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5월 4일금리 인상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5월 4일금리 인상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은 테이블 위에 없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5월 4일(이하 현지시각)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75~1.0%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뒤 이같이 말했다. 

이는 파월 의장이 안고 있는 고민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금리 인상 빅스텝을 할 만큼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경계하지만, 자칫 과도한 금리 인상이 증시와 실물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것이다. 

연준이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은 닷컴버블 당시인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이다. 0.75%포인트 인상은 ‘채권 시장의 대학살’로 불렸던 1994년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파월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행보에도 뉴욕 증시는 ‘고강도 긴축’의 상징인 자이언트 스텝이 배제됐다는 안도감에 랠리를 나타냈지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고통이 앞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두어 번 더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인식이 위원회에 퍼져 있다”고 밝혔다. 올해 FOMC 회의는 6월, 7월, 9월, 11월, 12월 다섯 차례 더 남아 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기 초반에 금리를 크게 올리는 ‘선취 방식(front end loading)’을 언급하며 앞으로 연준이 두 차례 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내보였다.

파월 의장이 ‘자이언트 스텝’ 배제를 강조하는 건 최근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증시 폭락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일반적으로 국채 금리 상승은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 4월 29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2.885%로 마감, 한 달 동안 0.561%포인트 오르며 2009년 12월 이후 13년 만에 월간 기준으로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앞서 지난 3월 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2.324%였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미국 증시는 ‘잔인한 4월’을 보냈다. 같은 달 미국 나스닥지수는 13.3% 떨어지며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S&P500도 월간 기준으로 8.8% 급락,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증시도 8% 떨어졌다. 

5월 FOMC 성명은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폐쇄가 공급망 차질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새롭게 추가했다. 파월 의장은 이에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며 “정책 금리를 보다 ‘중립 금리’로 신속하게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립 금리란, 경제 성장을 위축시키지도 촉진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로 2~2.5%대 내외를 말한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느긋해 하던 파월 의장의 변신이다. 

연준은 6월 1일부터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를 시작한다. 국채 300억달러(약 38조5500억원), 주택저당증권(MBS) 175억달러(약 22조4875억원)를 매각한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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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포인트 1
증시 폭락 달래기 나선
시진핑의 딜레마

중국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정책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상하이 봉쇄가 풀리기도 전에 수도 베이징까지 코로나19 감염 확산세를 보이자 ‘제로(0) 코로나’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4월 25일 중국 본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5.15% 떨어진 2928.51에 마감하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3000 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2020년 6월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H지수는 한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6120 선까지 추락했다. 올가을 경제 축포 속에서 3연임을 확정 지으려던 시 주석이 경제 살리기를 위한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배경이다. 시 주석은 4월 29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수년째 이어진 빅테크(대형 정보 기술 기업), 부동산 규제를 끝내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플랫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고자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중앙정치국도 “지방정부가 각자 상황에 맞게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주택 수요를 진작하라”고 지시했다.

사진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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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포인트 2
‘위기의 순간’ 투자의 귀재
버핏의 선택은…‘애플’

증시가 혼돈에 빠졌을 때 투자의 귀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5월 2일 버크셔 해서웨이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워런 버핏은 주주총회가 끝난 후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1분기 애플의 주가가 사흘 연속으로 하락하던 날 이 회사 주식을 6억달러(약 7710억원)어치 추가로 사들였다”며 “불행히도 주가가 회복돼 매입을 멈췄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애플 주식을) 얼마나 많이 샀을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 포트폴리오의 약 40%를 차지하는 1591억달러(약 204조3150억원) 상당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버핏은 지난 2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애플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가치를 이끌어가는 ‘네 거인(Our Four Giants)’ 중 하나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부터 애플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버크셔 해서웨이는 현재 뱅가드 그룹 등 투자 펀드를 제외하고는 애플의 최대 주주다.

전효진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