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쇼핑몰 콜럼버스서클에 입점한 H&M 매장으로 여성 고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 뉴욕의 쇼핑몰 콜럼버스서클에 입점한 H&M 매장으로 여성 고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란 최신 유행을 반영한 디자인의 옷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의류를 뜻한다. 쉽게 말해 ‘멋있으면서도 적당한 가격’인 옷이다. ‘패스트 푸드’와 마찬가지로 편한 마음으로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 의류 신상품 출시 주기가 1~2주일로 짧은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 패스트 패션 시장은 몇 개의 대형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스웨덴에서 출발한 H&M Hennes & Mauritz(헤네스앤모리츠·이하 H&M)다. 2016 회계연도(2015년 12월~2016년 11월) 매출액은 1923억스웨덴크로네(약 26조3163억원)다. 패스트패션 업계에선 자라(ZARA) 브랜드를 보유한 스페인의 인디텍스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전세계 64개국에 4400개 점포 보유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H&M의 의류는 최신 유행을 반영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있다. 또 점포 수가 많고, 전 세계적으로 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품 발주도 대량으로 할 수 있어 제조 비용을 줄이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H&M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서쪽으로 100㎞쯤 떨어진 베스테로스라는 도시에서 얼링 페르손(Erling Persson)이 여성 의류 전문점 ‘헤네스’를 열면서 시작됐다. 점차 스톡홀름과 인근 스칸디나비아 국가로 점포망을 넓혔다. 1968년엔 의류 브랜드 ‘모리츠’를 인수해 남성복과 아동복도 판매하게 됐다.

점포망도 계속 확대했다. 1976년엔 스칸디나비아 지역 바깥의 첫 번째 매장을 런던에 열었다. 1980~90년대엔 유럽의 점포망 확대에 집중했고, 2000년엔 미국 최초의 매장을 뉴욕에 개점했다. 그 뒤 홍콩, 상하이, 도쿄, 서울 등 동아시아 지역에 진출했다.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H&M은 전 세계 64개국에 4393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매출액은 독일이 가장 많고, 이어서 영국·프랑스·중국순이다. H&M이 출발한 스웨덴의 매출액은 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스웨덴 인구는 채 1000만명이 되지 않고, 경제 규모도 비교적 작다. H&M은 성장하기 위해 빨리 해외에 진출해야 했다. 1994년 H&M의 전체 매출액 중 스웨덴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였지만, 2016년엔 5%로 줄었다.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페인은 스웨덴보다 경제 규모가 크지만, 인디텍스의 스페인 매출액은 전체의 17% 수준이다.

H&M의 규모 확대 전략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카자흐스탄에 최초로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콜롬비아·아이슬란드·베트남·조지아에 진출할 예정이다. 의류를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지역도 확대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H&M의 성장 전략은 점포망 확대였다. ‘연간 10~15% 점포 수 증가’와 같이 신규 점포 개점 수를 성장 목표로 잡았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성장 목표를 ‘연간 10~15%의 매출액 증가’로 바꿨다. ‘점포 수’에서 ‘매출액’으로 목표를 변경한 것이다. 온라인 판매 금액이 무시할 수 없는 정도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 위해 설비 투자 확대

H&M은 1980년부터 우편 주문 회사를 인수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을 거치지 않는 판매 채널에 투자해 왔다.

1998년엔 인터넷상에서 의류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세계 35개국에서 인터넷 쇼핑을 지원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판매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어떤 지역은 온라인 비중이 상당히 높다.

H&M은 온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물류 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의류와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려면 주문 접수부터 상품 배송까지 효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따라서 물류 설비와 정보기술(IT) 네트워크 구축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H&M의 설비 투자액은 2013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10년간은 연평균 11%씩 성장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영업이익률은 20%를 웃돌았지만, 그 후 점차 낮아져 2016년엔 12.4%에 그쳤다.


Plus Point

국내는 대형마트 브랜드 약진

세계 패스트패션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는 자라와 H&M이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매출액 기준 업계 1위는 유니클로 브랜드를 보유한 에프알엘코리아(2015년 9월~2016년 8월 매출액 1조1822억원)다. 2위는 이마트가 내놓은 ‘데이즈(DAIZ·지난해 매출액 4680억원)’다. 자라와 H&M의 2016년도 국내 매출액은 각각 3450억원, 2074억원에 그친다.

데이즈는 이마트가 여러 이름으로 출시하던 의류 자체상표(PB) 제품을 통합한 브랜드다. 이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디자인을 맡겨 품질을 높였다. 데이즈의 목표는 2023년까지 매출액 1조원 달성이다. 전국에 80여개 매장이 있고, 지난해 9월엔 이마트 내부가 아닌 ‘스타필드 하남’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독자적인 패션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시도다. 소비자의 주목을 끌고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인 ‘라르디니’, 국내 유명 디자이너 홍승완과 협업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3월 자체 패션 브랜드 ‘테(TE)’를 선보였다. 테가 한상혁, 고태용 등 유명 신인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제작한 티셔츠는 출시 일주일 만에 기존 티셔츠 판매량의 3배가 넘는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 밖에 이랜드의 스파오,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 신성통상의 탑텐이 국내 패스트패션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