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미 다케시산토리홀딩스사장. 사진 산토리
니나미 다케시산토리홀딩스사장. 사진 산토리
최인한시사일본연구소 소장 전 일본 유통과학대객원교수, 전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
최인한시사일본연구소 소장 전 일본 유통과학대객원교수, 전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

연말연시 일본에 다녀온 사람들이 많다. 취향에 따라 여행 목적이 다르지만, 신선한 생맥주를 마시는 것도 일본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산토리(Suntory)의 ‘프리미엄 몰트’ 맥주를 찾는 애주가들이 꽤 있다. 그만큼 품질이 좋고, 감칠맛이 난다. 아사히, 기린, 산토리, 삿포로가 일본 4대 맥주 메이커다.

산토리그룹을 이끌고 있는 니나미 다케시(新浪剛史·64) 산토리홀딩스 사장은 올해 일본에서 가장 주목 받는 경영인이다. 이 회사는 지난 연말 화제였다. 소비자들의 기업 신뢰도를 보여주는 ‘기업 사이트’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니나미 사장은 일본 3대 경제단체인 경제동우회(經濟同友會) 대표 간사로 뽑혀 올 4월 임기를 시작한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매출과 이익도 증가했다. 1899년 창업한 주류·음료 업체 산토리는 제품과 마케팅 전략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니나미 사장이 내다본 산토리와 일본 경제의 전망을 소개한다. 


산토리 위스키 가격 뛰고 품귀 현상까지

지난 연말 산토리 위스키 가격이 한국에서 뉴스가 됐다. 싱글 몰트 위스키 ‘야마자키(山崎)’와 ‘히비키(響)’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1984년부터 시판한 야마자키는 40여 년 만에 품질과 가격에서 위스키 본고장 제품을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마자키 12~25년산 정가는 1만엔(약 9만6000원)대이지만, 실거래 가격이 10만엔(약 96만원)을 넘는다. 히비키 21년산의 경우 2007년 이전 모델은 10만엔, 한정 판매된 아리타야키 보틀 제품은 50만엔(약 480만원)까지 올랐다.

산토리는 마케팅 활동을 공격적으로 한다. 지난 연말 ‘트라이벡 전략연구소’가 일본 주요 기업 252개를 대상으로 한 ‘기업 사이트 유저 평가’에서 4년째 정상을 지켰다. 2위는 야마하, 3위는 시세이도였다. 기업 정보 사이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순위로 매긴 것이다. 조사 항목은 회사 안내, 뉴스 제공, 기술 정보 및 품질·안전 대응, IR(기업 설명) 정보 등이다.

산토리그룹의 출발점은 1899년 포도주 판매를 시작한 도리이쇼텐(鳥井商店)이다. 1963년 산토리㈜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2009년 산토리홀딩스를 설립, 지주회사 체제로 바꿨다. 회사의 주력 제품은 주류에서 청량음료 및 건강식품으로 확대됐다. 사업군은 크게 세 가지다. 음료와 건강 음료를 생산하는 식품군(매출 비중 55%), 위스키, 맥주, 와인 등 주류군(34%), 건강식품, 외식, 꽃 등 기타 사업군(11%)이다. 그룹 계열사는 총 285개에 달한다. 유럽 92개, 아시아 69개, 일본 73개, 미국 51개다. 글로벌 전체 직원 수는 4만275명. 2022년 연결 매출은 2조7780억엔(약 26조6688억원)에 달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2019년도 매출을 넘어설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2480억엔(약 2조3808억원)으로 3년 만에 최고치로 예상된다. 


산토리의 야마자키 위스키(왼쪽)와 프리미엄 몰트 맥주. 사진 산토리
산토리의 야마자키 위스키(왼쪽)와 프리미엄 몰트 맥주. 사진 산토리

산토리 2대 경영 원칙 “일단 먼저 해 봐” “이익 삼분(三分)주의”

보수적인 일본 식음료 업계에서 산토리는 혁신 기업으로 손꼽힌다. 서양 술인 맥주와 위스키에 과감히 투자,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제품을 개발, 판매한다. 위스키와 와인 판매를 위해 1983년 프랑스 샤토 라그랑주, 1994년 영국 모리슨보우모어를 인수했다. 이 회사의 도전적인 기업 문화는 창업주 도리이 신지로(鳥井信治郞)의 경영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도 최고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로 세계인의 생활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경영 목표로 내걸었다. 도리이 창업주는 첫 번째 경영 원칙으로 “일단 먼저 해 봐요(やってみなはれ)”를 항상 강조한다. 회사 설립 이후 지켜온 두 번째 원칙은 ‘이익 삼분(三分)주의’다. 사업으로 얻은 이익은 ① 사업에 재투자 ② 거래처(단골손님)에 더 좋은 서비스로 환원 ③ 그다음은 사회 공헌에 쓰는 것이다. 

2014년부터 산토리홀딩스를 이끌고 있는 니나미 사장은 일본에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전문 경영인이다. 오는 4월부터 경제동우회의 대표 간사로 활동한다. 음료 업계 출신이 경제동우회의 얼굴을 맡는 것은 처음이다. 경제동우회는 게이단렌, 일본상공회의소와 함께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3대 단체다. 대기업 경영자들로 구성된 공익사단법인으로, 개인 자격으로 자유롭게 정책 제언을 한다. 정부와 사회에 영향력이 아주 크다.

1959년생인 니나미 사장은 게이오대를 졸업한 뒤 1981년 미쓰비시상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귀국 후 사내 벤처로 병원 급식 회사를 설립하는 등 과감하게 신사업에 도전했다. 편의점 로손 사장을 거쳐 2014년부터 산토리홀딩스 사장을 맡고 있다.

니나미 사장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 최고경영자(CEO)의 첫 번째 임무라고 늘 강조한다. 경영자의 기본 임무는 수치로 실적을 증명하는 것이지만, 회사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론이다. 차세대 인재 육성을 위해 평사원과 모임이나 대화를 자주 갖는 이유다. “사장을 만났더니 힘이 난다” “사장을 만나니 에너지가 충전된다”라는 소리를 들으면 ‘리더’의 자격으로 대성공이라고 말한다.

산토리식품 사장에 내정된 오노 마키코(小野眞紀子)의 발탁 인사도 니나미 사장의 결단이다. 오는 3월 주총에서 오노 사장이 정식 취임하면, 그녀는 시가총액 1조엔(약 9조6000억원)이 넘는 일본 기업에서 최초 여성 CEO 기록을 세운다. 오노는 “‘일단 먼저 해 봐요’ 정신으로 조금 높은 목표에 도전해 꿈을 이뤘다”며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성 있는 사람을 수용하는 것이 기업 발전에 매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창(共創)사회가 日 새 자본주의”

니나미 사장은 자신이 맡은 회사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매우 중시한다. 경제동우회 부대표로 오랜 기간 활동했고, 정부 정책을 논의하는 경제재정자문회의의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대표 간사 내정 직후 인터뷰에서 “좋은 국가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의 좋은 커뮤니티를 다시 살리는 것이 바로 공창사회(共創社會)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공창사회에 대해선, “새로운 자본주의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하고 장래가 밝다고 생각하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것이 바로 공창사회다.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바꿔야 할 것은 과감하게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니나미 사장은 일본 경제 회복 방안과 관련해선,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감세를 통해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3년이면 3년, 시한을 정해 대규모 투자 감세를 실시해야 한다”며 “민간 기업이 돈을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경쟁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 기업의 낮은 임금 수준과 관련, “대부분 경영자가 버블경제 붕괴 이후 고용을 지키는 것만을 자신의 사명이라고 보고 현금을 쌓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강한 체력

니나미 사장의 체력 관리는 일본 경영자들 사이에 유명한 이야기다. 그가 체력 관리에 힘을 쏟는 것도 사람을 많이 만나기 위해서다. 사람들과 계속 만나려면, ‘마음 씀씀이’가 기본이지만,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할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평소 체력 유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7시간 수면+주 3회 이상 운동’이 생활 원칙이다. 20년 이상 피트니스센터에서 개인 레슨을 받으며 2시간씩 운동을 하고 있다.

해외 출장 때도 비행기에서 내리면 피트니스센터로 바로 달려간다. 항공기 내에서 굳은 몸을 풀고, 유산소 운동을 하고 나면 시차가 풀린다고 한다. 그는 식음료 업체의 성공 방식에 대해선 “좋은 상품을 만든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현장의 목소리, 개발자와 관리자의 목소리를 파악하고,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소 독서를 많이 하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