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장관이 이끄는 미 재무부에는 CSET(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 출신이 대거 진입했다. 중국과의 디지털 금융 전쟁에 대비한 것이다. 사진은 CSET 홈페이지에 3월 19일 소개된 ‘미국의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중국 자본시장 이해하기’라는 제목의 보고서. 사진 CSET
옐런 장관이 이끄는 미 재무부에는 CSET(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 출신이 대거 진입했다. 중국과의 디지털 금융 전쟁에 대비한 것이다. 사진은 CSET 홈페이지에 3월 19일 소개된 ‘미국의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중국 자본시장 이해하기’라는 제목의 보고서. 사진 CSET

‘원맨쇼’를 펼치던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가 끝나고, 트럼프가 지난 대선 때 ‘슬리피 조(Sleepy Joe)’라 조롱했던 조 바이든(Joe Biden)의 시대가 시작된 지 벌써 석 달이다. 일각에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국 견제가 트럼프 때보다 약화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조진핑(조 바이든 + 시진핑)’이라 놀렸듯 중국과 오랜 친분을 쌓아왔고, 그가 부통령으로 재임했던 오바마 정부 때의 대(對)중국 정책이 ‘유약했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취임 석 달이 지난 지금, 그 걱정은 기우(杞憂)처럼 보인다. 취임 초기임에도, 중국 견제의 책무를 맡은 인사들이 빠르고 안정적으로 실무를 끌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때릴 때 본인을 너무 부각하고 심지어 정부 부처와도 좌충우돌하는 바람에, 실무자의 능력이 발휘되기 어려웠다. 시각·심리적 효과에 견줘 세기(細技)나 실효가 모자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바이든의 장점 ‘직접 나서지 않고 전문가에게 일임한다’

바이든은 다르다. 그의 장점은 ‘직접 나설 필요가 없는 곳엔 나서지 않는 것’이다. 여기엔 상원의원과 오바마 때 부통령을 포함해 총 44년의 공직 생활로 쌓은 경험이 녹아 있다. 의회를 설득해 내치(內治)를 안정시키는 게 우선임을 잘 알고 그것에 집중한다. 대중(對中) 정책에 관해선 적재적소에 유능한 전문가를 임명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일임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에드워드 루스 US 내셔널 에디터는 최근 칼럼에서 “미국 정치가 극장형에서 실무형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트럼프 때도 그랬듯, 대중 견제책은 경제 분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 분야에서 바이든의 인사(人事)는 점수를 받을 만하다. 선봉인 재닛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은 오바마 때인 2014년부터 4년간 여성 최초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냈다. 중앙은행 총재의 재무장관 취임과 첫 여성 재무장관이라는 두 파격이 겹쳤지만, 야당에서도 비판이 없다. 중국 견제의 과거와 미래를 고려할 때 이만한 적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옐런은 미국 경제를 부활시키는 동시에 중국의 부상도 막아야 한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무역·하이테크 전쟁에서 금융·통화 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즉,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시험 보급하며, 미국의 기축통화 패권까지 넘보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통화의 최고 전문가가 미국 경제와 대중 경제 정책을 맡은 것이 적절하다는 평가다. 재무부에는 CSET(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라는 첨단기술 연구 싱크탱크 출신 인재들이 대거 들어왔는데, 말할 것도 없이 중국과 디지털 금융 전쟁에 대비한 조치라고도 볼 수 있다.



이미지 크게 보기

옐런·겐슬러·브레너드·캠벨의 ‘드림팀’

미국 경제의 미래와 중국 견제를 동시에 고려한 인사는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지명에서도 드러난다. 겐슬러는 현재 연준과 MIT가 공동 개발 중인 디지털 달러화를 최근까지 대표했던 인물이다. SEC는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감독해 규칙 위반 시 퇴출시킬 권한을 가졌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전략 그리고 미국의 디지털 달러화 준비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을 SEC의 수장으로 뽑았다는 것이 갖는 의미가 커 보인다.

특히 디지털 달러화는 중국 견제뿐 아니라 미국 내수 경제를 위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민주당에는 디지털 달러화 지지자가 많은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국가 비상상황에서 은행 계좌가 한 개도 없는 저소득·소외계층에 효과적으로 현금을 배부할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에서 디지털 달러화 검토를 주도하는 레이얼 브레너드(Rael Brainard) 이사는 민주당 디지털 달러화 지지자들과 가까울 뿐 아니라 차기 연준 의장의 유력 후보다. 브레너드의 남편이자 바이든 정부에서 신설된 ‘인도·태평양 조정관(일명 아시아 차르)’에 기용된 커트 캠벨(Kurt Campbell)은 오바마 정부 때 국무차관보를 맡으며 중국의 부상을 경계한 ‘아시아 회귀’ 전략을 이끌었다. 부부 관계와 일은 다르지만, CBDC를 포함한 통화 문제와 중국에 대한 대응을 연결해 대처할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취임 3개월간 바이든 정부에서 나타난 대중 정책은 명확하다. 보여주기식 때리기는 줄었지만, 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 상대로 보고 정부와 자국의 민간·산업 부문, 동맹국까지 총동원해 대치한다는 자세는 오히려 트럼프 때보다도 확고해 보인다.

고위직뿐 아니라 실무진에도 실전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 포진돼 있다. 캠벨 등이 창설한 싱크탱크인 신아메리카 안전보장센터(CNAS)에서 미·중의 경제 안보를 연구해 온 피터 해럴(Peter Harrel)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제경제 선임국장이 된 것이 좋은 예다. 옐런 재무장관의 고문인 엘리자베스 로젠베르그(Elizabeth Rosenberg)도 CNAS 출신의 중국 경제 제재 전문가다.


인권 문제로 중국 향해 포문 연 블링컨 국무, 바이든 경제팀 지원

국가안보 담당인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파고들며 바이든 경제팀을 지원 사격하고 있다. 설리번과 블링컨은 모두 오바마 때 외교·안보 요직을 맡았으며 바이든의 오랜 측근이다. 78세인 바이든이 본인은 해외를 자주 돌아다니기 어렵다고 보고, 외교 수완가에게 실무를 맡긴 뒤 자신은 내정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바이든은 자신의 중국과의 오랜 개인적 교제, 오바마 정부 때 외교·국방을 담당했던 고위 관리들의 ‘유약함’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인지 바이든의 중국 견제 핵심 인사들은 신정권 출범 때 흔히 예상되는 화합의 자세 대신에 트럼프 때처럼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경제팀이 산업·금융 문제 등을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면, 블링컨 국무장관은 인권 문제를 파고드는 모습이다. 특히 신장위구르 자치구나 티베트, 홍콩 등의 인권 문제, 대만 독립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블링컨의 할아버지가 유럽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는 개인적인 배경도 있지만, 그것이 중국을 때리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전문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