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쪽 시베리아와 중국을 잇는 천연가스관 ‘시베리아의 힘’ 건설 현장. 사진 가즈프롬
러시아 동쪽 시베리아와 중국을 잇는 천연가스관 ‘시베리아의 힘’ 건설 현장. 사진 가즈프롬

러시아와 중국을 잇는 가스관이 공식 개통, 가동됐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안보·경제 밀착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에너지 동맹이 한층 견고해졌다. 12월 2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지역과 중국 동북부 지역을 연결하는 가스관 개통식을 했다고 전했다. 두 나라를 잇는 첫 가스관이다.

‘시베리아의 힘’으로 이름 붙은 이 가스관은 2014년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즈프롬과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의 계약으로 탄생했다.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에 있는 코빅타 가스전과 극동 사하공화국에 있는 차얀다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중·러 국경에 있는 아무르주를 통해 중국까지 수송하는 3000㎞ 길이의 관이다.

이날 개통된 구간은 차얀다에서 접경 지역 블라고베셴스크까지 이어지는 2200㎞ 구간이다. 가즈프롬은 다음 단계로 차얀다에서 코빅타로 이어지는 800㎞짜리 가스관을 2023년 개통할 예정이다. 러시아 동부와 중국을 잇는 이 사업은 총길이 8000㎞에 달하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다. 이날 개통식으로 러시아 구간과 11월 공사가 끝난 중국 북부까지 약 4000㎞가 완성됐다. CNPC는 베이징, 상하이까지 길을 연결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이 길을 통해 연간 380억㎥에 달하는 천연가스를 30년간 중국에 공급할 수 있다. 중국 천연가스 연간 소비량의 약 13%, 연간 수입량의 약 20%에 달하는 규모다.

이날 중국 국경 근처 아무르주에서 열린 개통식에는 두 나라 정상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러시아 남부 소치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무르 기지를 화상으로 연결하는 형식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에너지 분야에 있어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관계를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고, 시 주석은 “중국과 러시아의 깊은 통합과 전략적 협력의 표본으로 양국 관계 발전은 중국의 우선 외교 정책”이라고 화답했다.


연결 포인트 1
딱 맞아떨어진 경제적 이해관계

‘시베리아의 힘’ 프로젝트는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중국은 대기 오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연료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천연가스 수입량은 9039만t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이 됐다. 전년보다 31.9% 증가했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웃 러시아로부터의 조달 확대가 필수다. 특히 중국은 장기화하는 미국과 무역 마찰로 새로운 수입처 확보가 절실했다. 미국산 천연가스에 의존해왔으나, 무역전쟁 이후 미국산 가스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 러시아도 판로 다변화에 대한 갈증이 컸다. 러시아는 생산한 천연가스를 유럽 지역에 주로 수출해왔으나, 크림반도 사태 이후 미국의 경제 제재로 수출길이 좁아졌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령이던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강제 편입했고, 이를 계기로 미국은 대러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럽에 의존하던 천연가스 수출 사업을 동아시아로 확장하는 이유다.


연결 포인트 2
중·러 손잡고 미국에 공동 대항

두 나라의 밀착은 국제 정세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생산국이 손잡고 전략적 에너지 협력 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군사·안보 측면에서 손잡고 미국에 공동 대항하고 있다. 양국은 이전부터 에너지 동맹을 강화해왔다. 2011년 러시아에서 중국 북동부로 가는 송유관 지선(支線)을 가동한 이후 올해는 러시아의 북극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아크틱 2’에 중국 기업도 투자로 참여했다. 지난 9월 양국은 러시아 남서부에서 2년 연속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하며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가스관 개통은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쳐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질서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과 러시아는 수년간의 경쟁 끝에 세계 정치·무역·에너지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는 경제·전략적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리카 다운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중·러 협력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대안이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연결 포인트 3
미국 견제 심화 가능성 커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견제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전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들에게 “(협상) 데드라인이 없다”고 밝혔다. 내년 11월 대선 이후도 시사해, 무역전쟁 봉합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커졌다. 다른 한편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노르드스트림 2’ 건설을 강행할 경우 관련 기업들에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의명분은 유럽 안전 위협이지만, 유럽 내 러시아의 영향력 확산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 관계가 양측의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두 나라는 1996년부터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을 연구했지만, 2014년 5월 중·러 정상회담에서야 이 프로젝트에 최종 서명했다. 중국의 끊임없는 가격 인하 요구에도 좀처럼 넘어가지 않던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국제 사회에서 코너에 몰리자 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금액은 4000억달러지만, 실제 지급액은 20% 낮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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