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짝퉁시장이라는 오명을 벗고 중국이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중국 영화 관람객은 4억7000만명을 돌파하며 일본을 넘어 세계 2위 시장으로 커졌다. 또 지난해 말 중국 영화산업 규모는 276억위안(4조6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30% 이상씩 커진 것이다. 관련 연구기관에서는 이대로라면 오는 2018년 중국은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미디어플렉스가 화이브라더스와 공동제작한 영화 ‘미스터고’의 한 장면.
- 미디어플렉스가 화이브라더스와 공동제작한 영화 ‘미스터고’의 한 장면.


소득 늘어나면서 문화산업 급성장
소득 확대야말로 중국 영화산업이 커지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이다. 의식주 중심에서 레저와 문화·미디어 산업으로 소비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중국 영화산업은 르네상스(문예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화이브라더스(Huayi Brothers·華誼兄弟)가 자리 잡고 있다. 화이브라더스는 아직 한국 독자들에게는 낯선 기업이다. 기업명 또한 미국영화사 워너브라더스와 비슷해 ‘짝퉁’ 이미지를 풍기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화이브라더스는 이미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미국에서도 큰손으로 불리고 있다.

화이브라더스는 왕중쥔(王中軍), 왕중레이(王中磊) 형제가 지난 1994년 설립한 민간 영화 제작 및 배급사다. 형인 왕중쥔은 집안의 대를 이어 군인이 됐지만 4년간의 군 생활을 정리하고 29살의 늦은 나이에 미국 유학을 떠나 뉴욕주립대에서 미디어를 전공했다. 그리고 그는 유학시절 아르바이트로 번, 10만달러로 화이브라더스를 설립했다. 

화이브라더스가 이처럼 단시간 내 급성하게 된 것은 영화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 기업을 성공적으로 인수·합병(M&A)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화이브라더스는 ‘중국판 나스닥’이라고 불리는 차이넥스트(ChiNext)에 지난 2009년 공식 상장했다. 현재 이 회사는 연 매출액 20억위안, 시가총액은 306조위안의 중국 최대 영화기업으로 성장했다. 

화이브라더스 등장 전까지 중국은 국영기업인 중영그룹과 화화그룹이 분할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화이브라더스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화이브라더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업(業)의 다변화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 전략이다. 화이브라더스는 엄밀히 말하자면 영화제작사가 아닌 미디어종합 그룹으로 정의내리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현재 화이브라더스는 영화제작, 배급, 투자 외에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제작도 맡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영화관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뿐 아니라 연예 기획사, 음반제작, 게임제작, 테마파크, 부동산, 벤처, 프라이빗에쿼티 투자로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로 치면 CJ E&M과 비슷하다.

영화산업에서 화이브라더스는 스타급 감독이나 배우들을 영입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같이 해온 펑샤오강(馮小剛)과 장원(姜文) 감독을 비롯해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리빙빙(李)과 루이(陸毅), 덩차오(鄧超) 등이 화이브라더스 소속 연예인이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 산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주 구성을 보면 왕중쥔과 왕중레이 형제 다음의 3대 주주는 중국 최대 IT 소프트웨어 기업 텐센트, 그 다음이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주다.

두 번째 이유는 중국 정부 정책적 지원과 해외투자의 보너스 효과다. 중국은 과거 우리나라처럼 스크린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영화기업과 합작 형식으로 제작된 영화는 스크린쿼터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 화이브라더스는 이 부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만 상영된 영화 ‘아이언맨3’ 특별판에는 판빙빙이 출연했다. 또 개봉이 임박한 ‘트랜스포머4’에는 화이브라더스 소속 연예인 리빙빙이 특별 출연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지원을 토대로 화이브라더스는 해외 대형 영화업체 인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화이브라더스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인 스튜디오8의 지분을 1억5000만달러에 매입했다. 

유명 예능 프로그램, 중국판 제작 활발
그렇다면 화이브라더스 성장이 우리기업들에게는 어떤 효과를 가져다줄까. 현재 중국 내에서는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만든 한류 열풍이 여전하다. 이는 과거 대장금과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예전에, 중국 TV 정규방송을 통해 방영되던 한국 드라마는 최근 중국 3대 IT기업인 BAT(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통해 중국 전역에 펴져 나가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 열풍이 쉽게 끝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오리온 계열사인 미디어플렉스는 화이브라더스와 합작투자형식으로 영화 ‘미스터 고’를 제작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개봉했다.

이밖에 ‘우리 결혼했어요’,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예능프로그램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중 중국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는 화이브라더스의 왕중레이 대표가 아들과 함께 출연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에서 가장 유명한 한류 스타는 김수현과 이민호다. 드라마 흥행 면으로 볼 때는 김수현의 인기가 높은 듯 보이지만 실제 중국 내 활동은 화이브라더스를 등에 업은 이민호가 더 활발하다.

중국 미디어산업 성장은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기회다. 이제 중국에서는 제조업 등 유형의 자산으로만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등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 기업들은 단순히 콘텐츠만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중국 미디어시장 자체에 접근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