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7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앞다퉈 알리바바의 상장 규모에 대한 추정치를 높여가기 시작했고 5월 초 기준으로 시가총액 규모는 2000억달러(약 205조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글로벌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규모다. 예정대로 전체 지분의 12%를 기업공개(IPO)시장에서 내놓을 경우 자금조달 규모가 200억달러에 달해 2008년 비자(VISA)그룹의 196억5000만달러를 넘어, 미국 주식시장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바바는 항저우(杭州) 영어교사 출신의 마윈(영어 이름 잭 마)이 중국 인터넷 쇼핑시장의 성장을 내다보고 세운 기업으로 현재 연간 거래 규모가 254조원으로 성장했다. 이는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 업체인 이베이와 아마존 거래량을 합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중국 인터넷 쇼핑시장의 성장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주목해야 한다. 첫째, 내수 확대와 인터넷 쇼핑 성장 시점의 공통분모다. 중국 소비의 주력으로 떠오른 빠링허우, 지오링허우(1980, 90년대 이후 출생의 소비자 지칭) 세대 사이 인터넷 쇼핑은 중요한 소비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중국 전체 소비 중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7.9%이고 20~30대 인터넷 쇼핑은 전체 이용자의 79%에 육박한다. 둘째,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도 중국 인터넷 쇼핑 규모 확대의 일등공신이다.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6억명에 육박하고 이 중 5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인터넷 쇼핑 인프라의 발전과 특성에 있다. 중국은 소비자 보호제도가 미흡해 소비성향이 배타적이다. 때문에 인터넷 쇼핑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고 금융 인프라도 덜 발달돼 있어 인터넷 쇼핑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관련 업계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즈푸바오(支付寶·Alipay) 시스템이다. 즈푸바오란 인터넷 쇼핑 사용자가 개인 인터넷 계좌를 설립하고 계좌송금, 모바일결제, 신용카드, 쇼핑쿠폰 등을 통해 충전해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신용카드가 없는 소비자와 미성년자들도 손쉽게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액 이상에 대한 신용결제시스템이 분리돼 있어 편리성과 안정성을 겸비하고 있다. 또한 즈푸바오 시스템을 통해 물품을 구매할 경우 소비자가 물품 수령을 완료한 후 이상이 없음이 확인돼야 구매자가 판매대금을 송금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만큼 상품거래에서의 위험도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즈푸바오 시스템은 인터넷 결제뿐 아니라 인터넷 금융상품, 펀드가입, 항공권과 교통카드 기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B2C(도매와 소매 간 거래 방식) 쇼핑의 외형 성장이다. 2010년 전체 인터넷 쇼핑 거래에서 B2C 판매 비중은 11% 수준이었으나, 작년 33.5%까지 확대됐다. C2C(소매와 소매 간 거래방식) 시장은 알리바바 그룹 산하 타오바오가 전체 시장의 94%를 독점하고 있다. 타오바오는 우리나라 11번가, G마켓과 유사한 오픈마켓이다. 아직 규모면에서는 C2C가 B2C 시장의 두 배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B2C시장에 C2C시장이 편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쇼핑 시장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어찌 보면 이미 13억 중국 내수시장의 핵심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 시 인터넷 쇼핑 시장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유통 채널이다.

- 항저우 영어교사 출신의 마윈(사진)이 세운 알리바바는 8월 첫주 사상 최대 규모로 뉴욕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 항저우 영어교사 출신의 마윈(사진)이 세운 알리바바는 8월 첫주 사상 최대 규모로 뉴욕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중국발 해외직구 수요 잡아라
그런 면에서 필자는 중국 인터넷 쇼핑 시장에 국내 업체의 역할이 기대되는 영역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고 싶다. 첫째, 인터넷 소프트웨어 인프라 영역이다. 현재 중국은 인터넷쇼핑의 성장과 함께 결제시스템과 보안 관련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술의 미흡으로 보안 사고는 끊임없이 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시스템 전반에 보완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 면에서 선진화된 국내 결제시스템과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중국은 새로운 희망의 땅이다.

둘째, 국내 업체의 중국 인터넷시장 직접진출 방안이다. 특히 의류, 가전, 미디어, 화장품 업종은 중국 내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가장 경쟁력이 높은 분야다. 다만 B2C시장 진입은 중국 내 현지 사정을 면밀히 검토한 후 현지에 판매법인을 세울 것인지 혹은 독자 판매망을 구축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 물류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도 중장기적 계획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중심으로 중국 인터넷 쇼핑 이용자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국관이 설립돼 중소형 국내 업체들의 입점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인터넷 쇼핑객들이 해외직구 방식으로 국내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늘리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중국 정부의 높은 관세장벽과 해외업체의 고가전략으로 인해 중국 내 해외직구족은 50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방한한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는 누적 기준 1260만명이고 올 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로선 지리적 이점과 문화적 친밀도 및 한류의 영향으로 국내제품에 대한 중국인의 이해와 신뢰도가 높다. 언어적 장벽 외에도 공인인증서 사용과 인터넷 지급거래 시스템이 제때 구축돼 있지 않아 국내 인터넷 쇼핑 시장은 중국 해외직구족들에게 너무도 높은 진입장벽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지불거래 시스템과의 연동 및 상호합작을 빠르게 추진해야 하며, 공인인증서 폐지 등의 규제 완화 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