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우버가 영국 런던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우버 등록 운전자수는 2만5000여명으로 급증했다. 택시기사의 20% 수준으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우버는‘우버이츠’를 통해 영국 음식 배달 시장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2012년 우버가 영국 런던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우버 등록 운전자수는 2만5000여명으로 급증했다. 택시기사의 20% 수준으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우버는‘우버이츠’를 통해 영국 음식 배달 시장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택시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가 이번에는 미국·유럽 주요 도시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는 다양한 업체들의 난립으로 가격 경쟁이 심한 레드오션 중 하나가 됐는데, 여기에 우버가 뛰어든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우버의 음식 배달 서비스 ‘우버이츠(UberEATS)’가 6월 1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미 미국과 캐나다·프랑스·호주·싱가포르 등 5개국 18개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던 우버이츠가 영국 런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우버는 런던 중심가에 있는 150개 이상의 음식점과 계약하고 이번 서비스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우버이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버와 별개의 우버이츠 앱을 깔아야 한다. 주로 자전거를 통해 30분 이내에 주문한 음식을 받을 수 있다. 샌드위치나 샐러드 같은 대표적인 테이크아웃 음식을 비롯해 카레나 피자 같은 다양한 음식도 주문할 수 있다. 우버이츠는 서비스를 갓 선보인 만큼 첫 달은 무료로 배달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추후에는 경쟁 업체들과 비슷한 2.5파운드(약 4000원) 수준에서 배달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우버이츠는 현재 영국의 음식 배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호주의 딜리버루(Deliveroo)와 경쟁해야 한다. 딜리버루는 막강한 자전거 부대를 통해 이미 영국 40여개 도시에 진출해 있으며, 오는 9월 말까지는 20개 정도의 도시에서 추가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댄 원(Dan Warne) 딜리버루 영국법인 이사는 “우버이츠 같은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영국 음식 배달 시장의 수요가 그만큼 충분하다는 방증”이라며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음식 배달과 테이크아웃 음식에 대한 수요는 늘어났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영국의 배달 음식 시장은 2.7% 증가한 65억유로(약 8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기간 외식 규모는 171억유로(약 22조3000억원)로 5% 줄었다.

우버가 처음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14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였다. 당시 서비스 이름은 우버이츠가 아니라 ‘우버프레시(UberFRESH)’였다. 이 시장은 이미 경쟁이 심했지만 ‘포스트메이츠(Postmates)’부터 ‘도어대시(DoorDash)’까지 많은 배달 앱 스타트업(초기 창업 기업)들이 벤처캐피털 자금을 빨아들이는 것을 보고 시장 성장성과 추가 수익원으로서의 가능성을 기대한 것이었다. 시기적으로는 아마존 같은 기업이 미국 내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하면서 일부 스타트업이 고사(枯死) 위기를 겪는 것을 보고, 규모의 경제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계산도 있었다. 우버가 최근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런던의 경우, 등록 운전자수가 2만5000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자전거 이용해 음식 배달

그러나 우버 운전자를 음식 배달에 활용하려는 당초 계획은 모든 국가, 모든 도시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런던의 경우도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주로 활용하게 됐기 때문에 추가 배달원 수천명과 계약해야 했다.

우버 운전자를 활용하더라도 운전자가 자신의 차로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을 챙겨 주문지로 전문적으로 배송하게 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한다. 우버는 고객이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해당 주문을 음식점에 알리고, 음식이 다 준비될 시간을 예측해 그 시간에 음식점 근처에 있는 운전자에게 음식 배달을 할지 여부를 묻게 된다. 같은 음식점에 여러 고객이 주문을 넣을 수도 있는데, 이때는 운전자가 해당 음식점에서 모든 음식을 받아 한꺼번에 배달에 나설 수도 있다. 포스트메이츠가 이런 방식으로 배달 비용을 1달러까지 낮췄던 모델을 참고한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배달 서비스에 나설지는 우버 운전자 선택의 몫으로 남는다. 미국 기준으로 우버는 건당 약 5달러(약 5700원)의 배달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수입을 운전자와 나누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Plus Point

공격적 확장에 우려 목소리

우버이츠의 영국 진출이 알려진 6월 중순, 우버가 10억~20억달러 규모의 대출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우버가 현금과 전환사채를 포함한 현금성 자산 110억달러(약 12조6000억원)를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과 중국 현지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실탄 확보라는 분석을 내놨다.

우버는 미국의 리프트(Lyft), ‘중국판 우버’ 디디다처(滴滴打車)와 경쟁하고 있다. 특히 우버는 중국 시장에서 토종업체들에 밀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매년 최소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 이상을 중국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2009년 창업한 우버는 현재 600억달러(약 69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129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는 상장을 최대한 미룰 수 있는 데까지 미루면서 투자 유치,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오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우버의 이런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우버는 지난해 상반기 6억632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손실 규모는 9억8720만달러로 적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