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디지털 직원이 적재된 하드디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웨스턴디지털>
웨스턴디지털 직원이 적재된 하드디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웨스턴디지털>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할 유력 후보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세계 최대 하드디스크(HDD) 제조 업체다. 1970년 전자 계산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프로세서(CPU)를 생산하는 기업 ‘제너럴디지털’로 설립됐다. 1980년대에는 하드디스크에 필요한 자기(磁氣) 디스크 제어 장치를 생산하며 급성장했고, 1988년엔 하드디스크 제조 기업을 인수해 컴퓨터용 저장장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하드디스크는 최첨단 업종이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1990년대 초 실적이 좋아졌지만, 다른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몇 년 후 점유율이 낮아졌다. 웨스턴디지털은 1998년 IBM으로부터 하드디스크 관련 기술을 지원받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개인용 컴퓨터(PC)가 급속히 보급됐고, 저장 데이터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대용량 하드디스크 수요가 늘어 다시 빠르게 성장했다.


인수·합병으로 세계 최대 HDD 업체로 성장

웨스턴디지털의 성장세는 2010년대에 들어 세계적으로 컴퓨터 판매가 감소하면서 둔화되기 시작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12년 경쟁 기업이었던 일본 히타치제작소의 하드디스크 사업 자회사 미국 히타치글로벌스토리지테크놀로지(이하 HGST)를 인수해 세계 최대 하드디스크 업체로 올라섰다. HGST는 히타치제작소가 2003년 IBM에서 인수한 하드디스크 기업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이 회사를 인수한 후 하드디스크 안에 헬륨을 넣어 공기 저항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명을 연장했고, 용량을 늘려 웨스턴디지털의 제품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2015년엔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는 플래시 메모리 부문 점유율 세계 3위의 미국 샌디스크를 190억달러(약 21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샌디스크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의 저장 장치로 쓰이는 SD카드로 친숙한 기업이다. 샌디스크는 산업용 제품 중 플래시메모리의 하나인 낸드플래시메모리 부문에서 경쟁력이 높다. 낸드플래시는 발열이 적고 조용하며 충격에 강해 하드디스크 대신 많이 사용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사용된다.

HGST 출신 스티브 밀리건 CEO의 지휘로 웨스턴디지털은 개인·기업 고객 대상 하드디스크나 SSD 판매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데이터 저장 서비스나 데이터센터 대상 제품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2년 HGST를 인수한 이후 일반 고객 대상 제품 판매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7%에서 46%로 감소했다. 반면 데이터센터 대상 제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9%에서 32%로,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은 14%에서 22%로 증가했다.


데이터 저장 수요 계속 늘어 기반 튼튼

데이터센터가 채택하는 데이터 저장 방법은 하드디스크에서 SSD로 바뀌고 있다. 매출액 중 플래시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16%에서 35%로 상승했다. 웨스턴디지털은 데이터센터 매출액이 2016년 42억달러에서 2020년에는 227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6년 세계 컴퓨터 출하대수는 전년보다 6.2% 감소한 2억6970만대를 기록했다. 5년 연속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 속도도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사진이나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깔아서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동영상으로 가득 찼다’ 등 소비자의 수요가 꾸준하고, 정부·연구기관·기업에서 데이터 보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사업 기반은 튼튼하다.

웨스턴디지털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저장 용량이 2016년 총 400엑사바이트에서 2020년 1800엑사바이트로 증가해, 연평균 45%씩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TBR은 세계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2015년 800억달러에서 2020년엔 167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제품의 기록 밀도를 높이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1제곱인치(6.45㎠)당 1.4테라바이트까지 저장할 수 있다. 데이터를 기록할 때 자기와 레이저의 열을 함께 쓰는 등 차세대 기술로 같은 면적에 최대한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을 10테라바이트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12테라바이트를 저장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를 발표하는 등 대용량 제품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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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nand flash)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등 각종 IT 기기의 주(主) 저장 장치로 쓰인다.
엑사바이트(exabyte) 1엑사바이트는 10억기가바이트다. 약 2억5000만개 DVD 또는 400페이지 책 1조권에 해당하는 양이다.

Plus Point

도시바의 개발·제조 파트너

웨스턴디지털은 일본 도시바의 주력 사업인 낸드플래시의 개발·제조 파트너다. 미에(三重)현 욧카이치(四日市)시에서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제6공장은 2018년에 가동될 예정이다. 이 공장은 낮은 비용과 높은 기록 밀도, 빠른 쓰기 속도를 가진 3차원(3D) 제품을 대량 생산하게 된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의 공장에서 생산된 반도체 웨이퍼를 중국에 위치한 공장에서 자르고 말레이시아의 공장에서 SSD로 제조한다.

도시바는 원자력 발전 사업에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 것을 메우기 위해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키로 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하나가 웨스턴디지털이다. 밀리건 CEO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웨스턴디지털의 도시바 합작 회사 이익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달 초 마감된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입찰엔 웨스턴디지털을 비롯해 미국 브로드컴·마이크론과 한국의 SK하이닉스, 대만의 훙하이가 참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훙하이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입찰에 3조엔을 적어 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와 합작 계약을 근거로 독점 교섭권이 있다고 주장해 매각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웨스턴디지털

본사 소재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CEO 스티브 밀리건
총자산 328억6200만달러
순자산 111억4500만달러
매출액 129억9400만달러
영업이익 4억6600만달러
당기순이익 2억4200만달러
종업원수 7만2878명
(기준 : 2016년 6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