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시오리가 2017년 10월 출간한 ‘블랙 박스’. 사진 아마존재팬
이토 시오리가 2017년 10월 출간한 ‘블랙 박스’. 사진 아마존재팬

일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이토 시오리(伊藤詩織)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에서는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지지가 없다”며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여성들이 되레 심각한 비난 여론에 부딪히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이토는 “성폭행 피해자들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며 “남성 경찰들에게 피해 사실을 조사받는 고통도 겪어야 했다”고 했다.

이토는 2015년 4월 일본 TBS방송의 고위 간부에게 성폭행당한 뒤 경찰에 곧장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가해자는 “합의한 성관계”라며 발뺌했다. 일본 검찰은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이에 이토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지난해 5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에서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본격화했다.

성범죄에 침묵하는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2015년 피해 사실을 폭로한 책 ‘블랙 박스(Black Box)’를 출간하기도 했다. 책이 출간된 후에도 일각에서는 ‘이토가 고위 간부를 유혹했다’ ‘이토가 유명인의 삶을 망치려 한다’ 같은 비난 여론이 지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