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1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손의 테슬라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사이버트럭’ 공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이미지 컷. 사진 연합뉴스, 테슬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1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손의 테슬라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사이버트럭’ 공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이미지 컷. 사진 연합뉴스, 테슬라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테슬라가 처음으로 공개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Cybertruck)’이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연일 화제다. 머스크는 11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손의 테슬라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사이버트럭 공개 행사를 열고 직접 신차를 소개했다. 사이버트럭은 2003년 테슬라가 출범한 이후 여섯 번째 모델이자 첫 번째 전기 픽업트럭이다.

이날 행사에서 테슬라 수석 디자이너 프란츠 홀츠하우젠은 “깨지지 않는 유리”라며 앞좌석 방탄유리창에 금속 공을 던졌다. 그러나 설명과 달리 유리창은 공 모양을 중심으로 거미줄같이 금이 갔다. 홀츠하우젠 수석이 다시 한 번 뒷좌석 유리창에 공을 던졌지만, 유리창은 역시 금이 갔다. 홀츠하우젠 수석과 함께 공개 행사 무대에 섰던 머스크는 “적어도 창문을 뚫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개선할 점은 있는 것 같다”며 당황했다. 머스크는 사이버트럭의 깨진 유리창 앞에서 남은 발표를 마쳤다. 이날 공개 행사는 약 25분 동안 진행됐다.

이후 머스크는 11월 24일 본인 트위터에 “대형 망치로 차 문을 친 충격으로 차 유리 아랫부분에 금이 갔다”며 “먼저 금속 공을 창문에 던진 후 망치로 차 문을 두들겼어야 했다. 다음번에는…”이라고 올렸다. 홀츠하우젠 수석이 금속 공을 유리창에 던지기 전 머스크가 트럭 차체의 패널이 얼마나 튼튼한지 성능 실험을 하기 위해 대형 망치로 문을 때렸는데, 당시 충격이 지나쳐 금속 공을 던지자 유리창이 깨졌다는 설명이다. 하루 전인 11월 23일 밤에 머스크는 트위터에 “20만(200k)”이라는 짤막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소동에도 불구하고 사이버트럭의 주문량이 20만 대에 달했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소동이 전부는 아니었다. 사이버트럭은 전통적인 픽업트럭의 모양을 완전히 뛰어넘는 획기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머스크는 첩보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 공상과학(SF)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에 등장한 자동차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이버트럭은 SF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처럼 보인다. 겉모습은 마치 콘셉트카 같다. 빠르면 2021년부터 양산될 예정이다.

성능도 남다르다. 사이버트럭은 머스크의 ‘스페이스X 로켓’ 선체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스테인리스 합금으로 제작돼 9㎜ 권총 총격에 견딜 수 있다. 유리도 어쨌든 방탄 사양이다. 사이버트럭은 모터 규격에 따라 세 가지 모델로 나온다. 2021년 출시되는 3만9000달러(약 4600만원)짜리 싱글 모터 모델은 한 번 충전 시 주행 거리 250마일(약 402㎞), 견인 능력 7500파운드(약 3.4t)다. 4만9000달러(약 5800만원)짜리 듀얼 모터 모델은 주행 거리 300마일(약 482㎞), 견인 능력 1만파운드(약 4.5t)다.

2022년 주행 거리 500마일(약 805㎞), 견인 능력 1만4000파운드(약 6.4t)를 갖춘 6만9900달러(약 8200만원)짜리 삼중 모터 최상급 모델이 출시된다. 1만4000파운드는 시판 픽업트럭 중에서 가장 높은 견인 능력치다. 제로백(자동차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모델에 따라 2.9~6.5초다. 모든 모델에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다.


왼쪽부터 미국 스타트업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 ‘R1T’, 로드스톤 모터스의 전기 픽업트럭 ‘엔듀런스’,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사진 각사 홈페이지
왼쪽부터 미국 스타트업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 ‘R1T’, 로드스톤 모터스의 전기 픽업트럭 ‘엔듀런스’,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사진 각사 홈페이지

경쟁 치열해지는 전기 픽업트럭 시장

미국은 세단보다 픽업트럭이 더 많이 팔리는 나라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 앤드 드라이버’ 인터넷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포드의 F 시리즈 픽업트럭으로 판매량 90만9330대를 기록했다. 이어 GM의 픽업트럭 ‘쉐보레 실버라도(58만5581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픽업트럭 ‘닷지 램(53만6980대)’순이었다. 실제 미국의 ‘자동차 도시’인 디트로이트 3대 자동차 회사인 포드·GM·피아트크라이슬러는 수익성 악화와 소비자의 관심 부족으로 최근 세단을 비롯한 소형차 생산을 포기하거나 줄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가들은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전기 픽업트럭 경쟁에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한다. 이른바 차세대 픽업트럭 전쟁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GM은 아직 전기 픽업트럭에 대해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B1T’라는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차체)을 사용할 전기 픽업트럭 프로그램에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기지는 디트로이트에 건설될 예정이다. 픽업트럭의 강자 포드도 ‘F-150’ 전기 픽업트럭을 2021년 차세대 트럭으로 선뵐 예정이다. 사양이나 세부 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당장 눈에 띄는 곳은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올해 2월 아마존이 7억달러(약 8200억원), 4월 포드가 5억달러(약 5900억원)를 각각 투자하면서 화제를 모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은 이르면 2020년 전기 픽업트럭인 ‘R1T’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차는 전륜 구동형으로 최대 1만1000파운드(약 5t)까지 견인할 수 있다. 또 조정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 레벨 3급 자율주행 능력도 갖췄다. 리비안은 일부 모델은 수퍼카처럼 제로백이 3초 이내라고 강조한다. 또 다른 미국 전기 자동차 스타트업 로드스톤 모터스는 올해 11월 폐쇄된 공장을 GM으로부터 인수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 회사도 2021년 전기 픽업트럭 ‘엔듀런스’를 선뵐 예정이다. 현재 1대당 1000달러(약 118만원)의 사전 계약금을 받고 모객에 한창이다. 이 차는 사륜구동형이라는 점 외에 아직 밝혀진 내용은 없다.


한국도 픽업트럭 기지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레저 인구 증가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픽업트럭은 4만2021대로, 2017년(2만2912대)보다 83.4% 급증했다. 한국GM은 10월 28일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는데 일주일 만에 143대가 팔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으로, 곧 1개월치 판매량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했다.

픽업트럭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쓰면서도 부피 큰 짐을 실을 수 있어,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층에 매력적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국내에서도 전기차 픽업트럭을 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픽업트럭은 세금이 싸다는 장점도 있다. 승용차가 아닌 화물차인 덕에 연간 자동차세가 저렴하다. 자동차세를 매길 때 승용차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지만, 화물차는 적재중량에 맞춘다. 적재중량이 1t 미만인 화물차는 연간 2만8500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일례로 GM 콜로라도 배기량은 3649cc이기 때문에, 승용차 기준을 적용한다면 연간 약 95만원의 자동차세를 내야 한다. 같은 배기량의 승용차보다 자동차세로만 연간 90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 취·등록세 역시 차량 가격의 5%로 일반 승용차(7%)보다 싸다. 개별 소비세와 교육세가 면제되고, 개인 사업자로 등록하면 부가세 10%도 환급받는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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