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휴대폰의 조명을 밝히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6월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휴대폰의 조명을 밝히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미국 내 폭력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시위는 5월 2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州)에서 흑인 남성을 백인 경찰이 과잉 진압해 숨지게 한 사건에서 촉발됐다. 사건 당시 경찰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위조지폐를 썼다는 혐의로 체포한 뒤 그의 목을 9분 가까이 무릎으로 눌렀다. 플로이드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다. 시위는 방화, 약탈, 총격, 이념 갈등으로까지 번지며 미 전역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6월 2일 기준 미 100여 개 도시에서 발생한 시위 진압 과정에서 적어도 5600명이 체포되고 5명 이상의 경찰이 총상을 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전역에 주 방위군 약 2만 명을 동원하는 등 경비 강화에 나섰다.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D.C.에는 6월 1일 밤 전투 헬기까지 투입됐다. 워싱턴 D.C.,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의 주요 도시는 야간통행금지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플로이드의 부당한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된 시위는 약탈 행위로 변질되기도 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루이비통, 구찌 매장 등 명품매장, 고급 백화점, 상점을 부수고 들어가 물건을 훔쳐 나왔다. 항의 시위가 계속되면서 한인 상점들도 폭력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5월 28일까지만 해도 플로이드의 죽음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라며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고 무척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그의 발언은 오히려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를 이념 대결로 전환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31일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테러 조직에 준하는 ‘급진 좌파’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안티파(ANTIFA·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극좌파를 가리키는 말)’를 폭력 시위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5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향해 “폭도와 약탈자, 무정부주의자가 (플로이드 추모를) 먹칠하고 있다”라고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일에는 주지사들과 화상회의에서 폭력을 행사한 시위대를 ‘인간쓰레기(scum)’라고 부르기도 했다.

시위가 확산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공중보건위생을 책임지는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6월 1일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제도적 인종차별주의가 가져올 공중보건상의 파급 효과와 사람들이 해로운 방식으로 시위하고 있는 상황이 초래할 결과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애덤스 단장은 흑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월 1일(현지시각)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정의’, ‘평화’라는 낙서를 쓴 건물 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월 1일(현지시각)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정의’, ‘평화’라는 낙서를 쓴 건물 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1
지하 벙커로 피신한 트럼프

조지 플로이드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으로 모여들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백악관 지하 벙커로 피신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은 5월 31일(현지시각) 당국자 말을 인용해 백악관 주변에까지 시위대가 당도했던 5월 2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아들 배런이 지하 벙커로 불리는 긴급상황실(EOC)로 이동해 1시간가량 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지하 벙커로 피신한 날 백악관 앞에는 수백 명이 몰렸다. 시위대 일부가 백악관 진입을 시도해 비밀경호국(SS)이 최루액을 뿌리며 저지하기도 했다.

미국의 주요 도시 시장들과 민주·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시위 확산 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놓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키샤 랜스 보텀스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항의 시위를 ‘급진 좌파’가 주도하고 있다고 한 것에 “때로 그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2
오바마 “시위자 다수 존경받아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뒤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과 관련해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분노를 정치적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6월 1일(현지시각) 온라인 플랫폼 ‘미디엄’에 올린 ‘이 순간을 진짜 변화를 위한 전환점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시위에 참여한 대다수 시민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위대 강경 진압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적인 태도다.

그는 “전국에 걸친 시위의 물결은 경찰의 관행 및 보다 광범위한 미국의 사법 제도 개혁이 수십 년간 실패한 데 대한 진실하고 정당한 좌절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폭력을 변명거리로 삼지도, 합리화하지도, 거기에 가담하지도 말자”며 “미국 사회가 보다 높은 윤리적 규범에 따라 움직이길 원하면 우리 스스로 그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는 지역 선거에서 제대로 표를 행사해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세계적인 팝가수 비욘세. 사진 블룸버그
세계적인 팝가수 비욘세.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3
세계 스타들, 항의 시위 지지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유명 인사들도 흑인 사망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의미의 “Black Lives Matter”를 외치고 있다.

비욘세는 인스타그램에 이 사건 관련 청원 링크와 함께 “이 고통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정의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뻔뻔스럽게도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하더니, 폭력을 가하겠다고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레이디 가가는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분노한다”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패했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5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평화 시위에 ‘Black Lives Matter’가 적힌 팻말을 들고 직접 참여했다.

이외 세계 3대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 워너 레코즈, 소니 뮤직은 6월 2일 하루 업무를 중단하며 플로이드의 죽음을 추모했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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