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27년 만에 최고경영자 직에서 물러났다. 사진 블룸버그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27년 만에 최고경영자 직에서 물러났다. 사진 블룸버그

1994년 7월 5일(이하 현지시각) 온라인 서점 아마존을 설립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키운 ‘세계 최고 부호’ 제프 베이조스(57)가 27년 만인 7월 5일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직에서 물러났다. 베이조스는 하지만 1800억달러(약 207조원)어치의 아마존 주식을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한다. 베이조스는 지난 2월 “우주 사업 등 신사업과 혁신에 집중하겠다”라며 CEO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아마존은 7월 7일 현재 시가 총액이 1조8700억달러(약 2150조원)로 커졌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미국 시가 총액 3위의 ‘아마존 제국’으로 성장했다.

베이조스는 1994년 미국 시애틀 베이조스의 집 차고에서 온라인 서점으로 아마존을 시작했다. 현재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과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 영역은 물론 음악과 영화·드라마 등 스트리밍·엔터테인먼트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아마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1085억달러(약 124조원)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마존 제국의 새 CEO는 ‘베이조스의 그림자’로 불리는 앤디 재시(53)다. 베이조스가 참석하는 거의 모든 회의와 출장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하버드대 학부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그는 1997년 아마존에 입사해 마케팅 부서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아마존 뮤직 사업을 처음으로 제안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앞장섰다. 특히 그는 현재 아마존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2003년 만든 주역이다.

2016년부터는 AWS CEO로 승진해 AWS를 아마존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성장시켰다. AWS는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아마존의 영업이익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AWS가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스티브 발머 전 MS CEO와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 등이 그를 후임으로 영입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신사업을 비약적으로 성공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베이조스보다 20배 많은 연봉(약 430억원)을 받았던 사실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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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저격수’와 승부 불가피

신임 CEO 앞에 놓인 최대 과제는 아마존 반독점법 위반 혐의 해결이다. 5월 25일 미국 워싱턴 D.C. 검찰은 소비자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하고 혁신을 억압했다며 아마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기업의 독점 문제를 관장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아마존 킬러’로 불리는 리나 칸이 최근 임명된 것도 그에겐 부담이다.

FTC는 현재 아마존의 할리우드 대형 영화 제작사 MGM 인수 계약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칸 위원장은 미국 예일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2017년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빅테크 기업의 ‘저격수’로 떠오른 인물이다.

아마존은 급기야 6월 30일 칸 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다. 아마존은 기피 신청서에서 “칸 위원장의 아마존에 대한 오랜 상세 발언 기록과 아마존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그의 거듭된 견해를 고려할 때, 칸 위원장은 이번 사안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칸 위원장은 반독점법이 강화된 상황에서 독점적인 플랫폼 지위를 가진 아마존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라며 “그의 등장은 미국 안팎에서 아마존의 다양한 사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상징한다”라고 보도했다.


27년 만에 CEO 자리에서 내려온 제프 베이조스. 사진 AP연합
27년 만에 CEO 자리에서 내려온 제프 베이조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1

은퇴 베이조스, 우주여행·사회공헌에 집중할 듯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우주개발과 자선사업 등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조스는 본인이 소유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 등을 통해 우주개발 사업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7월 20일 블루오리진의 우주 관광 로켓 ‘뉴 셰퍼드’에 직접 탑승해 대기권과 우주 사이 경계인 100㎞ 상공까지 올라갔다 귀환하는 첫 상업용 우주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베이조스는 환경 문제와 빈곤 퇴치 관련 사회공헌 사업에도 관심을 표했다. 현재 재산이 2000억달러(약 230조원)로 세계 최고 부자인 그는 지난해 2월 100억달러(약 11조원)를 출연해 청정에너지 전환 신기술에 투자하는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베이조스 어스 기금’을 만들겠다고 서약했다. 그는 노숙자와 저소득층의 교육을 지원하는 ‘아마존 데이원 펀드’ 운용에도 많은 시간을 쏟겠다고 밝혔다.


창고·배송 업무에 대한 직원 불만이 쌓이면서 아마존 내 노조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창고·배송 업무에 대한 직원 불만이 쌓이면서 아마존 내 노조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2

앤디 재시, 노사 갈등 극복도 과제

앤디 재시 신임 CEO가 아마존을 둘러싼 노동자 처우 개선 및 노조 설립 움직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 온 아마존은 빠른 배송 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창고·배송 업무에 대한 직원 불만이 쌓이면서 지난 4월 앨라배마 창고 노동자들이 첫 노조 결성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그러나 최근 전미 트럭 운수노조가 첫 아마존 노조 설립을 추진하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재시 CEO가 흑인 인권이나 성 소수자의 권리 등을 옹호하는 트위터 글을 올리는 등 사회 정의를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그가 노조 문제 등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시는 지난 3월 미국 흑인 여성 브리오나 테일러가 백인 경찰에 의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을 규탄하는 트윗을 올리는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