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미국과의 접경 지역인 멕시코 티후아나 지역에 설치된 국경 펜스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한 남자가 미국과의 접경 지역인 멕시코 티후아나 지역에 설치된 국경 펜스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입국자를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 지대에 주(州) 방위군을 투입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주 방위군 투입을 명령하는 대통령 포고령에 서명했다.

포고령 서명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국경 문제가 끔찍한 상황이라 군대를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장벽을 쌓고 적절한 경비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군대가 국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토안보부의 커스텐 닐슨 장관도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주 방위군이 멕시코 국경에 투입된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멕시코와의 국경에 주 방위군을 투입한 적이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6년 5월부터 2008년 7월까지 3000~6000명의 병력을 애리조나 국경에 투입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0년 5월부터 임기 말까지 주 방위군을 멕시코와의 국경에 보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는 수백여 명 수준이었다.

군대가 파견되지만 수행할 수 있는 임무는 제한적이다. 의회의 승인 없이는 미국 영토 안에서 법 집행에 군대를 동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경에 파견되는 주 방위군은 국경순찰대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직접 불법 입국자를 구금하는 업무는 맡지 않을 전망이다.

커스텐 닐슨 장관은 주 방위군 투입 사실을 설명하면서 “불법 마약 밀매와 밀입국 등 나쁜 행동에 대한 대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줄곧 제기해왔다.


나프타 재협상 압박용 분석도

마약 문제의 해결책으로 국경 장벽 건설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의 반발 등으로 예산을 제대로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장벽 건설 예산을 25억달러로 책정했는데, 미 의회는 16억달러만 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족한 예산을 국방 예산에서 가져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벽 건설이 생각처럼 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장벽 문제를 연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트위터에 “대규모의 마약과 이민자 유입을 멈춰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그들(멕시코)의 캐시카우인 나프타를 끝장내겠다. 장벽이 필요하다!”고 올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 비용을 멕시코도 부담해야 한다고 했지만, 멕시코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 가까운 요구에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모레나당 후보는 “장벽이나 힘으로 치안 문제를 풀 수는 없다”며 “미국은 멕시코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