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지난 3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금리 인상이다. 하루 뒤인 14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말에 양적완화(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푸는 것)를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었던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잇따라 ‘위기 상황 종료’를 선언하고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미국 연준은 지난 13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난 뒤,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1.5~1.75%에서 1.75~2%로 올랐다. 미국 기준금리가 2%대에 진입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또 연준은 올해 하반기 중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렇게 되면 올해에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올리게 되는 셈이다. 연준은 내년에 세 차례, 2020년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미국 경제의 견조한 회복세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뒷받침했다. 연준은 이날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이전보다 0.1%포인트 높은 2.8%로 예상했다. 실업률 전망치는 3.6%로 이전보다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ECB의 양적완화 종료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는 결정이었다. ECB는 매달 30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었는데, 이 규모를 올해 4분기에 월 150억유로로 줄이고 연말에는 아예 종료하기로 했다. 유럽은 각국 경제 상황이 미국만큼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 전체의 경제성장률이 2.2~2.3%에 달하고, 물가상승률도 1.5%를 웃도는 가운데 정책금리가 제로인 상황이 지나치게 오래 유지되고 있어 양적완화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졌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신흥국 입장에서 좋을 게 없는 소식이다. 자본유출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같은 신흥국 입장에서는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될 수 있다. 한국은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지만, 대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도 부담이다. 이번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는 0.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2007년 7월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최대다. 

지금 당장은 금리 역전 현상이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일부 신흥국의 금융 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에 자금유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