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홍콩 센트럴 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시위대가 홍콩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AP연합
6월 30일 홍콩 센트럴 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시위대가 홍콩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AP연합

중국이 전 세계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홍콩인이어도 중국 본토에 끌려가 재판을 받게 될 수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국가 분열 등의 중대 범죄로 판단해 최고형을 내리면 그 홍콩인은 남은 일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홍콩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이 홍콩보안법의 1호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6월 30일 오후 11시(이하 현지시각) 홍콩보안법을 공포하고 즉각 시행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위원 162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법을 15분 만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곧바로 서명했다. 그러나 중국은 종일 뜸을 들이다가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7월 1일) 1시간 전에 법 시행과 함께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전문(全文)을 공개했다.

홍콩보안법의 핵심은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외국과 결탁한 안보 위협 등 4대 범죄를 처벌한다는 점이다. 홍콩 내 반중(反中) 활동을 철저히 막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수사와 기소, 재판 권한을 홍콩 경찰·법원에 부여했으나 필요하면 중국이 홍콩에서 직접 수사하고 피고인을 중국으로 보내 재판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놨다. 중국이 홍콩에 설립하는 ‘국가안전공서’라는 보안 기관이 감시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중국은 2003년 홍콩 정부를 통해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당시에는 홍콩 시민 50만 명의 반대 시위에 밀려 법안을 철회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홍콩에서 발발한 대규모 범죄인 인도법 반대 집회가 장기화하자 중국 지도부는 결국 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은 홍콩보안법을 다른 법보다 우선 적용되는 ‘절대 힘’으로 만들었다. 이 법에 걸려 유죄 판결을 받으면 홍콩 의회는 물론 공직에서도 일할 수 없다. 현직 의원이나 공무원이 유죄를 받으면 즉시 해임된다. 최고형은 무기징역이다.


미국 “홍콩 특별지위 박탈”

홍콩보안법 시행을 지켜본 세계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중국과 무역 분쟁으로 연일 충돌 중인 미국이 이번 사안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밝혀 두 나라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작업을 시작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경고에도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밀어붙이자 미국은 우선 국방 물자와 첨단 기술 수출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투자·무역·비자 등의 분야에서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지위를 홍콩에 보장했다. 만약 미국이 이 지위를 전면 박탈하면 홍콩에 집결했던 글로벌 금융 자본과 우수 인력이 썰물처럼 이탈할 수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겁을 준다고 겁먹을 중국이 아니다”라고 맞대응했다.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인 7월 1일 한 남성이 아들을 안은 채 길을 건너고 있다. 사진 AP연합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인 7월 1일 한 남성이 아들을 안은 채 길을 건너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1
중국의 ‘평범한’ 홍콩 만들기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폐하겠다는 미국의 경고에 중국이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건 더는 홍콩을 중국과 세계를 잇는 경제 일번지로 두고 싶지 않다는 중국 지도부의 뜻일 수 있다. ‘특별한 존재’ 홍콩을 중국의 많은 도시 중 하나로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수년 전부터 홍콩을 광둥성, 마카오와 엮어 ‘웨강아오 다완취(粵港澳大灣區·Greater Bay Area)’의 일부로 관리하고 있다. 홍콩과 맞닿아 있으면서 광둥성의 핵심 도시인 선전은 이미 2년 전 홍콩의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 또 하이난 자유무역항을 인도양 진출의 관문이자 쇼핑 천국으로 육성하고 있다. 무역과 쇼핑은 홍콩의 핵심 무기다. 중국 정부는 홍콩보안법 제정 전날 중국인의 하이난 면세 쇼핑 한도를 연간 3만위안(약 510만원)에서 10만위안(약 1700만원)으로 늘리고 면세 대상도 대폭 확대했다. 사실상 홍콩 쇼핑가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 셈이다.

그간 홍콩 쇼핑 업계는 중국 본토에서 오는 관광객에 크게 의존했었다.


6월 30일 홍콩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중국 국기 뒤에 서있다. 사진 EPA연합
6월 30일 홍콩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중국 국기 뒤에 서있다. 사진 EPA연합

연결 포인트 2
홍콩발(發) 망명 행렬 시작될까

중국이 홍콩보안법으로 홍콩을 억누르고 어수선한 상황에 글로벌 자본마저 빠져나가면 홍콩인은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떠날 가능성이 크다. 신변에 불안을 느끼는 홍콩인에게 대만 정부가 흑기사로 등장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중국이 홍콩보안법 시행 사실을 발표한 6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7월 1일부터 홍콩인 이주를 돕는 ‘대만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의 문을 타이베이(臺北)에서 연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 6월 홍콩에서 반중 시위가 시작된 이후 줄곧 홍콩 지지 의사를 표명해왔다.

같은 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10여 명은 홍콩 사람에게 난민 지위를 주는 ‘홍콩 피난처 법안(Hong Kong Safe Harbor Act)’을 미 의회에 발의했다. 이 법안은 홍콩보안법이 발효되고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거나 정치 행사에 평화롭게 참여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은 홍콩 시민에게 미 국무부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게 골자다.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조슈아 웡이 체포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진 AP연합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조슈아 웡이 체포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3
조슈아 웡, 진짜 체포되나

홍콩보안법은 반중 성격이 강한 홍콩 민주파 진영 활동을 강하게 억제할 것이다. 홍콩을 비롯한 외국 언론은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을 이용해 어떤 인물의 손발을 묶을지 전망하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람은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이다.

조슈아 웡은 시위대가 79일 동안 홍콩 도심을 점거한 상태로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2014년의 ‘우산 혁명’을 이끈 인물이다. 당시 겨우 17세에 불과했던 그는 5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지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반중 시위 때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 의회에 홍콩인권법을 통과시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조슈아 웡은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날 페이스북을 통해 “엄혹한 운명이 눈앞에 놓인 상황에서 개인의 앞날을 헤아릴 수 없게 됐다. 이를 짊어지려는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내 목소리가 당장 들리지 않아도 국제 사회가 계속해서 홍콩을 위해 목소리를 내 달라”고 말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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