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바오바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19일 멕시코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마주한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중국의 바오바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19일 멕시코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마주한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중국 국가통계국이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 7.6%를 발표하자 온 세계가 떠들썩해졌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준 이래, 최근 들어 유럽 유로권의 경제 위기에다, 위축된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일본 경제, 어디를 둘러보아도 어둡기만 한 글로벌 경제 분위기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밝은 빛을 던져주던 중국 경제도 마침내 역대 최저의 경제성장률이라도 기록한 것처럼 지구촌 사람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가 마침내 바오바(保八·경제성장률 8% 고수)에 실패했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당사자인 중국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성라이윈(盛來運)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지난 7월13일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 경제는 복잡하고 엄중한 국내외 경제형세 아래에서도 당 중앙과 국무원이 ‘온중구진(穩中求進)’의 공작 기조 아래, 평온하면서도 비교적 빠른 경제발전과 경제 구조조정, 그리고 통화팽창 관리 등 세 가지 임무를 정확히 처리했다. 그러면서 평온하면서도 빠른 성장을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고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온건한 화폐 정책을 실시했으며, 미세한 정책 조정에 힘을 기울이고 국민경제의 운행을 총체적으로 평온하게 유지함으로써 경제 발전에 ‘온중유진(穩中有進)’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온중구진’은 지난 3월5일 원자바오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 때 정부공작보고를 하면서 표제어로 내건 올해 중국 경제 운용의 기본 방침이다. 경제의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내건 화두였다. 원자바오는 이때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7.5%라고 제시했다. 이 기준에 맞추어 보면 2분기 경제성장률 7.6%, 1분기 성장률 8.1%, 이 두 수치를 평균한 전반기 성장률 7.8%는 오히려 원자바오가 내세운 목표를 향해 근접해가고 있는 수치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중국공산당, 2010년 가을 GDP 지상주의 탈피 결의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1997년 사망)이 빠른 경제발전에 불을 붙인 이래 여러 차례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사실이 있다. 중국국가통계국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1979년 7.6%, 1981년 5.2%, 1989년 4.1%, 1990년 3.8%, 1999년 7.1% 등 여러 차례 올 2분기의 7.6%보다 낮은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8% 이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경우는 이보다 더 많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04년 이래 계속해서 10% 이상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해오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시작된 2008년 9%, 2009년 8.7%, 2010년 10.3%, 2011년 9.2%의 수치를 보였다. ‘바오바’는 2010년 초 원자바오 총리가 3월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나와 제시한 화두로, 최소한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자는 말이었다.

중국은 1978년 최고실력자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선언함으로써 빠른 경제발전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GDP(Gross Domestic Product : 국내총생산)’란 영어 이니셜 세 글자에 목을 매고 살아왔다. 10%가 넘는 두 자리 숫자의 경제성장률은 중국공산당 간부들이 각 지방에서 ‘높은 GDP 성장률을 올려야 출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GDP 지상주의에 빠져 허덕이며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지방의 각 성(省)에 파견된 중국공산당 간부들은 너도 나도 ‘GDP 확대 지향의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원수 8000만명, 중앙위원 370명 정도의 중국공산당 간부들의 출세길을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이 맡은 지방 행정단위의 GDP를 급격히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중국의 정치 일선에 등장한 간부들뿐 아니라 앞으로 정치국원을 거쳐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가볍게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지도자’ 후춘화(胡春華·49)도 자신이 책임진 내몽고 자치구의 경제성장률을 최고 17%까지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공산당은 그러나 지난 2010년 가을 개최된 제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를 통해 중국이 앞으로는 GDP 성장률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결의를 했다. 당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30년 동안 빠른 경제발전을 해온 결과 빈부격차가 커지고, 도농(都農) 격차에다 연안지방과 내륙지방의 동서격차까지 나타나자 2011년 3월 시작되는 제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기간의 경제정책 기조로 ‘포용적 성장(包容性 增長)’이란 말을 만들어 선포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경제의 양적 팽창을 질적인 성장으로 방향을 틀고, 연평균 성장률 목표를 7% 정도로 낮추며,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수출 주도형 중국 경제를 내수 확대 위주로 전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China Daily)는 GDP가 그동안 ‘Gross Domestic Poverty(가난)’의 확대를 빚어 왔으며, 동시에 ‘Gross Domestic Pollution(환경오염)’을 확대 조장해온 잘못도 만들어 왔다고 지적했다. 전국의 34개 성(省)-시-자치구에서 모두들 GDP 확대에만 골몰해온 결과 해마다 두 자릿수가 넘는 고성장을 기록해왔다는 것이다.

고유의 산업기술 확보 여부가 중국 경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사진은 중국의 4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9호에 탑승했던 여성 우주인의 귀환 모습.
고유의 산업기술 확보 여부가 중국 경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사진은 중국의 4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9호에 탑승했던 여성 우주인의 귀환 모습.

1978년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의 결과 이루어진 중국 경제의 높은 성장률은 11년 만인 1989년 발생한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시민 학생 100만명의 반부패 민주화 시위 여파로, 그해 말에 4.1%, 그 다음해에도 3.8%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부패 민주화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리펑(李鵬) 총리, 야오이린(姚依林) 부총리 등 보수파 거두 천윈(陣雲)의 지지자들은 “높은 경제성장률은 사회주의의 틀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8% 이하의 완만한 경제성장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해 중국 경제 엔진의 온도를 다소 낮추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은 중국의 정치와 경제 분위기가 그렇게 돌아가자 개혁개방 정책의 지속성에 위기가 온 것을 감지하고, 93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개혁개방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상하이(上海), 선전(深), 광저우(廣州) 등 남부의 도시들을 순회하면서 “무엇을 두려워하느냐, 기회를 잡았을 때 더 빠른 경제발전을 이룩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이 사건이 바로 중국공산당이 중요한 역사로 기록한 ‘남순강화(南巡講話)’라는 사건이었다. 덩샤오핑의 이런 노력에 따라 중국 경제는 1992년 14.2%, 1993년 13.5%, 1994년 12.6%를 각각 기록하면서 고성장의 시대로 다시 들어선 것이었다.

중국 임금 수준 ‘루이스 터닝 포인트’ 지나

다시 말해 중국이 올해 들어 두 자리 숫자 이하의 다소 낮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결의에 따른, 다소 의도적인 정책 운용에 따라 나타난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에게 경제성장률은 곧 이데올로기이며, 경제성장률을 낮게 설정하느냐, 높게 설정하느냐는 중국 권력 엘리트들의 이데올로기 성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중국 경제를 관찰하는 시각은 오히려 GDP보다는 중국이 얼마나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중국 고유의 산업기술을 확보하느냐 하는 점과 임금수준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고유의 산업기술 확보는 현재 ‘루이스 터닝 포인트(Lewisian turning point : 잉여인력이 없어 노동임금이 급증하는 시기)’를 지나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기 어렵게 된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루이스 터닝 포인트를 지나 급상승 중인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앞으로 중국이 지속 발전을 하느냐, 아니면 후발효과를 언제 베트남 등 동남아 이웃 국가들에게 넘겨주고 말 것인가를 관찰할 수 있는 더 큰 요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