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 졸업자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직장을 구하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얼마 전 필자가 가르친 한 한국 대학 졸업생이 상하이에서 인턴사원으로 6개월간 일하게 됐다며 연락해왔다. 한 달 월급 170만원에 30만원 정도 주택 보조금까지 주는 조건이어서 한국에서 인턴을 하는 것보다 조건이 나아 인터넷 응모를 했는데, 면접을 거쳐 합격이 됐다며 기뻐했다. 더구나 주 3일만 근무하면 되고, 나머지 시간 동안에는 상하이에서 생활하면서 중국어 공부를 할 수 있게 돼 아주 만족스런 조건이라고 말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대졸자들 두세 명도 함께 합격해서 더욱 기분이 좋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인턴 생활 6개월 동안 열심히 일해, 정직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중국 대졸자 희망 초임 급여 월 90만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 경제의 발전 속도가 빨라 언젠가는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서 직장을 구하는 일이 생겨날 것”이라는 말들을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직후부터 해왔다. 그런 예상이 마침내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마침내 한국 국내 기업들보다 더 만족스러운 조건을 제시하고 한국 대졸자들을 채용하면서, 한국 인력들이 중국으로 역(逆)수출되는 경우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한국 대졸자들의 초임 연봉은 가장 조건이 좋은 30개 공기업의 경우 평균 3136만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취업포털 사람인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公示)된 30개 공기업(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제외) 2013년 경영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대졸 초임 연봉이 가장 높은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신입사원(대졸, 사무직, 군 미필자, 무(無) 경력자 기준) 초임은 3962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 중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은 중국 기업들의 임금마저 끌어 올리고 있다. 상하이 도심 지역에 몰린 인파 위로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나고 있다.
- 중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은 중국 기업들의 임금마저 끌어 올리고 있다. 상하이 도심 지역에 몰린 인파 위로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대학 졸업생의 한 달 월급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에 따르면, 중국 최고 이공계인 칭화(淸華)대 출신들이 받는 월급이 가장 많아, 지난 2011년 월 평균 5339위안(9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상하이 자오퉁(交通)대학이  4808위안(81만원), 3위는 푸단(復旦)대학으로 4726위안(80만원), 4위는 베이징(北京)대학으로 4620위안(78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칭화대 출신들이 3년 전 받은 최고 월급 90만원의 실제 구매력을 빅맥지수(Big Mac Index : 미국 패스트푸드 회사 맥도날드의 대표 상품인 빅맥(Big Mac)의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세계 각국의 물가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지수)로 환산해보면 약 130만원으로, 한국 대졸자들이 괜찮은 공기업에서 받는 월급의 2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도시인 상하이의 경우, 기업에 따라서는 한국 대졸자들이 만족할 만한 월급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중국 지식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신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베이징(北京)의 <신경보(新京報)>는 지난 5월28일자에서 올해 8월 대학을 졸업하는 대졸자 1만 명을 조사한 결과, 중국 대졸자들이 희망하는 초임은 월 평균 3680위안(62만원)이라고 보도했다. 이 수치에 빅맥지수를 곱해보면 약 90만원이 나온다. 따라서 현재 중국 대졸자의 희망 초임 월급 평균치는 90만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 평균치가 90만원이므로, 출신 대학과 기업에 따라서는 우리보다 많은 월급을 주는 경우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참고로 올 가을 졸업하는 미국 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초임 연봉은 4만8707달러(5000만원) 정도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9월3일 미 대학고용주협회(NACE)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대졸자들의 초임 월급이나 연봉이 아직 미국과는 많은 거리가 있지만, 이미 우리 수준을 충분히 따라잡을 거리까지 추격해왔다고 할 수 있다.

- 중국 내 대기업에 직장을 구하려는 대졸자들이 몰리면서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
- 중국 내 대기업에 직장을 구하려는 대졸자들이 몰리면서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992년 8월 한·중 수교 당시 중국을 방문했던 한국인들은 한결같이 “중국 경제는 우리의 1960, 70년대 수준”이라며 어깨를 으쓱댔다. 그러던 것이 수교 22년 만에 두 나라 대졸 초임자들의 연봉, 월봉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 한국의 대졸자들이 중국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도시인 상하이에는 취업 가능한 수준으로 변화한 것이다. 물론 한 해 쏟아져 나오는 중국의 대학 졸업생 숫자가 무려 700만 명으로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의 대학 졸업생들이 중국에서 일자리를 찾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한국 대학 졸업생들의 중국 취업이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1949년 사회주의 중화인민공화국이 베이징에 수립된 이래 중국 경제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문화혁명을 거치는 동안 거의 성장을 못했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그 결과 1992년 수교할 당시 중국을 여행한 한국인들의 눈에는 1960, 1970년대 수준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1978년 개혁개방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시장경제가 자본주의의 전유물은 아니다, 사회주의도 시장경제를 할 수 있다”고 설파(說破)하며,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시키는 제2의 장정(長征)에 나선 후, 무섭게 빠른 속도로 변해왔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대체 우리 체제는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라는 이의를 제기한, 이른바 ‘성사성자(姓社姓資)’ 논쟁이 일자 “우리의 성이 무엇인지 묻지 말라”는 한 마디 말로 논쟁을 가라앉혔다. 이후 중국 경제는 빠른 속도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아이러니 한 것은 우리는 중국이 1966년부터 10년간 겪은 내부 정치 투쟁을 벌써 10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는 가운데 어느새 우리의 대학 졸업생들이 중국 기업에 취업하는 흐름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중국이 아무런 생산성 없는 내부 정치 투쟁인 문화혁명을 10년간 진행하는 동안 경제발전이 정체되거나 후퇴한 전철(前轍)을 우리가 밟을 필요는 절대로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