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는 지난해 5월 BTS를 모델로 한 ‘The BTS 세트’를 출시했다. 사진 맥도널드
맥도널드는 지난해 5월 BTS를 모델로 한 ‘The BTS 세트’를 출시했다. 사진 맥도널드
최용민 WTCS 대표 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전 FTA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 지부장· 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최용민 WTCS 대표 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전 FTA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 지부장· 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맥도널드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전 세계 매장의 약 30%가 문을 닫을 정도로 위기를 맞았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7월에 전 세계에 타전된 맥도널드의 성적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지난해 2분기 글로벌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했다. 더 놀라운 것은 순이익이 다섯 배나 늘었다는 점이다. 동종 업계는 물론 여타 업종들도 그 비결을 알아내는 데 혈안이 됐었다. 이런 성적은 지난해 2월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BTS와 손잡고 맥너겟, 감자튀김, 소스 등이 포함된 세트 메뉴를 출시한 덕분이었다. BTS 팬들이 매장에 몰려 경쟁적으로 구매하는 바람에 코로나19 태풍에도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마다 긴 줄을 서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팬들이 매장으로 몰리자 당국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우려해 매장의 문을 닫는 조치를 취했을 정도다. 


스타벅스 등 기업의 팬덤 전략 

팬덤(Fandom)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의 유명인 그리고 기업이 브랜드나 특정 제품을 중심으로 집단 문화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스타벅스는 브랜드에 대한 팬덤 마케팅을 아주 잘 구사하는 대표주자 중 하나다. 자체 로고가 들어가 있는 드링크웨어(drinkware·마실 것과 관련된 물품)를 제작해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두고 있다. 텀블러와 휴대용 머그잔은 물론 컵 뚜껑, 빨대, 텀블러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 등도 높은 인기를 누리며 커피와 별도로 매출 증대에 일등 공신이 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기업들은 하나같이 팬덤을 알게 모르게 자랑한다. 소비자들이 그 팬덤에 조종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휴대전화 전문 웹진인 셀셀(SellCell)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애플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는 92%로 업계 최고 수준이고 여전히 상승세다. 브랜드 충성도는 제품을 구매할 때 특정한 브랜드를 선호해 같은 브랜드를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충성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비용 면에서 크게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애플의 충성도가 높은 이유는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주요 원인이고, 그다음은 애플이 제공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기차의 대명사인 테슬라는 브랜드 충성도(2018년 74.7%) 면에서 모든 자동차 메이커를 앞선다. 이런 충성도는 탁월한 자동차 디자인, 전기차라는 세련된 이미지, 자율주행이라는 첨단기술 제품 콘셉트, 뛰어난 내부 인테리어와 시스템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전기차 구매 붐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최고의 홈트레이닝(홈트) 업체로 홈트계 ‘넷플릭스’라는 닉네임을 가진 펠로톤(Peloton)도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무기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펠로톤은 자체 제작한 운동 강좌를 통해 콘텐츠를 늘리고,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홈트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운동 기구 앞에 부착된 모니터나 인터넷과 연결된 기구를 통해 트레이닝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받는 것 같은 효과를 체험시키면서 소비를 유혹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운동하고 싶다는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에서 편하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팬덤 확장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팬덤이 마케팅에 절대적인 무기로 자리 잡으면서 전통적인 강자들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디즈니는 기존의 디즈니랜드와 별개로 마블이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운영을 통해 강력한 브랜드 파워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팬덤이 일반화하면서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2021년에 6.5%라는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디즈니 브랜드 가치는 매년 11%씩 성장했다. 또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시리즈로 발간된 유명 소설 ‘해리포터’는 강력한 팬덤으로 영화는 물론 테마파크, 장난감 등으로 파생돼 지난해 그 매출 규모가 250억달러(약 33조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에 연예계 위주로 형성되던 팬덤은 이제 글로벌 마케팅을 지배하는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즐기는 수준을 벗어나 관광과 마케팅 분야 주류로 등장한 것이다. 미국 잡지인 ‘보르겐(Borgen)’은 BTS의 경제적 영향력은 한국에서만 15억달러(약 2조원)에 달하며, BTS의 검색량이 1% 증가하면 한국의 의류 수출은 0.18%, 화장품은 0.72%, 식품은 0.45%씩 증가한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K팝 관련 전문 수출 업체인 에이치엠인터내셔날은 한류 팬덤을 활용해 수출액을 크게 늘리고 있다. 전 세계 200개 이상의 국가에서 활동하는 5000여 개의 팬클럽과 연결된 플랫폼을 통해 2017년 176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2011억원으로 4년간 11배나 증가했다. 특히 수출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지난해 2억달러(약 2600억원)를 돌파했다. 또한 세계적인 통계 플랫폼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BTS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것이 0.3%(47억달러, 2018년 기준)에 달한 것으로 추정돼, 팬덤의 효과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보여줬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13.1%), 현대자동차(5.3%), LG전자(3.4%), 기아(2.9%), 대한항공(0.7%)에 이어 BTS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팬덤 형성, 젊은층과 교감 여부로 성패 갈려 

팬덤이 형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성인은 하루에 11.5시간을 미디어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거의 하루의 절반을 콘텐츠에 얽매여 사는 셈이다. 이들이 소비하는 콘텐츠는 항상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존의 것들과 적절하게 섞이고, 팬들 간에 대화나 제품에 대한 반응을 소통하면서 팬덤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에는 콘텐츠 자체를 부각시키는 데 사활을 걸었다면 이제는 감정적 투자(콘텐츠에 참여하기) 및 스토리 전파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토리를 만들고 모든 경로에서 팬을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팬덤 형성을 위한 기업의 노력이 이제 극에 달한 느낌이다. 

팬덤의 지속 기간은 콘텐츠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데, 9년을 넘으면 장기로 분류된다. 그래서 젊은 팬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콘텐츠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팬덤은 10대에 정점을 찍고 18~24세에 감소하고, 25~34세에 다시 활성화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18∼34세의 젊은층이 미디어 사용량의 43%를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 그래서 팬덤 형성은 젊은층과 교감 여부로 성패가 갈린다는 말도 있다.

인터넷의 접근성 확대와 함께 소비자 간 연결성 증가(다양한 채널)는 새로운 플랫폼 팬덤에 기름을 붓고 있다. 예를 들어 비디오 게임, 인터넷 연결 장치(구글 크롬캐스트, 애플 TV, 아마존 파이어 TV 등)와 같이 TV를 통해 확보한 이용자를 ‘어떻게 내 편으로 끌어들이냐’가 매우 중요하다. 기존 디지털 플랫폼(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이 도전을 받는 모양새다. 이런 변화는 향후 기업의 마케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안내하고 있다. 소비자는 스스로 빠져든 팬덤에 지갑을 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 유통과 광고의 핵심 경로가 온라인으로 이전되면서 팬덤의 파괴력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면 단순히 팬덤을 추종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제품의 기획 단계부터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팬덤 활용을 전제로 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매출 증대를 넘어서 기업의 이미지 관리와 브랜드 가치 제고에 팬덤은 더없이 중요하다. 충성심이 높은 팬덤은 단순히 소비자들의 집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서포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팬덤을 통한 기업 이익의 극대화에 머물지 말고 ‘왜 그런 팬덤이 생기는가’를 되짚어 보고 중장기적인 경영 전략에도 반영해야 한다. 한류(韓流) 팬이라는 팬덤은 한국 기업에 커다란 자산이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은 선택을 넘어 필수인 시대다. 우리 기업은 외국의 경쟁 업체가 갖고 있지 못한 새로운 무기를 하나 더 갖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