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홍콩에서 일어난‘우산혁명’당시 금융 중심가 센트럴 일대를 점령한 시위대. 빌딩 사이를 잇는 육교에‘나는 직접·보통선거를 원한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 블룸버그>
2014년 홍콩에서 일어난‘우산혁명’당시 금융 중심가 센트럴 일대를 점령한 시위대. 빌딩 사이를 잇는 육교에‘나는 직접·보통선거를 원한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 블룸버그>

1997년 7월 1일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지 19년이 흘렀다. 그사이 중국은 눈부시게 발전해 미국에 이어 세계 양대 강국이 됐지만 홍콩은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반중 시위가 반복해서 일어나자 중국 관광객이 줄어 경기가 침체됐고 불안을 느낀 젊은이들은 해결책으로 해외 이민까지 알아보고 있다.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할 수도

홍콩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 밑으로 떨어졌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성장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GDP가 0.4% 감소했다. 홍콩의 분기 GDP 감소는 2014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홍콩 경제 전망은 어둡다. 일본 다이와(大和)증권 자회사인 다이와캐피털마켓유럽은 홍콩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는 경기 후퇴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1.2%에서 0.4%로 하향 조정했고 내년 성장률도 1.0%에서 -0.5%로 낮췄다. 케빈 라이 애널리스트는 “소비와 고정투자, 정부지출까지 모든 부문에서 경기가 주저앉았다”라고 분석했다.

1분기 GDP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는 중국의 경제둔화와 중국인 방문객 감소 여파에 따른 소매 판매 하락이 꼽힌다. 이 중 중국인 방문객 감소는 홍콩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되고 시위가 잇따르자 중국인들이 홍콩이 아닌 일본 등 다른 곳으로 관광을 떠난 게 원인이다. 2015년 기준으로 홍콩 경제에서 서비스부문은 9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홍콩의 서비스 수출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6.4%로 규모가 크다. 중국인 방문객이 감소하면 경제에 바로 타격이 오는 구조다.

지난해 홍콩을 찾은 중국인 방문객은 전년보다 2.5% 줄었다. 방문객이 감소한 것은 2003년 사스 사태 이후 처음이다. 소매 판매는 3.7% 감소했다. 홍콩 디즈니랜드는 중국인 방문객이 23%나 감소한 영향으로 지난해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흐름은 계속 이어져 올 1~2월 홍콩을 방문한 본토인 관광객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8% 줄었다. 지난해 이들의 소비 규모는 8.3% 감소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홍콩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게 배경이다. 정치적인 반중 정서 외에도, 홍콩인들은 분유와 같은 상품을 사재기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메뚜기떼’라고 부르며 반발하고 있다. 홍콩 주민이 쇼핑몰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향해 식민지 시절의 홍콩 깃발을 흔들며 ‘집에 가라’고 외치다가 체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반중 감정에서 촉발된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도 했다. 2014년 9월부터 발생한 우산시위는 한때 10만명 이상이 참여해 정부와 입법원이 위치한 애드미럴티(金鐘)와 인접한 금융 중심가 센트럴(中環)을 점거하며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당시 홍콩과기대 경제학과 레이딩밍(雷鼎鳴) 교수는 시위로 홍콩이 입은 경제 손실은 3500억홍콩달러(약 52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홍콩은 경기 둔화로 지난해 9월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홍콩 부동산 가격은 7개월간 10% 하락했다.


불안감에 홍콩 떠나는 젊은이 증가

람윙키(林榮基·61) 홍콩 코즈웨이베이서점(銅鑼灣書店) 점장은 6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에서 공권력에 의해 납치·감금돼 24시간 감시를 받았고 TV에서 허위자백을 강요당했다”라며 “중국이 아닌 홍콩에서 납치된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중 서적을 판매한 혐의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일국양제 원칙에 위배된다. 기자회견 후 홍콩 시민 수천명은 코즈웨이베이에서 거리 행진을 벌이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일국양제 보호’ ‘공산당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올해 음력 새해 첫날인 2월 8일 몽콕(旺角)에서 ‘어묵혁명’이 발생했다. 명절 대목에 단속반원이 어묵(생선완자)을 파는 노점상을 단속하자 노점상들이 유리병과 화분을 던지며 저항했고 경찰이 투입되자 시민들이 모여들어 보도블록을 깨 경찰을 향해 던지고 가스통, 죽창 등이 등장해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홍콩의 정국 불안은 앞으로 몇 달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오는 9월 4일 입법회(한국의 국회에 해당) 선거를 실시한다. 2014년 우산혁명의 주역이었던 조슈아 웡(黃之鋒·19) 등은 4월 ‘데모시스토(Demosisto·香港衆志)라는 정당을 창당했다. 데모시스토의 목표는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 적용이 끝나는 2047년 이후의 홍콩 미래를 묻는 국민투표의 10년 내 시행이다. 사실상 중국 본토에서 홍콩의 분리를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예 1997년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귀영독립연맹(歸英獨立聯盟)이라는 정당도 등장했다. 최종 목표는 홍콩 독립이지만 그 전에 영국 식민지가 된 후 영국에 독립을 문의해야 한다는 게 이 당의 계획이다.

귀영독립연맹 빌리 치우(招顯聰·31) 대변인은 “홍콩 주권을 중국에 반환하는 내용을 담은 1984년 ‘중·영 연합성명’을 인정하지 않고 홍콩이 영국 통치로 당연히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정국이 불안정해지자 홍콩을 뜨는 주민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홍콩인의 미국 비자 신청 건수는 8만여건으로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15~2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 컨설턴트 존 후이는 지난 3년간 이민 신청이 20~25%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행복하지 않고 사회·정치적인 불안이 너무 크다”고 했다. 후이는 “미국 패스트푸드업체나 가금류 농장에서 일하려는 홍콩 젊은이들을 위한 비숙련 근로자 비자 프로그램을 작년에 출시해 현재까지 50가구 신청을 받았다”며 “투자자 비자를 받을 수 없는 이들이 이 비자로 미국에 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keyword

우산혁명(Umbrella Revolution) 2014년 9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79일간 이어진 민주화 시위.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을 발표하자 홍콩 대학생들은 친중국계 인사로 행정장관 입후보 자격을 제한한다며 반발해 시위를 일으켰다.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이 분사하는 최루액을 우산으로 받아내‘우산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영 연합성명 영국이 홍콩 전역을 중국에 돌려준다는 내용의 성명으로 홍콩반환협정이라고도 부른다. 1984년 발표됐다. 영국은 이 성명에 따라 1997년 7월 1일자로 홍콩 주권을 중국에 반환했고 중국은 50년 뒤인 2047년까지‘일국양제’원칙에 따라 사회주의 체제를 홍콩에 시행하지 않는다. 우산혁명 당시 영국은 이 선언에 따라 일국양제 원칙 훼손에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