촹예헤이마가 운영하는 헤이마 학원. 사진 오광진
촹예헤이마가 운영하는 헤이마 학원. 사진 오광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의 창업거리에는 창업 준비생과 스타트업 기업인들이 몰리는 창업카페가 즐비하다. 그사이에 있는 헤이마 학원. 창업을 돕는 서비스를 주력사업으로 중국 증시에 상장해 창업신화를 일군 촹예헤이마(創業黑馬)가 운영하는 학원이다.


경제잡지 편집장 출신이 설립

촹예헤이마 창업자 뉴원원(牛文文·53)은 기자 출신이다. 중국 경제일보 산하 잡지 ‘중국기업가’ 편집장을 지낸 그가 독립해서 2008년 세운 ‘촹예자(創業家)’란 잡지가 창업 지원비즈니스의 출발이 됐다. 2017년 8월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상장 벨을 울린 뉴원원 회장을 두고 당시 중국 언론들은 뉴 회장이 창업 자금(66만3400위안)의 600배가 넘는 4억위안(약 670억원) 이상의 자산가가 됐다고 전했다. 뉴 회장의 작년 9월 말 기준 보유지분은 31.4%다. 3월 28일 기준 이 회사 시가총액 28억4600만위안(약 4750억원)을 감안하면 그의 자산은 9억위안(약 1500억원)으로 불어났다.

촹예헤이마의 상장이 눈길을 끈 건 ‘중국 증시에 상장한 1호 창업지원회사(중국증권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불어닥친 창업열풍 도움이 컸다. 2013년만 해도 하루 평균 6900개사가 설립되던 중국은 지난해엔 하루 평균 1만8400개사로 167% 급증했다. 19세기 미국 서부로 금을 찾는 행렬이 줄을 잇던 골드러시 때 돈을 번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환경만이 촹예헤이마의 오늘을 만든 건 아니다. 되레 창업보육센터의 난립으로 거품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스스로 창업신화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인민(人民)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공산당 간부를 가르치는 중앙당교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은 뉴 회장의 첫 직장은 중국 경제일보였다. 두 차례 연속 중국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1999년 경제일보 산하 잡지인 ‘중국기업가’로 옮기고, 2000년 ‘중국기업가’ 총편집(편집장)이 되면서 중국 기업인들과의 인맥을 키웠다. 2003~2005년 장강상학원에서 eMBA 과정을 거친 것도 기업 인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줬다.

2008년 ‘촹예자’란 잡지를 만들면서 거친 들판에 홀로 섰다. 이후 잡지의 일부 사업이던 창업가 교육을 키워 창업액셀러레이터로 변신하게 된다. 2014년 ‘헤이마 학원’으로 성장한 교육 사업을 통해 매출의 절반을 올리고 있다. 교육 사업은 매출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사업이 됐다. 언론의 특성을 활용한 홍보 대행 사업도 한다.

특히 교육 사업을 창업 대회와 연계시키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키도록 했다. 2011년부터 창업가들을 위한 자금조달 플랫폼으로서 헤이마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를 관전한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헤이마 대회의 ‘챔피언’은 줄줄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이 됐다.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올해 중 출범하는 커촹반(科創板·상하이판 나스닥)을 위해 상하이증권거래소가 처음 등록신청을 받은 9개사 중 하나인 안한커지(安翰科技)와 알리바바에 안면인식 결제 기술을 제공하는 쾅스커지(Face++)가 대표적이다. 안한커지는 의료 로봇 분야에서 세계 선두에 서 있다는 게 뉴원원 회장의 설명이다. 뉴 회장은 “쾅스커지가 미국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할 예정이며 글로벌 인공지능(AI) 거두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촹예헤이마를 거쳐 간 1만여 개사 가운데 유니콘만 35개사고, 이미 상장한 기업은 11개사다. 촹예헤이마는 2014년엔 직접 헤이마 기금을 만들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2013년엔 헤이마후이(黑馬會)를 만들어 창업가 교류 플랫폼까지 뒀다. 지역 분회를 만들어 2만 명 이상의 창업가들을 회원으로 확보했다.


뉴원원 촹예헤이마 창업자. 사진 촹예헤이마
뉴원원 촹예헤이마 창업자. 사진 촹예헤이마

20여 개 도시에 엑셀러레이터 운영

촹예헤이마는 일찌감치 창업지원 생태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012년 중관춘 관리위원회에서 처음 지정한 혁신형 창업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로 꼽혔고, 2015년에는 중국 과학기술부로부터 대중적인 창업 공간으로 처음 인정받았다. 2015년 촹예헤이마에 투자한 다천(達晨)창투의 푸중홍(傅忠红) 파트너는 “촹예헤이마의 주요 수입원은 교육과 홍보지만 미래 성장동력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며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모두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 회장은 2년여 전 상장 기념행사에서 “창업의 길은 힘들고 고독하고, 그건 기업인 스스로만 알 뿐이다. 촹예헤이마의 슬로건은 ‘창업자들이 다시는 고독에 빠지지 않게 하자, 차세대 스타 창업가를 배양하고 그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촹예헤이마는 이미 20여 개 도시에 창업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뉴 회장은 창업 지원은 도시의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촹예헤이마의 지난해 매출은 3억3508만위안(약 559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급증했다. 하지만 외형 성장의 대가로 순이익은 1206만위안(약 20억원)으로 74% 감소했다. 내실을 다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Plus Point

中 정부 규제 완화로 창업 열풍

촹예헤이마의 성공을 이끈 배경엔 중국의 창업열풍이 있고, 이를 대변하는 말이 ‘대중창업만중창신(大衆創業萬衆創新)’이다. 전(全) 국민의 창업화, 혁신화 정도로 해석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2014년 텐진(天津)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언급했다. “960만㎢(중국 토지 면적)에 창업 혁신 열풍이 불게 하자”며 꺼낸 이 구호는 이후 중국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쐉촹(雙創)으로도 불리는 이 말을 리 총리는 그해 중국에서 열린 세계 인터넷 대회와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언급한 데 이어 2015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 정부업무보고에서도 이를 강조하며 정식 정책으로 채택했다. 2018년 9월엔 국무원이 ‘쌍촹 업그레이드판 정책’을 내놓았다. 쐉촹은 창업 등록 자본금을 사실상 없애는 등 절차 간소화 같은 규제완화를 통해 활성화됐다.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모바일 경제가 급성장하는 시기와 겹치면서 창업이 급증했고, 자금까지 대거 몰렸다.

제로2IPO에 따르면 중국의 벤처기업 투자 건수와 투자자금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영화 SV인베스트먼트 고문은 “중국에서 벤처캐피털이 급증하기 시작한 2013~2015년 결성된 펀드가 작년 하반기부터 3년간 집중적으로 해지하는 시기여서 창업 자금 경색이 시작됐다”며 “시진핑 주석이 작년 11월에 지시한 커촹판(科創板·상하이판 나스닥)의 올해 개설을 목표로 할 만큼 서두르는 것도 자금 회전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규제완화는 지속된다. 리 총리는 올해 정부업무보고에서 경기하강 압력에 대한 대책으로 규제완화를 약속했다. 쐉촹을 위한 특별 금융채 발행도 유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