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후쿠시마 다이치 원자력 발전소의 재앙은 일본의 에너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까지 일본의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 발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으나 현재는 탈(脫)원전의 기로에 서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화력발전소가 재조명을 받고 풍력, 태양광 재생에너지가 관심을 얻고 있다. 과연 원전 사태 이후 일본에서 대두하고 있는 대안 에너지 정책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2012 년 6월29일 일본 에너지·환경 의회에서 발행된 ‘에너지와 환경의 옵션’ 자료를 보면 2030년을 목표로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는 퍼센트(0%, 15%, 20~25%, 45%)에 따라 네 가지의 시나리오가 명시되어 있다. 이는 모두 원자력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한 감축하겠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일본의 가정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하고 도쿄에 보다 많은 풍력에너지 시설을 설치해야 하며, 청정에너지로 전력이 부족할 경우에는 화력발전에 의지해야 한다.

반면 일본 정부는 2014년 2월 제시한 새 에너지 기본계획안에서 원전 발전 의존도를 가능한 한 줄이면서 원전 재가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이는 원전 사태 이후 일본 정부가 기본적으로 ‘원전 제로’ 정책을 내세웠던 것과 상이한 것이다. 원전을 경제성장 동력의 일환으로 삼고 무역적자를 막자는 아베 정권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시민의 여론과 지자체 의회의 지속적인 탈원전 요구를 고려했을 때 신재생에너지 사용의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본 시민들의 가슴 속에는 아직 원자력 재앙의 상처가 생생히 남아 있다. 2013년 9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53%의 일본 국민이 원전이 단계적으로 제거되기를 희망했고, 23%는 즉시 원전을 제거하기를 원했다. 지난 3년 동안 쓰나미와 지진, 핵붕괴로 폐허가 되어 버린 후쿠시마 지역의 경우 204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일본이 미래 에너지 정책을 구상하면서 고려해야 할 네 가지 점은 에너지 안전성, 자연환경, 경제적 효과성, 그리고 국민에게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다. 재생에너지 개발에 앞서 이 네 가지 요인과 관련하여 충분한 연구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태양광에너지, 풍력에너지, 연료전지에너지, 셰일가스 등 대안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일본 내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한국의 세계적인 조선산업 기술과 해양산업 시스템이 풍력발전 기술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에너지 시장에 단단한 기반을 만들 것이다. 사진은 경북 영양의 풍력발전소.

일본 원전사태 이후 대안에너지 필요성 높아져
일본 내 50개의 원전이 문을 닫은 후, 가장 수요가 급증한 것은 태양광에너지다. 이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햇빛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으며, 2012년까지 독일이 태양광 시장을 주도했다면 지난해에는 일본과 미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분위기다.

일본 태양광에너지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전체의 80%가 가정에 설치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서양에서 태양광에너지가 대부분 상업적 전력 생산용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가정 태양광 발전 설치에 대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어 가정용 태양에너지 보급이 보다 활발할 수 있었다.

또한 일본 정부는 2012년 7월 태양광에 ‘발전차액지원제(FIT:Feed-in Tariff)’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력회사가 생산한 태양광에너지를 20년의 장기간 동안 고정된 가격으로 구입해주는 제도다. 이것을 계기로 태양광 시장은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고 2013년 누적용량이 10GW를 초과하면서 미국과 독일 시장을 초과해 세계시장에서 최고 우위에 올랐다. 많은 산업 관련 종사자들은 일본의 태양광 시장이 앞으로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대기업의 고효율 기술을 앞세워 태양광에너지 산업의 가능성을 세계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위크 2013’을 개최해 신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해외를 포함, 1890개사가 참여해 기술 경쟁을 펼쳤는데 샤프사의 반투명 태양전지 모듈이 눈길을 끌었다. 기존에는 태양광 모듈을 지붕에만 설치할 수 있었다면 시스루(See-through) 타입의 반투명 태양전지는 건축용 유리나 고층빌딩 유리창에 사용될 수 있다. 저가·고효율 태양전지 분야는 태양광 산업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다.
원전에너지의 또 다른 대안은 풍력에너지다. 2013년 11월 후쿠시마현 해안가에 설치된 2000KW의 풍력발전 시설이 실험 운행을 시작하였다. 올해에만 두 개의 발전소가 더 설치될 계획이며, 이는 세계적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부유식 해양 구조물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2011년 3월 대지진과 쓰나미 이후 쓰러져가는 후쿠시마현의 경제 회생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동안 불황에 시달려온 일본 조선업계도 눈여겨보고 있다.

1. 부유식 풍력 발전소 터빈 ‘후쿠시마의 미래’
2. 기존에는 태양광 모듈을 지붕에만 설치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샤프사가 개발한 시스루(See-through) 타입의 반투명 태양전지는 건축용 유리나 고층빌딩 유리창에 사용할 수 있다.
3. 구마모토에 위치한 일본의 가정식 태양광에너지 시스템.


일본 태양광에너지 시장 미국·독일 넘어서
후쿠시마 해안가에 위치한 2000KW의 풍력발전소 터빈인 ‘후쿠시마의 미래’는 땅에서 멀리 떨어져 해양 위로 닻을 올리고 있는 부유식 구조물로 ‘플로팅 아일랜드’로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바닷가 연안에 위치한 대부분의 풍력 터빈들은 바닥에 붙어 있는 고정식이다. 해저에 구조물이 설치되어 발전소 시설물을 지지하고 있는 형태다. 특히 바다가 얕은 편에 속하는 유럽은 대부분의 해양 풍력발전소가 고정식이다.

일본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해양 풍력발전에 발을 디딘 나라다. 일본 해안에는 수면이 낮은 해양 지역이 적기 때문이다. 고정식 터빈은 최대 30m 깊이의 얕은 수면이어야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의 부유식 터빈 방식이 성공적으로 작동된다면, 일본의 가장 큰 약점이 강점이 되어 큰 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 환경부에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넓은 영해와 경제수역을 가진 점을 고려했을 때 해양 풍력에너지로 16억KW의 에너지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10개의 자국 전력 회사들이 생성하는 에너지인 약 2.03억KW의 8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일본이 풍력에너지로 기대하는 세계시장의 규모는 4조엔이다. 리서치 회사인 후지 게이자이 메니지먼트(Fuji Keizai Management)는 2011년 세계의 풍력에너지 시장이 3864억엔(약 4조765억원)이었다면, 2020년에는 4.3조엔(약 42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하나의 대안으로 일본은 많은 양의 셰일가스를 해외로부터 수입할 계획이다. 셰일가스는 LNG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여 일본 가계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1690만t의 셰일가스를 미국에서 수입하기로 했으며 2019년부터는 캐나다에서 연 800만t을 수입해 연간 소비하는 천연가스의 30%를 셰일가스에 의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요미우리신문에 의하면 도쿄전력은 셰일가스 수입을 통해서 2020년 무렵까지 500억엔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은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태양광, 풍력발전을 중점으로 발전단가가 낮은 바이오매스, 바이오가스의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 원전에 대한 안전성이 우려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대체에너지 개발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6.5%에 달하는 ‘자원빈국’이다.

대안에너지 개발 환경파괴·설치비용 고려해야
한국의 풍력에너지 시장은 대만이나 일본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자연적인 여건은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은 심해로 둘러싸여 있어서 태풍과 폭풍, 번개가 빈번해 해양 풍력 발전의 제약요인이 되는 반면, 제주도 앞바다는 바람이 많고 균일하게 불어서 풍력 발전의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다만 환경파괴와 설치비용이 문제점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보유한 풍력에너지 전력 483MW는 99%가 육상 바람에 의존한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백두대간과 주요산맥을 중심으로 건설되는 육상 풍력발전소가 환경을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또 풍력발전소는 비싼 설치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세계적인 조선산업 기술과 해양산업 시스템이 풍력발전 기술과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에너지 시장에 단단한 기반을 만들 것이다.

태양광에너지 발전 또한 기대되는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연여건상 태양광 발전은 충분히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이 기대할 수 있는 태양광에너지의 용량은 약 52GW에 달하며, 이는 5만1000여 가구가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청정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 먼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생산 사업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전력 가격을 보장해주는 방식과 같이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2011년 태양광 발전단가를 낮추는 ‘SunShot’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2012년 신재생에너지 공급량 확대를 의무화하는 ‘클린에너지기준법’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있으나 일본의 발전차액지원제(FIT:Feed-in Tariff)와 같은 성공적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이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시민들이 협동하여 자체적으로 설치하도록 홍보하고 유도해볼 수 있다. 일본처럼 가정식 태양광 시설을 늘려 많은 수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면 전력부족 시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가 많은 대도시의 경우는 시민들이 건설사와 협의 하에 옥상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끝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부지를 선정할 때 에너지 효율성뿐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까지 고려해야 한다. 발전소 인근에 사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도 예상할 수 있다. 이때 단계적, 실질적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도 고효율 친환경을 위한 에너지 기술개발에 대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공급, 에너지 수요 관리, 에너지 혁신 3대 부문에 8063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기업, 시민들의 협력 하에 한국이 독자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독립국가로 부상하는 날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