환법을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주말 시위를 앞두고 홍콩 경찰이 시위의 상징 인물을 체포했다. 반환 당시 약속받은 자율성과 자치권을 지키려는 홍콩 시민과 ‘하나의 중국’을 꿈꾸는 시진핑 중국 정부의 마찰이 극대화하는 상황에서 홍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8월 30일 홍콩 경찰은 시위대의 중심인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등을 체포했다. 웡은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주역으로 이번 송환법 반대 시위의 중심 인물이다. 그래서 시위를 상징하는 인물이 체포된 것을 두고 홍콩 정부의 강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83일째(30일 기준)를 맞이한 홍콩 시위는 우산혁명 기록(79일)을 넘어선 지 오래다. 참여자도 200만 명까지 증가했다.

중국 개방의 상징이자 국제 금융 도시 홍콩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20대의 치정 사건이 계기가 돼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돌아간 홍콩 남성을 처벌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홍콩과 대만 간 범죄인인도조약이 맺어지지 않은 탓에 그를 대만으로 보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속지주의를 택한 홍콩이 타국에서 발생한 범죄를 처벌할 수도 없었다. 홍콩은 대만, 마카오, 중국 본토 등 범죄인인도조약 미체결 국가로도 범죄인을 송환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했는데, 이는 오히려 홍콩 내 반중(反中) 정서를 폭발시켰다.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핵심은 중국의 홍콩 통치 원칙인 ‘일국양제(一國兩制)’다. 중국이 약속한 자치권은 중국이 미국에 맞먹는 G2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홍콩이 첨단과 혁신으로부터 뒤처지기까지 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20대의 분노와 상실감이 크다. 중문대 조사에 따르면 시위대 연령층은 20대가 49.1%로 압도적으로 많고, 정체성도 중국인보다 홍콩인에 가깝다.


연결 포인트 1
50년 시한 ‘일국양제’는 무엇
150년 영국 땅→22년째 중국 땅

‘정치적으로는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를 뜻하는 일국양제는 지금의 중국을 있게 한 개혁·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이 만든 개념이다. “죽기 전 반환식에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홍콩 반환에 집착했던 덩샤오핑은 일국양제라는 해법으로 홍콩 공산화를 우려하던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의 마음을 돌렸다.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인민만 잘살게 하면 된다는 그의 이론인 ‘흑묘백묘(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와 맞닿는 부분이다.

1800년대 제1·2차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청나라와 난징조약, 베이징조약 등을 맺어 홍콩섬, 주룽반도, 신계 등을 차례로 할양(割讓), 조차(租借)했다. 특히 영구 할양한 홍콩섬, 주룽반도와 달리 99년 기한으로 조차한 신계를 놓고 반환 기간(1997년)이 다가오면서 입장 차가 커졌다. 영국은 신계 지역 재조차를 원했지만, 중국은 홍콩 전체를 반환받기 원했고, 이때 덩샤오핑이 내놓은 묘수가 일국양제다. 홍콩에서 50년 동안 자본주의 경제 체제와 민주주의 정치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약속한 것이다. 영국도 홍콩섬과 주룽반도가 금융·경제 노른자위임에도 배후 지방 신계 없이는 홍콩을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닫고 반환에 합의했다.


연결 포인트 2
홍콩에 접근하는 ‘경제 태풍’
1달러 들어올 때 2.6달러 빠져나가

“홍콩에 ‘경제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 최근 홍콩 재정부 장관 폴 찬이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다. 홍콩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3%’에서 ‘0~1%’로 하향 조정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대내적으로는 홍콩 시위까지 겹치면서 홍콩 경제가 흔들리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자금 이탈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경제가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트랜스퍼와이즈에 따르면, 8월 1달러가 홍콩으로 유입될 때 홍콩에서 나간 돈은 2.64달러에 달했다. 시위 이전에는 1 대 1 수준에서 움직였다. 외인 자금 이탈이 더욱 치명적인 이유는 홍콩의 ‘페그제(peg system)’ 때문이다. 한 나라 통화 가치를 특정국 통화 가치에 고정시키는 고정환율제도로 아시아 금융 허브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1983년 이후 1달러당 환율을 7.75~7.85홍콩달러로 묶어두고 있다.

홍콩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면 HKMA는 외환보유고를 풀거나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페그제를 완화·폐지할 수 있다. 모두 홍콩 경제에 충격이다.


연결 포인트 3
고도화하는 중국의 시위 대응법
SNS 조직적 선전·홍콩 기업 압박

8월 22일 구글은 홍콩 시위와 관련해 허위 정보 선전전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한 유튜브 채널 210개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폐쇄 이유는 “관련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 이 채널들이 ‘조정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발견했다”였다. 앞서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같은 이유로 계정 1000여 개를 삭제했다.

장기전으로 치닫는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법은 고도화하고 있다. 당초 군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긴 했지만,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대신 중국 정부는 가짜뉴스 생산을 통한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8월 12일 관영지 차이나데일리는 공항 점거 영상에서 시위대가 들고 있는 장난감총을 미군이 쓰는 유탄발사기 M320이라며 이들이 무장한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 압박 카드도 쓴다. 초기 직원들의 시위 참여를 묵인하거나 독려한 홍콩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특히 중국 국무원 관계자가 “정부도 사태가 악화할 때까지 망설이지 않겠다”고 말한 이후 기업 태도가 바뀌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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