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원은 수수료를 없애 저원가성 예금을 모았다.
캐피털원은 수수료를 없애 저원가성 예금을 모았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2014년 “은행의 새로운 경쟁자는 스타벅스·구글·알리바바”라고 했다. 스타벅스·구글·알리바바를 이용하면 현금 보관, 이자 소득, 대금 결제 등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세 회사는 은행이 아닌 회사가 금융 영역에 침투하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장점이 있는 분야는 다르다. 은행은 금융회사가 아닌 이들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좀 더 발전된 서비스를 개발하는 중이다.


삼성페이를 시연하는 모습
삼성페이를 시연하는 모습

반격 1 | 수수료 없애 예금 유치

스타벅스 선불카드의 장점은 에스프레소 샷 추가 등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이 이용하면 고객 등급이 올라가 무료 커피도 제공된다.

여기에 금융 측면에서 혜택이라면 소액의 현금을 스타벅스 ‘계좌’에 예치하는 효과가 있으면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한국의 보통예금에 해당하는 당좌예금계좌(Checking Account)를 만들면 수수료가 부과된다. 계좌 종류마다 수수료는 다르지만, JP모건체이스의 일반적인 당좌예금은 평균 잔액이 5000달러(약 588만원) 미만이면 한 달에 12달러(1만4000원)를 내야 한다. 예금 이자도 없다. 반면 스타벅스는 카드를 이용하면 ‘샷 추가’ ‘무료 커피’ 등으로 일종의 ‘이자’를 주는 셈이다.

모든 미국 은행이 비싼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형 은행 중 US뱅코프, 캐피털원, TD뱅크는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저원가성 예금을 확대했다. 특히 캐피털원은 당좌예금에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수표 결제 잔액이 부족한 경우에만 이자를 부과한다. 이자도 약간 지급한다. 캐피털원은 지난 6년간 저원가성 예금이 14.1% 늘어 50대 은행 평균 예금성장률(8.3%)을 웃돌았다.


JP모건체이스는 혁신적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JP모건체이스는 혁신적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반격 2 | IT업체보다 편한 간편결제 서비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기사에서 구글을 언급했지만 애플, 삼성 등 다른 IT업체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페이와 비슷한 애플페이, 삼성페이로 편리한 결제를 지원한다. IT기업들은 결제 서비스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하고 스마트폰 판매를 늘리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여러 장의 카드가 하나의 스마트폰에 들어가 지갑이 얇아지고, 또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애플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는 NFC(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NFC 기능이 있는 카드결제 단말기 가까이에 스마트폰을 대고 결제하는 방식이다. 삼성페이는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으로 NFC 기능이 없는 카드결제 단말기에서도 결제할 수 있다.

은행과 IT기업의 관계엔 협력과 경쟁의 측면이 모두 있다. 애플페이의 경우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중국, 싱가포르의 주요 은행과 제휴하고 이들 은행에서 발급한 신용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한편으로 은행들은 자체적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목표는 더 편리한 결제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중순쯤 ‘체이스페이’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해 놓았다. JP모건이 지난해 공개한 체이스 페이 홍보 영상은 기술적으로 획기적이다. 다른 ‘페이’ 서비스와 달리 결제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지 않고도 결제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홍보 영상에서 체이스 페이를 이용하는 고객은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영수증 사진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결제하거나, 주유소에서 주유하기 전 운전석에 앉아 있는 상태로 결제를 마친다.

웰스파고는 이번 여름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자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웰스파고 월렛’을 선보인다.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하면 된다. 고객 편의를 위해 결제 전후로 간편하게 계좌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들어갔다.


중국 공상은행
중국 공상은행

반격 3 | 직접 온라인 쇼핑몰 개설

중국 알리바바(阿里巴巴)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支付寶)를 제공한다.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 온라인 금융·결제 서비스 회사다. 또 마이진푸(螞蟻金服·개미금융서비스)로 인터넷 소액 신용대출을 다룬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 등에서 편리하게 전자 상거래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탄생했다. 중국인들은 신용카드와 인터넷 계좌 이체를 이용해 인터넷에서 상품 사기를 꺼려 한다. 고객이 계좌 이체나 신용카드를 이용해 알리페이 계좌에 충전한 후 잔액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알리바바는 위어바오(餘額寶)라는 일종의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을 만들어 알리페이 계좌에 남아 있는 돈을 굴릴 수 있게 했다. 은행 예금 금리보다 크게 높은 수익을 지급하자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소액대출 상품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작됐다. 알리바바는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주요 은행과 제휴해 ‘알리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알리바바가 업체의 거래 정보와 신용도를 제공하고 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은행은 대출 심사를 할 때 재무정보를 보고 평가해 영세기업은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담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알리바바는 쇼핑몰 거래 실적으로 신용을 평가할 수 있었다. 여기서 시작한 게 ‘마이진푸’다. 알리바바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게 원인 중 하나다.

중국은 얼마 전까지 나라에서 은행의 예금과 대출 금리를 정했고, 금융 소비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은행에 자율성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했다. 2013년에는 대출 금리 하한선을 없앴고, 지난해에는 예금 금리 상한선을 철폐했다. 또 예금자보호제도를 도입해 안전하면서도 과거보다 높은 금리를 예금자가 받아갈 수 있게 했다.

알리바바의 대출 사업에 맞서 중국의 은행들은 자체적인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다. 소액대출의 핵심은 재무정보로 파악되지 않는 정보로 기업의 신용도를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이다.

중국 건설은행은 2012년 6월 중국에서 최초로 은행이 직접 운영하는 ‘선융상무(善融商務)’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쇼핑몰에서 2년 이상 양호한 판매 실적을 올린 중소·영세업체를 대상으로 온라인 신용판매 대출상품 ‘선융대(善融贷)’를 출시해, 1년 만에 대출 잔액 54억위안(약 9600억원)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