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유적지에 서 있는 테슬라의 모델S. 사진 테슬라
중국 상하이의 유적지에 서 있는 테슬라의 모델S. 사진 테슬라

미국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연간 50만대를 생산하는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테슬라의 공장 건설 계획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주목받고 있다.

상하이시 당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각) “테슬라가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인 린강 개발특구에 전기차를 개발·생산·판매하는 거점을 짓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상하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라고 밝혔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상하이 공장 크기는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생산시설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에는 ‘기가 팩토리-3’이란 이름이 붙을 예정이다. 테슬라는 상하이에 생산공장과 함께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워 전기차 기술연구도 병행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년 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 수준의 해외 생산기지를 구상했으며, 상하이 시정부와도 약 1년간 협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명식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CEO는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의 첫 해외 투자로,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생산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의 자동차 분야 투자 제한(지분의 50%)을 철폐해 이번 투자는 테슬라의 100% 투자로 이뤄진다. 그러나 양쪽 모두 구체적인 투자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공장은 2020년부터 생산을 개시하지만 목표인 연간 5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시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에서 보급형 세단인 모델3과 향후 출시할 새 크로스오버 차량인 모델Y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3은 그동안 생산 차질을 빚어온 테슬라의 대표 차종이다. 테슬라는 모델3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파산설까지 제기된 바 있다. 상하이 공장이 완공되면 모델3의 대량생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美 정부 정치적 압박할 수도

테슬라의 이번 투자 계획이 주목받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직후 발표됐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이번 결정이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 내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과열되고 있는 미·중 무역마찰의 영향을 현지 생산을 통해 피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지난 6일 미·중이 상대국의 수출품 340억달러어치에 25%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부과한 뒤, 테슬라에 부과되는 관세는 기존의 15%에서 무려 40%로 올랐다. 그 여파로 테슬라 ‘모델S’의 중국 판매 가격은 대당 10만7300달러에서 12만8400달러로 20% 인상됐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서 생산을 하면 관세 부담이 없어진다.

테슬라 입장에서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 10만3000대 가운데 16.5%인 1만7000대를 중국에서 팔았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보급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전기차 구매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인해 테슬라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의 정치적 압박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국 기업들에 국내 투자에 주력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중 무역 갈등이 심해질 경우 테슬라가 중국인들의 ‘불매운동’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