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홍콩보안법 제정에 반발한 시민들이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 AFP연합
5월 24일 홍콩보안법 제정에 반발한 시민들이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 AFP연합

중국이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 수천 명이 다시 격렬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홍콩 경찰은 병력 8000여 명을 배치해 200여 명의 시민을 체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5월 24일 오후 홍콩 시민 수천 명이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와 경찰 본부가 있는 완차이 등 도심에서 ‘광복홍콩 시대혁명(홍콩을 해방하라, 우리 시대의 혁명)’ ‘홍콩 독립, 오직 그 길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성조기를 흔들기도 했다.

2014년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을 떠올리듯 우산을 쓰고 거리에 나온 시민들도 있었다.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조슈아 웡도 현장에 나와 “홍콩보안법 발표에 맞서 싸울 때”라며 “보안법을 위반해서라도 계속 싸우고 국제 사회에 지지를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물대포차, 장갑차를 집회 예정 장소에 배치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오후에는 시위대가 코즈웨이베이에 모이자마자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강제 해산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홍콩 시위가 재점화된 이유는 중국 본토에서 홍콩보안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22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개막식에 제출된 초안에 따르면, 홍콩보안법의 골자는 홍콩 내 반역, 국가 분열, 내란 선동 세력 처벌 및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금지다. 홍콩 시위대는 홍콩보안법이 홍콩의 반중국 인사를 처벌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되며 자치권 침해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거리로 나섰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중국 전인대가 직접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반감도 거셌다. 홍콩 야당과 범민주 진영은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 홍콩 내에 중국 본토 정부기관이 상주하며 반중 인사를 마구 체포할 것이다”라며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홍콩 반환 후에도 ‘홍콩 기본법’에 근거해 연락사무소만 홍콩 땅에 유지하며 외교 국방 외에는 자치를 인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직접 홍콩에서 보안법 기구를 설치해 운영하며 상주하면 자치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홍콩 시민들 역시 대규모 반대 시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6월 4일에는 6·4 톈안먼(天安門) 시위 기념집회가 열린다. 이어 송환법을 반대하며 시민 100만 명이 거리로 나섰던 지난해 6월 9일을 기념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보이며 7월 1일에는 홍콩 주권반환일 기념 시위가 진행될 예정이다.


2017년 9월 19일, 크리스 패튼 전 홍콩 총독이 홍콩 해외기자클럽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2017년 9월 19일, 크리스 패튼 전 홍콩 총독이 홍콩 해외기자클럽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1
세계 정치인 186명 반대 성명

중국이 홍콩 시민들의 반대에도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자 국제 사회의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의 마지막 영국 총독인 크리스 패튼을 포함해 영국 의원 52명, 미국 의원 17명, 유럽과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정치인 등 세계 각국 정치인 186명은 5월 23일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추진은 자치권 침해인 동시에 홍콩에 1국가 2체제를 적용하기로 한 영·중 공동선언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제정은 홍콩 자치권과 자유에 대한 도전이자 1984년 체결한 영·중 공동 선언문의 노골적 위반”이라고 했다.

성명서와 별도로 패튼 전 홍콩 총독은 영국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홍콩을 배신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패튼은 “우리는 중국이 새로운 독재를 펼치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다”며 “중국이 1984년 공동선언에 담긴 일국양제 정신을 파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4월 1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4월 1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2
‘자본 엑소더스’ 일어날까

홍콩이 또다시 혼란에 휩싸이면서 국제금융센터로서 위상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1992년 제정된 미국·홍콩정책법을 근거로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관세, 투자, 무역, 비자 등 분야에서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달리 대우해 왔다. 미국은 중국과 달리 홍콩에 대해선 기술 이전도 일부 허용했고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미국이 부여하는 최대 25%의 대중 보복 관세 적용에 예외를 허용했다. 

그러나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주요 정치인들은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 홍콩이 누려왔던 이러한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홍콩보안법이 제정된다면 홍콩이 국제금융센터로서 갖는 이점이 사라져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오브라이언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5월 22일 성명을 통해 “특별 지위를 철회함과 동시에 홍콩과 중국에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5월 26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시황이 표시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5월 26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시황이 표시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3
한국 경제 돌발변수로 부상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한국 금융시장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중계무역을 해 온 홍콩에서의 혼란이 격화한다면, 함께 무역을 해온 한국의 실물 경제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5월 22일 홍콩증권거래소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과 비교해 5.56% 급락한 2만2930.14에 마감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낙폭을 보였던 홍콩 증시지만, 이번에는 큰 규모의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홍콩 사태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5거래일 동안 상승세였던 코스피지수는 이날 1.41% 하락해 1970.13에서 마감했다. 지난해 한국 수출 중 홍콩의 비중은 5.9%로 중국, 미국, 베트남을 이은 제4 수출국의 자리를 지켰다. 홍콩을 거친 한국의 수출품은 중국, 미국 등으로 다시 수출된다. 이 때문에 홍콩이 미국으로부터 제공받던 무역 등 분야에 대한 특별 대우가 사라진다면 수출국인 한국 역시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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