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한 상인이 지우마 호세프 지지자들에게 국기와 모자를 판매하고 있다.
4월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한 상인이 지우마 호세프 지지자들에게 국기와 모자를 판매하고 있다.

중남미 최초의 올림픽 개최를 불과 40여일 앞둔 브라질이 지카 바이러스와 대통령 탄핵 위기로 불거진 정치 혼란, 경기 불황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올림픽 기간 동안 35만명의 관광객과 1만명의 선수들이 몰리면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티켓도 현재 70% 이상 판매가 완료됐다. 하지만 리우데자네이루(리우)가 지카 바이러스 확산 진원지로 지목받으면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의 뇌와 두개골이 비정상적으로 작은 선천성 소두증 기형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 아프리카 흰줄숲모기(Aedes africanus) 등을 매개로 전염된다. 브라질 보건 당국은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해 총 2000명의 보건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등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온힘을 쏟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WHO도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온 60개국 중 하나일 뿐”이라며 브라질 올림픽 개최지를 변경하거나 일정을 연기할 이유가 없다며 거들었다. 올림픽 개최 기간이 남반구에 있는 리우의 겨울이라는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다.

WHO는 대신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소두증 신생아 출산 예방을 위해 한층 강화된 ‘성관계 지침’을 내놨다. 리우를 포함해 지카 바이러스 감염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다음 임신을 위한 성관계를 갖기까지 최소 8주를 기다리라는 것이 골자다. 이전까지 WHO의 지카 바이러스 관련 ‘안전 섹스(safe sex)’ 권장 기간은 감염 지역 방문 후 4주였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 절차 개시로 대통령 직무 정지하에 올림픽을 치르게 된 것도 불안 요소다. 호세프 대통령은 5월 12일 브라질 의회의 탄핵심판 제기로 최대 180일간(6개월) 직무 정지에 들어갔다. 그동안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1분기 GDP 감소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노동자당(PT) 소속인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51.52%의 득표율로 48.48%를 득표한 아에시우 네비스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 후보에게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선 캠페인 당시 대규모 재정적자를 감추기 위해 국영은행들의 자금을 불법 전용했다는 혐의로 야권의 탄핵 공세에 시달려 왔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브라질의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UCLA에서 중남미 정치학을 가르치는 바버라 게디스(Barbara Geddes)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호세프의 잘못은 과거 브라질 위정자들과 비교하면 그리 큰 것은 아니다. (브라질의) 앞선 많은 정치인이 그런 잘못을 저질렀지만 탄핵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 탄핵의 적법성이 인정되면 탄핵안은 다시 상원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이때 재적 인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최종적으로 탄핵안이 가결된다. 치안도 불안 요인이다. 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성명을 보면 리우에서 지난해에만 최소 307명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4월에는 리우의 빈민가에서 11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브라질 당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군과 경찰 8만5000명 외에 민간 인력 9000명을 동원하는 등 리우 일대의 치안 강화를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올림픽 개최의 경제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내수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담될 것으로 걱정하는 의견도 있다. 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은 브라질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브라질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재정이 나빠지면서 같은 기간 실업자수도 20%가량 늘었다. 스포츠 행사를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를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공공 서비스 관련 예산을 줄이거나 차관을 늘려야 하는데 결국 세 부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라질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을 67%로 추산한다. 

브라질 정부는 올해 브라질의 재정적자 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라질 정부가 리우올림픽 준비를 위한 인프라 건설에 지금까지 70억달러(약 8조2300억원)가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고 전했다. 12개 도시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관련 투자 비용과 맞먹는 액수다.


올림픽 이후 “인프라 개선 기대”

브라질은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막대한 경제 파급 효과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당시 브라질경제조사연구소(Fipe)는 자국 월드컵의 경제효과가 300억헤알(약 10조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후 브라질 경기 흐름은 좋지 못했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1.9%, 3.0%였던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월드컵이 열린 2014년 0.1%로 크게 감소했다. 브라질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디스는 “올림픽으로 리우의 인프라가 개선되고 세금 수입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지하철 신규 라인과 새로 건설되는 고속도로가 올림픽 이후에도 안정적인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듯 좋지 않은 상황에도 브라질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브라질 올림픽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3년 후에 열려 준비 부족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졌던 1948년 런던 올림픽이나 일부 선수단이 입국을 늦출 정도로 스모그가 극심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의 예를 통해 보듯 국제 스포츠 행사 개막을 앞두고 악재를 겪은 경우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엘리세우 파딜라 브라질 대통령부 장관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는 우리의 운명이다. 브라질 국민들은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림픽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바 있는 저명 자유기고가 데이비드 월레친스키는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SMH)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1948년 런던 올림픽 당시 영국에는 음식과 물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았는데 ‘축제를 열려고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일단 올림픽이 시작되면 모든 문제는 옆으로 비켜나고 선수들이 집중 조명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