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공산당은 올 가을 열리는 제18차 전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 구성과 함께 경제발전 기조의 중대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5월30일 중국의 소외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방문한 후진타오 국가주석(가운데), 원자바오 총리(오른쪽), 차기 최고지도자로 낙점된 시진핑 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 모습.
- 중국 공산당은 올 가을 열리는 제18차 전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 구성과 함께 경제발전 기조의 중대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5월30일 중국의 소외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방문한 후진타오 국가주석(가운데), 원자바오 총리(오른쪽), 차기 최고지도자로 낙점된 시진핑 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 모습.
중국공산당 고위 지도자들은 올해 여름휴가를 제대로 마음 편하게 보내지 못할 형편이다. 5년마다 한 번씩 개최하는 제18차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1921년 상하이(上海)에서 창당된 이래 지난 90년 동안 열일곱 차례 전당대회를 개최해왔지만, 이번 당 대회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1978년 12월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1기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의 길로 나선 이래 3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당대회는 제5세대 지도부를 구성하는 이외에도 앞으로 경제발전의 기조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중대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발전의 기조에 관해서는 지난 34년 동안 미국과 유럽을 시장으로 한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한 전 세계적 경제위기가 마침내 그리스, 스페인을 필두로 유럽 전체의 위기로 연결되는 마당에서 과연 중국이 수출주도형 경제의 골간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것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우선 새로운 지도부 구성 문제가 만만치 않은 난제다. 전당대회에는 전국에서 약 3000명의 지방 당대표들이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 모여 약 300명의 중앙위원을 선출하고, 그 가운데 30명 정도의 정치국원을 선출한 다음, 다시 정치국원 가운데 7~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해 이들이 바로 중국의 정치와 경제를 이끌어가는 집단지도부의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와 원자바오(溫家寶)를 포함한 24명의 정치국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24명은 대부분 1940년대 출생자들이고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 내정자와 리커창(李克强) 총리 내정자, 그리고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당서기 등 4명만이 1950년대 출생자들이다. 더구나 중국공산당은 지난 16차 당 대회에서 후진타오와 원자바오를 중심으로 하는 현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칠상팔하(七上八下)’, 즉 당 대회를 하는 해에 67세 이하인 경우에만 정치국원과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수 있고, 68세 이상인 사람은 선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에 내부 합의를 했다. 이 칠상팔하의 인사원칙을 적용하면 현재의 정치국원 24명 가운데 시진핑, 리커창, 리위안차오, 왕양 등 4명과 왕치산(王岐山) 부총리,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 장가오리(張高麗) 톈진(天津)시 당서기, 장더장(張德江) 충칭(重慶)시 당서기, 위정성(兪正聲) 상하이시 당서기, 류윈산(劉云山) 당 선전부장 등 10명만이 정치국원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될 대상 인물군을 형성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15명 이상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 새로운 정치국원으로 발탁해야 하는 새 피 수혈작업을 가을 이전에 마무리해야 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현재 9명으로 구성돼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단을 7명으로 축소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고, 새로 발탁해야 하는 15명의 새로운 정치국원 리스트도 완성해야 하는 중대 인사 과제를 올 가을 이전에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의 경제발전 전략에 관해서는 더욱 어려운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34년 동안 이른바 사회주의 경제에서 시장위주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해왔고, 가능한 빠른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그 결과 빈부격차와 도농격차, 내륙지방과 연해(沿海) 지역의 동서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그래서 중국공산당은 2010년 가을에 열린 제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에서 2011년 3월에 시작되는 12차 5개년 계획의 기조를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다시 말해 양적인 성장 위주에서 질적인 성장 위주의 전략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그러면서 GDP 성장률 목표를 2011년에는 8%로 하되 올해부터 4년간은 7% 정도의 성장만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과거와 같이 10%가 넘는 성장은 하지 않기로 하고, 성장률을 낮추면서 분배에 보다 신경을 쓰는 경제운용 방침을 결정했었다.

- 중국의 발전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상하이 푸동지구
- 중국의 발전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상하이 푸동지구

그러나 2010년 가을에 중국공산당이 내린 결정은 2008년 10월에 시작된 미국발 경제위기에서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을 덜 받고 또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여주었다는 자신감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현재의 그리스나 스페인을 둘러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 같은 것은 없던 시절이었다. 이번 가을에 선출될 예정인 시진핑과 리커창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는 우선 2010년 당이 내린 포용적 성장이라는 경제 기조를 과연 그대로 유지해도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유럽의 위기를 감안해 정책 기조를 크게 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럽의 경제위기가 확대되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당 대회에서 중국의 지도부를 교체하게 되는 타이밍이 겹쳐 그 점이 어떻게 중국경제에 작용할 것인지는 온 국제사회의 커다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 중국은 지난해부터 경제기조를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 위주로 수정했다. 사진은 중국 난징의 한 상점.
- 중국은 지난해부터 경제기조를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 위주로 수정했다. 사진은 중국 난징의 한 상점.

이번에 새로 중국지도부를 구성하는 시진핑과 리커창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지도부는 대체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 즉 중국공산당의 혁명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세대이며, 혁명에 직접 참여한 세대의 자녀들을 중심으로 하는 지도부가 될 전망이다. 혁명에 직접 참여한 부모 세대에게서 발견되는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지 않은 ‘혁명가의 자녀들’ 세대의 새로운 지도부가 과연 세계적인 경제위기라는 악천후 속에서 중국경제의 키를 어떤 방향으로 조정할지 커다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중국경제는 2010년 중국공산당이 다소 성장률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중대결정을 내린 이래 수출 증가율과 수입 증가율, 그리고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수출입이 다소 반등하고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성장률을 떨어뜨리기로 한 정책 때문에 앞으로도 수출입 증가율의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고, FDI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10%가 넘는 GDP 성장률을 보여주며 숨가쁘게 달려온 중국경제가 다소 숨을 고르기로 한 후진타오-원자바오 중심의 현 지도부 결정 때문에 앞으로 어떤 운명에 처할지는 실로 글로벌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2020년까지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가라”고 한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지시를 어기고 성장률을 의도적으로 낮추기로 한 결정이 혹시 중국호 기관열차의 엔진을 식게 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지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럴 경우 중국호 기관열차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그 결과 중국경제의 경착륙으로 이어질 경우 중국경제뿐 아니라 미국, 유럽 경제와 우리 한국경제에도 커다란 파도가 밀어닥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외교안보 당국자들뿐 아니라 경제당국자들도 올 가을의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와 그 준비과정을 세밀하게 잘 지켜봐야 할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