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 일본, 중국이 러시아 시장 장악을 위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이들 3개국이 올 상반기 러시아에 투자했거나 투자 예정인 사업 규모는 수백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러시아 시장이 점차 안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독일과 이탈리아 등이 주도하던 투자 열기에 아시아 국가들이 가세한 셈이다. 

 한·중·일은 브릭스(BRIC’s)의 한 축이자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공략을 위해 투자를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LG전자는 한국 전자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4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인근 루자 지역에 세탁기, 냉장고, TV, 오디오 등 연간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현지 생산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LG전자는 국내 부품 협력업체와 더불어 모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내년 4월에 공장에서 제품이 출시되면 러시아 판매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러시아 현지법인인 L&L을 설립하고 모스크바 중심가 뉴아르바트에 6000평 부지에다 지하 4층, 지상 21층 규모의 백화점·호텔을 건설 중이다. 2006년 백화점, 2008년 호텔이 완공되면 모스크바를 상징하는 최고급 백화점과 호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쿠르트도 9월23일 모스크바 근교에 현지 생산공장 완공식을 통해 러시아 국민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도시락라면 생산에 돌입한다. 한국야쿠르트는 공장 설립에 150억원을 투자했으며, 현재 1억70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4억개까지 확대 생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중국

 중국의 대(對)러 투자는 국가의 정책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중국은 러시아만한 시장이 없다는 인식 아래 국경을 초월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초 중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와 15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대러 투자계획 협정서에 서명, 러시아에서도 레드차이나(RED CHINA)의 위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프로젝트명 ‘발트해 진주’로 알려진 이 투자 사업의 최대 골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차이나타운 건설 사업’이다. 중국은 이곳에다 3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상복합 도시를 만들어 러시아와 발트해 연안국 진출 교두보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정부도 자국인 15만명에 대한 고용  창출 기대감으로 중국 측 투자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중국의 ICBC은행도 9월2일 3000만달러를 투자해 러시아에 은행을 설립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과 일본보다 한발 앞선 행보다. 현재 모스크바에서 활동 중인 중국인 사업가는 25만명 수준. 러시아 연방관광청에 의하면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한 중국인 수가 80만명을 넘어서 양국은 해가 갈수록 인적 교류가 증대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 더욱 밀착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정부 차원에서도 투자 협력과 공조를 가장 이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이고리 레비틴 러시아 교통부장관은 “러시아는 2010년까지 양국 교역량을 600억달러로 늘리는 게 목표”라며 “중국이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간 고속철도 건설 계획과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의 교통인프라 구축 투자에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중국의 대러 투자는 석유·가스 등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소비재, 노동력 부문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시베리아와 우랄까지 대부분의 중국과 러시아 국경 도시는 중국의 상권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 경제학자들이나 사회학자들 사이에 중국 자본종속론, 황화(黃化)경계론까지 부각되고 있지만 중국의 투자는 거침이 없는 상태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에 2020년까지 러시아 경제 발전을 위해 1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본

 일본 기업은 러시아와 북방 4개 섬을 둔 국가 간 영토분쟁 때문에 대러시아 투자 진출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중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에 자극받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토요타자동차가 지난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조립공장 기공식을 가지면서 대러 투자의 물꼬를 텄다. 토요타는 캠리 모델을 오는 2007년 12월부터 가동에 들어가 연 2만대 생산을 시작으로 최종적으로 20만대까지 생산할 계획이다. 총 투자비용은 약 1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의 대러 투자는 단번에 중국을 능가할 수 있다. 현재 동시베리아 송유관 루트 최종 목적지를 두고 중국과 경쟁 중인 일본은 러시아 측이 송유관 목적지를 나홋카로 확정할 경우, 100억달러 이상 투자할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무역진흥회 모스크바지부 관계자에 의하면 “자국 기업들이 지난 15개월간 러시아에 지사 혹은 대표부 형태로 등록된 수가 무려 40%나 증가했다”며 “2005년 7월 등록된 기업 수는 109개 사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시장은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자·제조업 등 거의 전 분야에서 현지 생산 기반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코트라(KOTRA) 모스크바 무역관 김승철 본부장은 “현재 러시아가 WTO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한·중·일 3국의 대러 투자는 시간이 갈수록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럽 국가들이 주도해 왔던 투자 분위기가 점차 다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경제가 안정 기조를 지속 유지할 경우, 한·중·일 3국의 대러 투자경쟁은 끝없는 경쟁 구도로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