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일본 도쿄의 한 쇼핑센터 앞에서 쇼핑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 탓에 쇼핑센터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다. 일본 경제는 2분기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이 -27.8%를 기록해 사상 최악의 역성장을 보였다. 사진 AP연합
8월 17일 일본 도쿄의 한 쇼핑센터 앞에서 쇼핑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 탓에 쇼핑센터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다. 일본 경제는 2분기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이 -27.8%를 기록해 사상 최악의 역성장을 보였다. 사진 AP연합

일본이 경기 침체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상 고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건강 이상설 등 이른바 ‘4중고(苦)’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역사상 최악의 2분기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긴급사태 발효 해제 후 코로나19는 재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40℃ 넘게 기온이 오르며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할 아베 총리는 ‘건강 이상설’에 휩싸이며 국가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일본의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 내각부는 8월 17일 2분기 실질 GDP가 전분기보다 7.8% 줄어 3분기째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동일본대지진 발생으로 경기가 나빠진 2011년 4분기부터 2012년 2분기 이후 8년 만이다. 이런 추세가 1년간 지속하는 것으로 산출한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7.8%였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55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본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급감한 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외식이나 외출, 여행이 이뤄지지 않으며 개인 소비는 전분기보다 무려 8.2% 줄었다. 일본 정부는 앞서 4월 7일 도쿄와 오사카 등 7개 광역지역을 대상으로 1차 긴급사태를 선포했고, 4월 16일 전국으로 확대했다가 5월 25일 이를 모두 해제했다. 기업설비투자는 1.5% 감소하며 2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출도 닛산과 마쓰다 등 자동차 업계의 실적 부진과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 제한으로 18.5% 급감했다.

미즈호 리서치 연구소의 사이스케 사카이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주요국들이 다시 봉쇄 조치를 하거나 일본이 다시 긴급사태를 확대할 경우 경제 활동이 침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일본이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인상을 즉시 중단해야 하며, 세율을 다시 5%로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르셀 틸런트 캐피털 이코노믹스 일본 담당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6월 소매 판매량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며 “3분기 GDP 성장률은 4.5%로 반등하고, 2021년에는 3.5%를 기록해 전망치(2.6%)를 웃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4~5월 긴급사태 선언으로 경제가 멈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탄 차량이 8월 17일 오전 도쿄 게이오대학 병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탄 차량이 8월 17일 오전 도쿄 게이오대학 병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1
아베 총리 또 건강 이상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8월 17일 도쿄 게이오(慶應)대학 병원에서 갑자기 건강검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 측과 병원 관계자는 “6월 정기 건강검진에 대한 후속조치”라고 말했지만,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건강 악화로 사임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아베의 건강 이상설이 점화된 건 일본 주간지 ‘플래시’가 7월 6일 “아베 총리가 관저 집무실에서 피를 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면서다. 아베 총리가 2007년 9월 만성 궤양성 대장염 악화로 취임 1년 만에 퇴임했고, 올해 6월 같은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또 건강검진을 받은 것도 그의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재팬타임스는 아베 총리 측근의 말을 인용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어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들렀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8월 19일 사흘간의 여름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다.


일본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8월 13일 마스크를 쓴 행인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 AP연합
일본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8월 13일 마스크를 쓴 행인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2
코로나19 사망자 급증

8월 18일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사망자가 5월 25일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를 해제한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NHK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30분 기준으로 일본에선 코로나19로 16명이 사망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1148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도 902명이 발생해 누적 5만8473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수도 도쿄도(東京都)에서 이날 207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이틀 만에 다시 200명을 웃돌았다. 도쿄도의 누적 확진자 수는 1만8082명으로,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오사카부 역시 이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185명 늘어 누적 7101명으로 증가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거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중증 환자는 243명으로 집계됐다.

다테다 가즈히로 일본감염증학회 이사장은 “도쿄의 신규 확진자 수가 최고조에 달한 것처럼 보인다”며 “앞으로의 확진자 추이를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열도에 8월 들어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AP연합
일본 열도에 8월 들어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3
최악의 폭염에 열사병 사망 속출

일본에서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열사병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8월 18일 NHK는 이날 오후 3시까지 열사병으로 도쿄에서만 100여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 70대 이상이 약 70%를 차지하며, 80대 남녀 두 사람은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준으로 도쿄도(東京都)에선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79명에 이른다. 특히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거나 치매 증세가 있는 고령자의 피해가 심각했다. 사망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80대가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21명이었다. 사망자 중 75명은 실내에서 사망했는데, 이 중 65명은 에어컨이 없거나 있어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최근 심각한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8월 17일 오후 12시 10분쯤 시즈오카(靜岡)현 하마마쓰(浜松)의 기온이 41.1℃까지 올랐다. 이는 일본 기상청 관측 사상 최고 기온과 같다. 도쿄도의 최고 기온도 37℃까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