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막을 올린 제75회 유엔 총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반 토의 기조연설 사전 녹화 영상이 재생 중이다. 사진 AP연합
9월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막을 올린 제75회 유엔 총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반 토의 기조연설 사전 녹화 영상이 재생 중이다. 사진 AP연합

제75회 유엔(UN) 총회가 볼칸 보즈크르 의장(의장국 터키)의 주재로 9월 22~26일, 29일(이하 현지시각)에 걸쳐 총 6일간 열린다. 이번 총회는 3월 이후 폐쇄된 유엔 본부의 상황과 미국의 회의단 입국 제한 방침을 고려해 화상으로 진행된다. 각국 정상 등 고위급 인사들의 사전 녹화 연설을 상영하고, 미국 뉴욕 유엔본부총회장에는 국가별로 대표단 1∼2명만 참석한다.

이번 총회의 일반 토의 주제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유엔: 다자주의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 효과적인 다자주의 행동을 통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다. 기조연설은 총회 관행상 브라질, 유엔 소재지인 미국과 총회 의장국인 터키, 5개 지역그룹 대표 국가순으로 이어진다.

현재까지 기조연설 가운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정상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격화하면서 양국의 메시지에 이목이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2일 공개한 7분간의 연설에서 대부분 시간을 중국 비난에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적, ‘중국 바이러스’와 치열한 전투를 벌여왔다”면서 “사태 초기 이 감염병을 세계에 퍼뜨린 나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바로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위기에 관해서도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미국의 두 배이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은 매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다른 나라 수역에서 남획한다”고 중국을 맹공격했다.

반면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합론을 제기하면서 미국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시 주석은 “중국은 다른 나라와 냉전이나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 없다”며 “국가 간에 차이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일방주의 대신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 협력을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언제나 세계 평화의 건설자로, 지구 발전의 기여자로, 국제 질서의 수호자로 남을 것”이라면서 “패권이나 세력 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중 갈등을 전면 비판하는 메시지도 등장했다.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최대 경제국들이 자신만의 역량으로 지구촌을 갈라놓는 미래는 우리 세계가 감당할 수 없다”며 미·중 ‘신냉전’ 중단을 호소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늘날 세계를 중국과 미국의 경쟁에 지배되도록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도 국가 간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세태를 비난하고 전 지구적 협력으로 코로나19 위기와 싸워나갈 것을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연대와 협력의 다자주의와 규범에 입각한 자유무역질서를 강화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온 노트북 화면. 사진 블룸버그
기조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온 노트북 화면.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관심 밖 北, 文이 챙겼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국제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번 유엔 총회에서 북한 비핵화 어젠다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네 번 유엔총회에서 연설했는데, 북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3분의 1가량의 시간에 남북 평화를 언급하면서 ‘북한 챙기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며 “그 시작은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종전선언 논의는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국제 사회 주요 의제에서 종적을 감춘 상태다. 남북, 미·북 대화가 멈춰선 시기에 문 대통령이 다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이 의외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종전선언 외에도 남북과 중국, 일본, 몽골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했다. 이는 북한을 국제 무대로 나오도록 유도해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희망 메시지를 전하는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사진 연합뉴스
희망 메시지를 전하는 방탄소년단(BTS) 멤버들.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2
BTS, 두 번째 연설은 희망 메시지

방탄소년단(BTS)은 유엔 보건안보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서 특별연사로 초청받았다. 유엔 보건안보우호국 그룹은 한국, 캐나다, 덴마크, 시에라리온, 카타르가 공동의장국을 맡고 있고 유럽연합(EU) 포함 40여 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사전 녹화한 영상에서 BTS 멤버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위기 상황에도) 삶은 계속될 것(Life goes on)”이라면서 “함께 살아가자(Let’s live on)”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리더 RM은 “가장 어두운 밤에 별이 밝게 빛난다”면서 “우리의 세상을 다시 상상해보자. 꿈을 꿔보자. 우리의 작은 방에서 뛰쳐나와 미래를 다시 꿈꿔보자”라면서 위기 상황의 절망감을 해소하자고 말했다.

BTS가 유엔 총회 특별 연사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들은 지난 2018년 유엔 총회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의 글로벌 청년대표로 나서서 “‘자신을 사랑하자”는 ‘LOVE MYSELF’ 메시지를 전했다.


기조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AP연합
기조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3
코로나19 백신 홍보 나선 러·중

러시아와 중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홍보전’에 나섰다. 양국 모두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사용 중에 있다. 다만 아직 최종 단계인 임상 3상을 마치지는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 최초로 자국 연구소에서 개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유엔 직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유엔 직원들에게 모든 수준 높은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자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물자를 동원했다”고 자찬하고 “3개 백신이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에 있고, 완성되면 즉시 보급될 수 있도록 대량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국가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AP통신은 과학자들은 러시아 백신이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되기에는 미흡하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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