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11월 말을 목표로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EPA 연합
알리바바가 11월 말을 목표로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EPA 연합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홍콩 주식 시장에 상장한다. 알리바바를 2014년 뉴욕 증시에 뺏긴 홍콩은 지난해부터 차등의결권을 인정하며 중국의 혁신 정보기술(IT) 기업 상장을 추진했다. 정치적 혼란과 금융 불안으로 침체한 홍콩은 알리바바 상장이 홍콩 경제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월 13일(현지시각) 홍콩 증권거래소(HKEX) 상장위원회가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 신청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기업공개(IPO) 규모는 최대 1170억홍콩달러(약 17조원). 홍콩 증시 기업공개 중 올해 최대 규모이자, 2010년 AIA(1590억홍콩달러)와 2006년 중국공상은행(1249억홍콩달러)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한다. 알리바바는 이날부터 1주일 동안 전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한 뒤 11월 25일 정식 거래에 들어갈 예정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알리바바의 주식 판매에 시티그룹과 JP모건 체이스, 모건스탠리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4대 국유은행인 농업은행과 건설은행, 공상은행, 중국은행도 투자은행을 도와 알리바바 주식을 판매할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은 앞서 두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알리바바는 2014년 처음으로 홍콩 증시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당시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 홍콩 증권거래소의 규제에 막혀 뉴욕 증시 상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차등의결권은 1개의 주식마다 1개의 의결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해주는 제도다. 당시 홍콩 증권거래소는 마윈(馬雲) 전 회장에게 이사진의 과반을 지명할 수 있도록 한 알리바바의 기업지배구조를 문제 삼았다.

홍콩 증권거래소가 차등의결권 주식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변경하면서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 재추진의 물꼬가 트였다. 2018년 1월 홍콩에서 열린 기업인 행사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에게 홍콩 증권거래소가 차등의결권 주식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윈 전 회장은 “알리바바는 이 메시지를 받아들이며 홍콩 증시 상장을 확실히 검토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알리바바는 올해 8월 상장을 목표로 7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뉴욕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1 대 8로 분할하는 결정을 내리는 등 상장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이번엔 반중(反中) 홍콩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에 발목이 잡혔다. 시장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알리바바는 홍콩 증시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홍콩 증시에서는 대어(大魚)로 꼽히는 알리바바의 기업공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Dealogic)은 알리바바의 뉴욕과 홍콩 증시 이중 상장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알리바바는 2014년 뉴욕 증시에 상장할 때 250억달러를 끌어모아 세계 최대 기업공개 기록을 세웠다. 뉴욕 증시에 주당 68달러에 상장된 알리바바는 11월 12일(현지시각), 주당 186.97달러로 마감했다.


연결 포인트 1
‘마윈 후계자’ 장융의 시험대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은 창업주 마윈 전 회장이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마윈 전 회장이 지난 9월 공식적으로 은퇴하면서 이 숙제는 후임자인 장융 알리바바 회장의 몫이 됐다. 장융 회장은 마윈 전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으며 2015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부터 마윈의 후임자로 낙점됐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은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마윈 전 회장이 타협을 모르는 카리스마형 경영인이었다면, 장융 회장은 정부를 의식해야 하는 중국 특유의 기업 환경을 고려하며 융통성을 발휘하는 경영인이라는 것이다. 장융 회장은 마윈 전 회장의 퇴임 이후 공식 석상에서 “우리는 정부로부터 큰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속해서 강조하며, 정부에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미 뉴욕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가 홍콩 증시에 이중 상장하는 것은 중국 정부를 기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결 포인트 2
침체한 홍콩 증시, 위상 회복하나

알리바바가 계획대로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 홍콩 증시의 위상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2018년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조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반중 시위 장기화 등의 이유로 기업이 줄줄이 상장을 연기하면서 뉴욕 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뒤처지게 됐다. 과거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의 걸림돌이 됐던 차등의결권 규제를 푼 홍콩 증권거래소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와 배달 서비스 기업 메이퇀디엔핑 등의 잇따른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고든 추이(徐聯安) 홍콩 증권협회 대표는 SCMP에 “알리바바는 잘 알려진 전자상거래 회사이기 때문에 홍콩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있을 것”이라며 “알리바바의 이번 기업공개는 홍콩 시위에 따른 기술적 불황에 빠진 홍콩 경제 상황에서 홍콩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가 있음을 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결 포인트 3
미·중 무역전쟁 완화 신호 될까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이 미·중 무역전쟁의 위험을 완화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던 지난 6월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언론은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공개 기록을 세운 뒤 정치적 이유로 새로운 기업공개를 준비한다” “정치적 상황이 알리바바의 홍콩 증시 상장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집(중국)과 가까워져 그들의 충성심이 베이징을 향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15개월째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은 1단계 합의가 임박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12일(현지시각) “중요한 1단계 미·중 무역 합의가 곧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국과 우리의 노동자, 위대한 기업을 이롭게 할 때만 합의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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