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로이터 뉴스1
사진 로이터 뉴스1

브라질 대선 결과에 불복한 전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초유의 반(反)정부 폭동을 일으킨 가운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리아 헌병대에 따르면, 2023년 1월 6일(이하 현지시각)부터 폭동이 발생한 8일 오전까지 사흘간 4000여 명의 시위대를 실은 버스 100여 대가 수도 브라질리아에 도착했다. 시위대는 8일 오후 2시쯤 브라질리아 중심부 3권(입법·행정·사법) 광장에 모여들었고, 의회와 대통령 집무실, 대법원에 난입했다. 이들은 건물 유리창과 집기를 부수고 소화전으로 물을 뿌려댔다. 경찰과 연방군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몰아냈다(큰 사진).

브라질 대통령궁은 시위대 점거 과정에서 대통령궁, 대법원, 의회에서 보관 중이던 주요 예술품들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가치가 800만헤알(약 18억원)에 달하는 브라질 모더니즘 거장 에밀리아누 디 카발칸티의 그림 ‘물라타스’, 루이 14세의 시계 제작자 발타자르 마르티노가 만든 진자시계 등이 훼손됐다.

사진1. AP연합 사진2. 보우소나루 트위터
사진1. AP연합 사진2. 보우소나루 트위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022년 10월 대선에서 50.9% 득표율로 보우소나루(49.1%)를 근소하게 앞서 당선됐다. 룰라 대통령은 입법·사법·행정 3부 수장과 9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시위를 테러·쿠데타로 규정했다(사진 1). 이들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하는 (브라질) 공화국은 수도에서 발생한 테러, 기물 파손, 쿠데타 등 각종 범죄 행위자를 거부한다”며 “우리는 민주주의가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수사 당국은 1월 10일 기준 폭동 가담자 1500여 명을 구금하고, 시위 참여를 촉구한 소셜미디어(SNS)와 시위대 동원에 투입된 자금을 추적하며 배후 수사에 나섰다. 

이번 폭동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1·6 의회 난입 사태가 재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선 불복을 선언하며 총기를 들고 미 의회에 난입했다. 이번 시위 배후로 추정되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했던 인물이다. 대선 전부터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한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닮았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폭동 배후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폭동 발생 다음 날 미 플로리다주(州) 올랜도의 한 병원에 입원한 본인 사진을 SNS에 올리고, 2018년 흉기 피격에서 생긴 상처 통증으로 전날 입원했다고 주장했다(사진 2).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