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전경. 사진 블룸버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전경. 사진 블룸버그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500억달러(약 55조575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조기에 집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8월 29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전날보다 8%가량 떨어진 달러당 33.9페소까지 내려갔다.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45%가 하락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지난 6월 IMF와 합의한 구제금융을 조기 지원해달라고 IMF에 요청해 지원합의를 했다고 TV연설을 통해 밝혔다. 마크리 대통령은 연설에서 “아르헨티나는 내년도 금융 프로그램 준수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금을 조기 지원받기로 IMF와 합의했다”며 “상황이 악화돼 일어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당초 IMF는 아르헨티나에 지급하기로 한 구제금융 500억달러 중 150억달러는 지난 6월 지원하고 나머지 350억달러는 분기별로 검토해 지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아르헨티나가 나머지 자금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제적 불안감이 계속되는 와중에 IMF 구제금융 조기지원 소식은 아르헨티나의 부채 상환능력이 더 떨어진 것 아니냐는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날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급락했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하루 동안 0.4%포인트 올라 연 10%를 또 넘어섰다.

도이체방크의 짐 레이드 이코노미스트는 8월 3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아르헨티나 정부의 외환보유고가 계속 고갈되고 있다”며 “IMF의 구제금융이 이 나라의 금융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충분한지 불투명하다”라고 했다.


국내 투자자 손실도 우려

한편 주변 신흥국들의 경제상황도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현재 부패 혐의 등으로 수감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그를 석방하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룰라가 집권해 좌파 정권이 다시 등장하면 브라질 재정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8월 28일(현지시각) 헤알화 가치는 달러당 4.13헤알까지 폭락하며 3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19%가량 내려갔다.

터키 리라화도 8월 29일(현지시각) 전일보다 2.9%가량 하락한 달러당 6.46리라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40% 이상 추락했다. 전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터키 은행들이 외화자금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며 터키 금융기관 20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신흥국 경제가 위험수위를 오가는 것에 대해 향후 글로벌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감도 제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이달 중 금리인상을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데 이 때문에 신흥국에 있던 자금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탈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폭락하고 신흥국에 투자했던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브라질펀드 수익률은 최근 1개월간 15.15%(8월 27일 기준)의 손실을 기록했다. 브라질 채권은 지난해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에서만 4조2000억원어치가 판매됐고 올해 들어서도 1조3000억원가량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