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 블룸버그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디코드’ 필자, ‘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 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 전문기자
온라인 칼럼 ‘최원석의 디코드’ 필자, ‘테슬라 쇼크’ ‘왜 다시 도요타인가’ 저자, 전 ‘이코노미조선’ 편집장

2024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에서 힘을 얻고 있다. 런던 도박판에선 차기 미 대선에 대한 승률 산정이 이미 시작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위,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2위를 달리고 있다. 대선의 전초전인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선 상하 양원에서 민주당이 모두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간선거는 대통령 지지도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기 쉬운데, 바이든 대통령 지지도가 바닥이기 때문이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혼란을 부른 작년 8월에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지지한다’를 넘어섰고, 작년 12월 초 지지율은 약 42%로 ‘지지하지 않는다’의 약 52%를 10%포인트 정도 밑돌았다(미국 리얼 클리어폴리틱스 집계). 현재 당별 의석수는 상원이 민주 50 대 공화 50, 하원은 민주 221 대 공화 213(결원 1)이다. 상원에서 민주당은 의장 표로 간신히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대패하고 내수·외교 어느 쪽에서 큰 실패를 겪는다면, 민주당 지지자들에겐 악몽이 될 트럼프 재집권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재선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를 5가지로 짚어봤다.


1│코로나19 장기화와 인플레에 발목

현재 지지율이 바닥인 가장 큰 이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레이션 대책이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중간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높이려면 이를 진정시켜야 하지만, 쉽지가 않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이 상하 양원에서 주도권을 빼앗겨도 이상할 게 없다. 백악관과 의회가 엇박자를 내면, 바이든 집권 후반 2년은 의회 기능이 마비돼 레임덕화가 가속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 대비 6%를 웃돌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년 평균으로 전년 대비 4.8%, 2022년 4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로 3.1%를 전망하고 있다. 중간선거전이 본격화하는 (9월 첫 번째 월요일의) 노동절 다음 날까지 인플레가 얼마나 진정될지가 관건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노동시장에선 중·고령층 중심으로 퇴직을 앞당기는 움직임이 늘고 있어 노동시장의 수급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에릭 놀랜드 CME그룹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이 일손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임금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대만 문제

미·중 충돌이 전방위적으로 심화한다 하더라도, 군사적 충돌만큼은 양국 모두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대만의 무력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게 문제다. 중국은 대만에서 2016년 독립 지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이 수립된 이후 군사적 압력을 강화해 왔다. 미국은 해군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를 계속함과 동시에 일본, 호주, 영국 등과 훈련도 늘려왔다. 하지만 유사시 실질적 방어가 쉽지 않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작년 미국은 20년간 이어졌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사실상 자발적으로 물러났다. 민주주의와 인권수호를 외교정책의 기둥으로 삼은 바이든 정부로서는 정권의 명분·리더십에 손상을 입었다. 올해는 대만 문제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러시아와 대치 문제, 핵 합의를 둘러싼 이란과 협상 문제도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대중국 봉쇄전략과 민주주의 가치 수호의 선봉에 있는 대만에 대해 미국이 유사시 어느 수준까지 개입할 것인지 끊임없이 시험하려 할 것이다.


3│북한 문제

연초 북한이 동해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가운데, 존재감을 재부각시켜 북·미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은 외교 안정이 필요한 바이든 정권에 다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더 고도화하는 것을 막고 다시 협상 자리에 나오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는데, 이 부분에서 바이든의 외교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존 볼턴 전 미국 대통령 보좌관은 1월 2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 기고에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대해 기본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1년을 보냈다”며 “북한은 핵 탄도미사일 기술 완성에 1년 더 다가섰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요격이 어려운 변칙 궤도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기술 향상을 과시하고 있다. 실전 전술핵 개발과 핵 선제타격도 언급했다. 핵 관련 기술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북한이 기술을 팔아 외화 부족을 메울 우려도 있다. 핵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추산으로 북한은 작년 1월 현재 30~4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김정은은 2018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등 당초 외교에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북한의 핵 위협이 다시 커진다면, 바이든에게 큰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고, ‘북한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4│서민친화 정책의 불발

바이든의 코로나19 재건 법안은 의약품 가격 인하, 유급 휴가 확충, 육아 지원, 부유층 증세 등 서민층을 위한 조치가 가득한 정책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법안이 의회 심의로 넘어가자 민주당 의원 사이에 대립·갈등이 빚어졌고, 가장 지지받았던 계획의 상당수는 규모 축소나 삭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에드워드 루스 US 내셔널 에디터는 작년 11월 19일 칼럼에서 “최종 법안은 미국에서 가장 힘이 센 초부유층에 가장 유리한 내용이 됐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사모펀드 경영자의 성공보수는 급여소득보다 세율이 낮은 금융소득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워런 버핏 등이 “나와 같은 부자에게 비서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오래전부터 세제상 허점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던 부분이다. 이런 부분이 개선되지 못한 것이다.

이대로 법안이 성립하면 부유층에 있어서는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의한 2017년의 대감세를 웃도는 규모의 감세가 실현되고, 코로나19·인플레로 직격탄을 맞은 서민층의 분노를 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던 원동력, 즉 ‘러스트벨트’로 대표되는 미국 중·하층민이 바이든에게 등을 돌리고 트럼프 정권 복귀를 원하는 계기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5│트럼프의 미디어 대응력 進化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2년에 세울 새로운 보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의 운영사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의 시가총액이 벌써 2조원을 넘어섰다. 디지털월드애퀴지션은 이른바 트럼프 특수목적회사(Trump SPAC)다.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작년 9월 주식공개(IPO)를 실시했고, 작년 10월 2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새 미디어 기업인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TMTG)과 합병을 발표했다. 성과도 불분명한 트럼프 SPAC의 시가총액이 2조원이 넘는다는 것은 투자자·대중이 트럼프 재선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주가 상승 요인 중 하나는 TMTG의 최고경영자(CEO)로 데빈 누네스 공화당 연방 하원 의원이 취임한다는 소식이었다.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열렬한 지지자다. TMTG가 트루스 소셜을 설립하는 것은 트위터나 페이스북(현 메타)과 같은 소셜미디어 빅테크로부터 미디어 지배권을 되찾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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