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는 선불카드와 모바일 앱을 통해 12억달러의 현금을 빨아들이며 일부 은행 기능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올해 말까지 스타벅스 외 매장에서도 쓸 수 있는 선불카드 시장에도 뛰어든다. <사진 : 블룸버그>
세계 1위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는 선불카드와 모바일 앱을 통해 12억달러의 현금을 빨아들이며 일부 은행 기능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올해 말까지 스타벅스 외 매장에서도 쓸 수 있는 선불카드 시장에도 뛰어든다. <사진 : 블룸버그>

글로벌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가 미국인들의 현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스타벅스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규모는 일부 미국 지역은행과 선불카드 업체들의 현금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스타벅스는 현금을 가지고 올해 안에 매장 밖에서도 쓸 수 있는 선불카드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어서 기존 금융기관들을 바짝 긴장하게 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보고서를 인용해 스타벅스가 올해 1분기 기준 스타벅스 선불카드와 모바일 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보유량이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 카드는 스타벅스 음료와 각종 음식을 사먹기 위한 ‘커피통장’과 비슷하다. 돈을 미리 저축해둠으로써 스타벅스 커피를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저축과 결제라는 은행의 두 가지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만일 이 카드를 이용해 친구에게 스타벅스 카드를 선물하면서 카드 속 일부 현금을 넘겨준다면, 이는 송금 기능도 수행하는 것이다. 미국 IT 전문 잡지 <와이어드>는 “스타벅스는 바리스타가 일종의 은행 영업점 창구직원과 같은 역할을 하며 지속적으로 은행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며 “카드 사용자들이 카드에 넣어둔 현금을 뽑아쓸 수 있게 하는 예금인출 기능까지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타벅스 카드와 앱을 통해 쌓인 현금량은 같은 기간 미국 주요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예치금 4272억달러, JP모건체이스 3833억달러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리퍼블릭뱅코프(10억1000만달러), 상업은행(6억8000만달러), 디스커버파이낸셜서비스(4억7000만달러) 등 지역은행과 중소은행의 현금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대표적인 선불카드 업체로 유명한 그린닷코프의 예치금 5억6000만달러를 2배가량 넘어서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스타벅스가 고객들의 현금을 끌어올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스타벅스는 선불카드나 앱 사용자에게 일정 금액만 쓰면 지속적으로 특별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무료 음료, 생일 쿠폰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앱 서비스의 경우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설 필요 없이 미리 앱으로 주문을 한 뒤, 가까운 매장에서 픽업만 하면 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스타벅스 선불카드 <사진 : 스타벅스>
스타벅스 선불카드 <사진 : 스타벅스>

계좌 수수료 없이 인센티브 주자 현금 모여

<마켓워치>에 따르면, 1분기 기준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스타벅스 소비자 중 41%는 선불카드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미국에서 앱으로 음료를 주문해 받아간 소비자도 전체의 24% 수준에 달했다. 앱 등을 통한 QSR(quick service restaurant)은 이제 막 소비자들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한 상황이어서 2020년까지 시장 규모가 380억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매체는 스타벅스의 인센티브가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현금을 집어넣게끔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타벅스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JP모건체이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연말까지 선불카드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기존의 스타벅스 선불카드와 달리, 스타벅스 외 매장에서도 쓸 수 있는 만큼 향후 회사가 유치할 수 있는 현금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기존 금융기관에 돈을 예치할 경우 발생하는 수수료가 비싼 것도 스타벅스 같은 비금융기관이 현금을 쌓아둘 수 있는 이유다. 금융연구원 자료를 보면, 미국 상업은행의 예금 관련 수수료 규모는 2014년 기준 329억6000만달러(약 38조7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비이자수익 중 예금 관련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4.5%다. 같은 기간 한국의 관련 수수료는 6조6700억원, 비이자수익 대비 비중은 7.5%였다. 미국의 수수료 수준이 높은 이유는 자유 입출금 계좌 개설 시 월 최대 50달러(약 6만원), 평균 14.6달러(대형은행 기준)를 부과하는 계좌유지수수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면제받으려면 은행에 따라 계좌 평균잔액이 500달러에서 7만5000달러 이상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대형은행은 가격에 민감한 고객이 일부 이탈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수수료 정책을 유지해 수수료 수익을 방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고 차라리 혜택을 챙길 수 있는 선불카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스타벅스, 구글, 알리바바가 은행의 새로운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각 영역에서 확고한 1위로, 금융서비스를 잘 만들어 선보였을 경우 파급력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한 매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알리페이 사용자는 8억명을 넘어섰고, 중국 내 점유율은 50%에 가깝다. <사진 : KEB 하나은행>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한 매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알리페이 사용자는 8억명을 넘어섰고, 중국 내 점유율은 50%에 가깝다. <사진 : KEB 하나은행>

“스타벅스, 구글, 알리바바가 은행과 경쟁”

중국 알리바바그룹은 ‘알리페이’라는 전자결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알리페이의 무서운 점은 오픈마켓 타오바오, 기업 간(B2B) 전자상거래 알리바바, 외국인 대상 온라인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 등의 대형 계열사 내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및 PG(전자지급결제 대행) 서비스를 독점하는 것이다. 알리페이는 2003년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빠르게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었다. 2014년 기준 알리페이 사용자는 8억명을 웃돌았으며 중국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고객과의 접점인 대형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것은 결제시장 장악을 위해 매우 중요한데, 알리바바의 경우 독자적인 전자결제 플랫폼을 서비스함으로써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알리바바그룹은 이에 그치지 않고 머니마켓펀드(MMF)로 돈을 굴리는 위어바오, 온라인 판매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마이소액대출 등의 금융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런 노하우를 활용해 알리바바는 지난해 6월 ‘마이뱅크’라는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키며 은행업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지난해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모바일 전자결제 솔루션 ‘안드로이드페이’를 선보였다. 안드로이드페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모든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는데, 최근 조사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앱으로 등극했다. 앞서 출시된 경쟁사 애플의 ‘애플페이’나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를 넘어선 것이었다.

올해 1분기 기준 스마트폰 OS 가운데 안드로이드가 8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덕분이었다. 구글을 이용하는 월간 사용자수가 전 세계 25억명에 달하는 점, 이를 통해 끊임없이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점이다. 컨설팅업체인 엑센추어는 이 같은 비금융기관이 2020년까지 기존 은행들의 매출을 3분의 1가량 잠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은행 매출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결제 부문은 비금융기관들의 격전지 중 하나다. 글로벌 1위 결제회사인 페이팔은 지난해 200여개국에서 49억건(2820억달러 상당)에 대한 결제를 처리해 92억4000만달러(10조8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구글의 모바일 전자결제 솔루션 ‘안드로이드페이’는 OS 시장 점유율에 힘입어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구글의 모바일 전자결제 솔루션 ‘안드로이드페이’는 OS 시장 점유율에 힘입어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결제·대출… 은행 핵심 업무까지 침투

페이팔은 1998년 창업해 20여년에 가까운 업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최근 핀테크(정보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 스타트업인 줌(Xoom·국제 송금서비스 업체) 인수, 개인 간(P2P) 모바일 결제와 소셜네트워크 기능을 통합한 벤모(Venmo·2013년 인수)에 대한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최신 기술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스퀘어(Square)나 아직 상장 전이지만 기업가치를 50억달러(약 6조원)로 평가받고 있는 스트라이프(Stripe) 같은 결제 관련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도 ‘제2의 페이팔’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결제 외에 은행 주요 업무로 여겨지는 대출에도 비금융기관의 진출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프로스퍼(Prosper)라는 P2P 대출 전문기업은 2006년 설립 이후 10여년간 총 6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중개했다.

기존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점수 760 이하인 사람에게는 대출을 위한 담보를 요구했던 반면, 프로스퍼는 자체 알고리즘으로 대출 희망자의 신용도를 분석, 등급에 따라 연 4~12%의 이자율로 대출을 집행한 덕분이었다. 이 회사는 기존 은행에서 제공하지 않는 소액 대출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런 경쟁력에 힘입어 프로스퍼의 기업가치는 19억달러(약 2조2400억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서비스를 뒤흔들고 있는 비금융기관에 대한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업체 CB인사이트 자료를 보면, 2010년 18억달러 수준이었던 글로벌 핀테크 관련 민간투자는 지난해 190억달러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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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서비스레스토랑(QSR·quick service restaurant)

스타벅스의 모바일 사전 주문 서비스나 맥도널드의 차를 탄 상태에서 음식을 주문해 받아가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가 해당된다. 시장조사업체 BI인텔리전스는 모바일 기기 등에 힘입어 QSR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380억달러(약 44조8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스크로(Escrow)와 PG(Payment Gateway) 에스크로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보호하는 중개 서비스.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가 거래대금을 제3자에게 맡기면 제3자가 물품 배송을 확인한 뒤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제도로 사용되고 있다. PG는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곤란한 중소 쇼핑몰을 대신해 카드사와 대표 가맹점 계약을 맺고 신용카드 결제 및 지불을 대행한 뒤 하부 쇼핑몰에서 수수료를 받는 업체를 말한다.
인터넷은행 은행 점포를 두지 않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예금·대출 등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운영 비용을 절감해 시중 은행보다 예금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것이 특징이다.

Plus Point

한국 인터넷 결제서비스 중소업체만 난립 중

한국의 비금융기관 중에는 전통 은행의 맞수가 될 만한 싹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는 압도적인 1위 기업에 대한 반감이 강한 사회적 문화에 따른 것이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다른 국가들은 독과점 기업에 대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일례로 중국의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몰은 개인 간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90%에 달하는데도 사회적 불만이나 규제 강화에 대한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 법적으로도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려운데다 설령 독과점 지위를 차지하게 되더라도 각종 규제, 단가 인하 압력 등으로 이를 지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카카오가 서비스하고 있는 카카오택시 및 카카오대리운전, 네이버의 네이버쇼핑이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에서 ICT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2014년 뒤늦게 결제 시스템에 뛰어든 것 또한 패착 중 하나로 꼽힌다. 결제시스템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서비스까지 고객을 편리하게 하고 고객의 소비 패턴이라는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본 요소라는 점을 일찍이 인식하지 못했던 탓이다. 이에 한국에서는 알리페이나 페이팔 같은 압도적 플랫폼이 나오지 못하고 KG이니시스(점유율 19.4%)부터 LG유플러스(17.8%), 한국사이버결제(8.4%), 네이버페이(1.4%), 기타(53.0%) 등 수많은 서비스 업체들이 난립해 소모적인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운영하는 네이버페이의 온라인 결제시장점유율이 1%대에 머물러 있는 것 또한 선진국 대비 결제시스템 발전이 더디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