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구글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미국과 EU 간 무역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EU가 구글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미국과 EU 간 무역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EU(유럽연합)가 18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에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43억4000만유로(약 5조7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구글이 상품 검색 시 자사 쇼핑 서비스를 우선 보여주는 방식으로 경쟁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부과했던 과징금(24억2000만유로)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EU 과징금 규모로도 역대 최대다. 이에 따라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EU가 미국의 대표 IT 기업에 막대한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점에서 양측의 무역 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구글이 애플리케이션(앱)을 구입할 수 있는 ‘구글플레이’를 사용하려면 자사의 웹브라우저 ‘크롬’ 등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할 것을 휴대전화 제조사에 강요했다”면서 “이는 구글이 모바일기기 OS 시장에서 80%를 차지하는 자사 ‘안드로이드’의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종의 ‘끼워팔기’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고 부당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 단계에서 자사 검색 엔진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하도록 휴대전화 제조사와 통신사들에 보조금을 뿌리기도 했다고 EU는 설명했다. EU는 2015년 4월부터 이 사건을 조사해왔다.

EU는 구글이 90일 이내에 불공정 행위를 모두 시정하지 않으면 추가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글은 즉각 반발하며 유럽사법재판소(ECJ)에 과징금 부과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25일 트럼프-융커 회동에도 긴장감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에 대한 EU의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가 오는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미국과 EU 간 무역 분쟁을 주제로 열릴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회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구글에 기록적인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EU가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는 자신의 지적이 맞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트위터에서 그는 “내가 그럴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들은 정말로 미국을 이용해 왔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EU를 ‘적’으로 규정하며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와 무역에서 하는 것을 보면 EU는 ‘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EU 회원국들을 사랑하고 각국 정상들을 존중하지만, 무역 면에서 그들은 미국을 정말 이용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뿐 아니라 EU와도 마찰을 빚고 있다. 트럼프는 EU로부터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으며, 미국으로 수출되는 유럽 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