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대미 주력 수출품이다. 향후 미국 정부가 관세 부과 조치를 구체화하고, 한국 자동차가 예외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우리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철강·알루미늄에서 시작된 미국의 일방적 보호무역 조치 대상이 자동차로까지 확대되면서 미국발 세계 무역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가 매겨지면 현대·기아차의 대미 수출은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는 일반 차량 2.5%, 픽업트럭 25%다. 단, 한국산 승용차(세단·SUV 등)는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23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에게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며 “자동차 같은 핵심 산업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향후 수개월에 걸쳐 수입 자동차가 미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된다. 상무부가 수입차가 미국의 안보를 저해할 위협이 있다고 판단을 내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90일 이내에 수입 규제, 관세 부과 등 조치를 할지 최종 결정한다.

윌버 로스 장관은 성명에서 “지난 수십 년간 수입 제품이 미국 자동차 산업을 약화시켜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며 “철저하고 공정하며 투명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최대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우리의 위대한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에게 곧 빅 뉴스가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긴 수십 년 동안 당신들은 충분히 오래 기다렸다!”고 말해 구체적인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에도 ‘국가 안보’ 이유를 들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후 미국 정부는 개별 협상을 통해 한국·EU·캐나다 등 일부 동맹국에는 고율 관세를 영구 또는 임시로 면제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유권자를 겨냥한 조치라는 풀이도 나온다. 전통적 제조업 일자리 지키기를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미시간주, 오하이오주 등 공업 지역에서 이기면서 전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