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연합뉴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연합뉴스

미얀마가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충돌 지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 탓이다. 미얀마는 중국 남부와 인도양을 접한 지리적 요충지다. 중국이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왔지만, 미국도 2011년 미얀마 문민정부 출범 후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등 민주화 세력과 우호 관계를 맺으며 대중(對中) 전략적 요지로 삼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월 1일(이하 현지시각) 미얀마 쿠데타 발생 후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 전환과 법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부의) 권력 즉각적 포기, 구금자 석방, 시민을 향한 폭력 억제를 압박하도록 국제 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미얀마 민주주의 진전 등을 이유로 해제했던 제재 복원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6년 미얀마 제재를 대부분 해제했다. 2015년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군부 독재가 끝난 데 따른 조치였다. 당시 바이든은 부통령이었다.

반면 중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 “미얀마 국내 문제”라고 일축했다. 국제 사회가 현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월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얀마의 정치·사회 안정과 평화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야 하며 갈등을 격화하고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내정 불간섭을 외교원칙으로 내세우는 중국 외교의 연장선에 있는 발언이지만 미얀마 군부와도 가까운 중국의 실리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 민주주의 리더로서 미국의 역할을 다시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태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얀마 쿠데타는 바이든 대통령의 첫 주요 시험대”라고 했다. 바이든 외교안보팀은 그동안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강조하며 동맹,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중국을 견제한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현 상황은 미국에 불리해 보인다. 미얀마는 중국과 관계가 깊고 정치·경제적 영향력도 미국에 비해 크다. 중국은 미얀마 군정(軍政)이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동안 거의 유일하게 경제·군사적 지원을 해온 국가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대일로 등을 앞세워 미얀마에 대한 투자 등 지원을 확대했다. 작년 초엔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19년 만에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얀마 등 아세안 지역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미얀마 투자·대외경제관계부에 따르면 2016~2020년 중국의 미얀마 투자액은 35억194만달러(약 3조9000억원)로 미국의 미얀마 투자액 3억2650만달러(약 3600억원)의 10배에 달했다. 또 미얀마는 수출의 3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WSJ과 인터뷰에서 “동남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이 이번 쿠데타를 미얀마 군부를 지원할 수 있는 호재로 여기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조치는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3일 군인들이 탄 장갑차가 미얀마 수도 네피도를 순찰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2월 3일 군인들이 탄 장갑차가 미얀마 수도 네피도를 순찰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연결 포인트 1
군부, “작년 총선 부정” 민주화 세력 몰아내기

미얀마 군부가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키고 실권을 잡았다. 군부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집권당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주요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쿠데타 이유는 작년 총선 부정선거다. 수지 고문이 이끄는 NLD는 2020년 11월 총선 당시 선출 의석의 83%를 차지했다. 2015년 총선에서 압승, 53년간의 군부 정권을 끝내면서 미얀마의 첫 민주주의 정권을 이룩한 민주화 세력이 입지를 더 다진 것이다. 하지만 수지 고문과 민주화 세력은 민주주의 정권을 운영하며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군부와 사실상 권력을 분점해야 했고, 이번 쿠데타 사태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쿠데타는 미얀마 군부가 총선 부정선거를 핑계로 민주화 세력 몰아내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미얀마를 사실상 통치한 군부 정권은 권력에서 한 발짝도 떠난 적이 없다”고 했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사진 AFP연합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2
위기의 ‘미얀마 민주화 상징’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미얀마 경찰이 쿠데타 이틀 뒤인 2월 3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날 현지 언론 및 정당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서류에 따르면 군부 관계자들이 수지 고문 자택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소형 무선장치를 발견했으며, 이 무선장치는 불법으로 수입됐고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법은 유죄 확정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수지 고문은 1일 새벽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구금됐고, 현재 수도 네피도에서 가택 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얀마 ‘독립 영웅’ 아웅산 장군의 외동딸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하고 뉴욕 유엔본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28년 만인 1988년 귀국해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왔다.

수지 고문은 구금되며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국민에게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를 벌이라”고 촉구했다.


2017년 양곤에 문을 연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사진 삼성전자
2017년 양곤에 문을 연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사진 삼성전자

연결 포인트 3
미얀마 진출 한국 기업 ‘비상’ 직원 안전 확보, 사태 악화 대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현지 진출 한국 기업에 비상에 걸렸다. 기업들은 현지 직원과 주재원들의 안전 확보를 우선으로 사업 차질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아직 큰 피해는 없지만 추후 사태가 악화됐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코트라와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기업이 미얀마에 설립한 법인 및 지사는 총 107곳이다. 이들 기업이 현지에 투자한 금액은 6억6800만달러(약 7500억원) 규모다.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기업 대부분은 의류봉제 업종이다. 태평양물산, 세계물산, 오팔 등 83개 사가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포스코, 효성 등 대기업도 진출했다.

미얀마에 70여 명의 주재원이 체류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은 “직원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재택근무에 돌입했다”며 “일단 사업상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